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노인, ‘안심팔찌’ 덕에 무사귀가
실종노인, ‘안심팔찌’ 덕에 무사귀가
  • 장한형 편집국장
  • 승인 2012.08.31 15:35
  • 호수 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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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시책사업… 이름·질환·보호자 정보 담아 119 신속 처리

최근 치매노인의 실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의 한 중증 치매환자가 대구시가 보급한 ‘119안심팔찌’ 덕분에 실종 3일 만에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중증 치매환자 김모(65)씨가 집안일을 하던 아내의 눈을 피해 집밖으로 나와 배회하기 시작한 때는 8월 4일 오후 3시쯤. 김씨의 가족은 극심한 폭염 속에서 큰 일이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경찰에 가출 신고한 뒤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김씨가 가출, 실종된 지 3일째 되던 8월 6일 오전 9시 40분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마음 졸이고 있던 김씨의 아내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 김씨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신병을 인계하라는 연락이었다. 3일간의 지옥 같은 상황이 극적으로 종료된 순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6일 오전, 대구 동구 신암1동 자택에서 동쪽으로 22km 떨어진 경산시 하양읍 환상3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현지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 김씨를 하양파출소로 인계했으나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신분확인에 어려움을 겪던 중 김씨가 착용하고 있던 ‘119안심팔찌’를 발견했다.

경찰은 ‘119안심팔찌’에 각인된 ‘대구시’ 및 ‘119’ 로고와 팔찌 뒷면에 적힌 대구시민콜센터 전화번호(120번)를 확인, 대구시가 특별 관리하는 주민임을 직감했다. 경찰은 시민콜센터를 통해 ‘119안심팔찌’ 제작·보급업체인 ‘인타운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119안심팔찌 콜센터’와 연계, 김씨의 인적사항과 병명, 보호자 정보를 확인하고 김씨를 아내에게 안전하게 인도할 수 있었다.

▲실종노인 대처 위한 최적 시스템
이처럼 김씨를 실종 3일 만에 극적으로 가족의 품에 돌려보낸 ‘119안심팔찌’는 대구시가 저출산·고령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응급환자 인식서비스 사업’으로 보급하고 있는 팔찌 형태의 전자태그다.

‘119안심팔찌’에는 착용자의 이름과 연령, 주소, 보호자 연락처 등 개인인적사항을 비롯해 과거질환, 현재질환, 복용약물, 이용병원 정보 등이 담긴 전자 칩이 들어있다.

안심팔찌 착용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배회하다 발견됐을 경우 칩의 정보를 판독하는 프린터 일체형 리더기를 보유한 119구급대가 출동, 판독된 정보에 따라 질환별 응급조치 또는 이용병원에 이송하거나 보호자에게 연락해 안전하게 귀가 조치하게 된다. 119구급대가 사용하는 리더기는 정부통합전산센터에 저장된 ‘119안심팔찌’ 착용자의 정보를 무선통신망을 통해 내려 받는다. 정부가 추진한 치매노인 인식표 사업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

대구시 사회복지여성국에 따르면 2010년 ‘119안심팔찌’ 보급사업을 계획, 각 주민센터를 통해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과 치매 등 노인성질환자를 대상으로 2011년 1만5000명, 올해 1만명 등 총 2만5000명에게 보급했다. 관할 119구급대에는 리더기를 보급했다. 대구시의 소요예산은 2011년 3억원, 올해 5억원 등 8억원이다.

현재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운영하는 49대의 구급차 모두 리더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8월까지 총 3000여건의 응급상황에서 ‘119안심팔찌’를 이용, 안전조치를 취해 ‘시민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심팔찌, 전국 확대 보급 절실”
치매환자와 이로 인한 실종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시가 시행하는 ‘119안심팔찌’를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19안심팔찌’를 통해 김씨를 가족에 인계한 경산경찰서 하양파출소 관계자는 “안심팔찌에 각인된 로고를 통해 특정 시스템과 연관이 있음을 예상, 여타 실종노인 사건에 비해 신속하고 용이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며 “경찰 수행업무 중 실종노인·아동 사건에 가장 많은 시간과 경찰력이 동원되고 있으며, 가족에게 인계되지 않고 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70~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119안심팔찌’ 시스템의 확대보급과 전국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19안심팔찌’ 시스템이 전국으로 확대 보급되고, 경찰청과도 연계된다면 실종노인 사건뿐만 아니라 실종아동 사건 해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가족도 김범일 대구시장 앞으로 보낸 감사편지에서 “사연을 알게 된 주변 분들도 안심팔찌가 신통방통하다며, 사업을 추진한 대구시에 꼭 감사의 표시를 해야 된다고 하면서 119안심팔찌 시스템에 꼭 가입하겠다고 한다”며 “119안심팔찌의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119안심팔찌를 착용