어르신들의 꿈 담은 영화 모아 독립영화제로 성장
어르신들의 꿈 담은 영화 모아 독립영화제로 성장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8.31 15:10
  • 호수 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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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회 맞은 ‘서울노인영화제’ 화제… 10월 22일부터 나흘간 개막

 올해 5회째인 단편경쟁영화제인 ‘서울노인영화제’는 문화생산자로서 노인감독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작품제작을 자극하고 젊은감독에게는 노인문화를 이해하고 상호소통하는 ‘노인문화축제’로 성장해왔다.

오는 10월 22일부터 나흘간 펼쳐지는 5회 영화제 개막식까지는 한달여 남짓 남아있다. 1회부터 4회까지 어떤 작품들이 상영됐을까. 기존 영화제의 노인감독의 ‘자유주제’ 작품들과 젊은감독의 ‘노인주제’ 상영작들을 훑어보며 이들이 펼쳐보인 문제의식을 만나보도록 한다.

▲‘노년’ 주제로 양질의 성장
‘노인영화제’의 출발선상에서의 고민을 담았던 ‘제1회 서울노인영화제’. 2008년 11월 18일부터 이틀간 서울아트시네마와 허리우드 클래식 상영관에서 진행된 영화제에는 2500여명의 어르신이 관객으로, 영화감독과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어르신 제작영상 등 26편을 상영했다.

‘작품상’을 받은 이재은 감독의 ‘고독한 노인’은 사별한 부인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고독한 하루를 그렸다. ‘감독상’을 수상한 심설야 감독의 ‘아름다운 손’은 주로 외국인노동자가 손님인 미용실 주인 황랑숙씨의 따뜻한 손길을 짧은 영상에 담았다. ‘촬영상’을 받은 류기옥 감독의 ‘항공기 소음피해’는 1970년대 항공기 소음극심지역으로 강제 이주돼 소음에 시달리며 사투를 벌이는 서울 판자촌 철거민들의 삶을 담았다.

산을 오르며 대자연을 경외하는 주인공의 삶과 태도를 성찰한 강영길 감독의 ‘산과 삶’, 폐품을 수거하는 꼬마 사장님과 그의 인생철학에 감동한 키다리 조수의 얘기를 들여다본 조경자 감독의 ‘꼬마 사장님과 키다리 조수’는 ‘각본상’을 받았다.

로드무비형식의 작품으로 ‘국민은행상’을 수상한 김효덕 감독의 ‘안녕하세요’는 노인의 외로움, 삶의 회환을 그려냈으며, ‘사랑의열매상’을 수상한 엄규회 감독의 ‘한민족 고난사’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을 회상하고 있다.

한편 상영 직후 ‘감독과의 대화’로 13명의 노인감독이 관객과 만났던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는 1회와 비슷한 규모로 2009년 10월 14일부터 사흘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3편을 상영했다.

‘대상’에는 교육장 건너편 망초 한 대의 1년간을 기록한 조경숙 감독의 ‘나의 망초 이야기’, ‘감독상’에는 100여명의 어르신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을 그린 심설야 감독의 ‘당신은 누구의 천사입니까?’(자유주제)가 선정됐으며, 복지관 ‘한글교실’ 학습과정을 담은 정순석 감독의 ‘눈물에 얼룩진 글자’(노인주제)가 뽑혔다.

고비용 치과치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저비용 치료의 정부 정책을 재촉하는 김영근 감독의 ‘틀니’(자유주제)와 민경진 감독의 ‘I am Sory(나의 이름은 솔이입니다)’(노인주제)가 우수상을 받았다. 외손자와 교보문고를 찾은 1980년대 에피소드를 회상한 조경자 감독의 ‘토플러와 그레이트 마징가’(자유주제)과 경로당에서의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안평욱 감독의 ‘하늘 아래…’(노인주제)는 각각 장려상을 수상했다.

▲100여편 출품·내용 다채
일반관객 동원 차원에서 주말과 ‘노인의 날’을 포함해 2010년 10월 1일부터 사흘간 낙원상가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 ‘제3회 서울노인영화제’는 33편을 상영했다. 출품작은 91편으로 38편이었던 1회보다 2배이상 늘었으며, 부대행사 등 영화제도 1회보다 4배가량 성장했다.

3회부터는 출품작 내용도 ‘세대간 통합’ 등 다양해진 모습이다. ‘3회’ ‘대상’에는 빈집에 든 도둑이 치매 할머니를 만난 상황을 그린 이재호 감독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선정됐으며, ‘최우수상’은 할머니와 사별로 동거 중인 할아버지와 아들 내외의 소통의 노력을 다룬 전양수 감독의 ‘사랑해요 아버님’(자유주제)과 병상의 할머니에게 ‘번지점프’ 장면을 선사하려는 할아버지의 고군분투를 그린 김슬기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노인주제)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이승기 감독의 다큐멘터리물 ‘마산극장의 역사를 찾아서’(자유주제)와 한여름 아버지와 백수 아들이 컴퓨터를 팔며 겪는 일화 이희찬 감독의 ‘아따쿨’(노인주제)이 받았다.

‘장려상’은 이현명 감독의 ‘40년 그리고 30년’(자유주제)과 변찬미 감독의 엄마와 다운증후군 환자인 중년 딸의 일상을 표현한 다큐멘터리 ‘기도’(노인주제)가 뽑혔으며, 처녀는 시집가고 부인은 애낳는 ‘김치’라는 발상이 능청스러운 구용성 감독의 ‘총각김치’는 ‘관객상’을 받았다.

‘서울노인영화제의 밤’ 행사가 특징인 ‘제4회 서울노인영화제’는 2011년 10월 초 사흘간 노인전용극장인 ‘청춘극장’에서 열렸다. 124편으로 출품규모는 확대됐고, ‘어르신체험전’ ‘미디어특강’ 등 부대행사도 다채로워졌다. 내용도 일상의 잔잔한 감동부터 철학적 고뇌까지 폭넓다.

‘대상’에는 오아시스를 찾아 어린이부터 종교인까지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이현명 감독의 ‘갈증’(자유주제)과 귤을 사러나선 아흔의 할머니가 과일가게에서 젊은 남편과 조우하는 판타지물인 한재빈 감독의 ‘하루’(노인주제)가 선정됐으며, ‘최우수상’은 생일날 시금치반찬을 내놓은 맏며느리에게 섭섭해하는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영길 감독의 ‘시금치’(자유주제)가, 한글을 배우는 73세의 황보출 할머니를 매력적으로 그린 신지민 감독의 ‘황보출, 그녀를 소개합니다’(노인주제)가 각각 수상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조정희 감독의 ‘내 작은 농장’(자유주제)은 농약과 토질오염에 찌든 현실에서 먹을거리의 옥상 재배를 다뤘으며, 또 김태규 감독의 ‘출사’(노인주제)는 자식과 아내에게 소외감을 느끼던 주인공 춘기가 떠나는 여행을 그렸다.

‘장려상’에 오른 나상용 감독의 ‘또 다른 배부름을 맛보다’(자유주제)에서는 천원의 밥상으로 행복을 나누는 광주 말바우 시장 이웃들의 모습과 임형섭 감독의 ‘외할머니와 레슬링’(노인주제)에서의 전구 교체차 찾아간 손자 형섭이 외할머니와 공감하는 찰나를 통해 ‘행복’과 ‘세대간 소통’이라는 일상을 꿰뚫는 주제의식을 드러냈다. 열정 하나로 영화를 만드는 노인감독에 대한 이윤수 감독의 ‘황혼의 열정’은 ‘관객상’을 받았다.

▲올해 10월 22일 개막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난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어르신 대상의 자유주제부문과 젊은이 대상의 노인주제부문에서 영화제 작품 접수를 마무리했다. 향후 출품작들은 예심을 거쳐 10월 2일 서울노인영화제 공식 블로그(http://sisff.tistory. com)를 통해 본선진출작을 발표한다. 영화제 대상(상금 500만원)은 부문 통합 1편, 우수상(200만원)은 부문별 1편씩, 장려상(50만원)은 부문별 2편씩 선정한다. 영화제 심사는 원로영화인 김수용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김영진 영화평론가,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5명이 본심 심사위원단으로 활동하며, 예심 심사위원에는 손소영 서울아트시네마 사무국장 등 3명이 활동한다. ‘영화제’ 출품작에 대해 기획·촬영, 후반 작업 등 단계별로 지원하는 ‘제작지원’ 대상자 모집도 8월 14일 마감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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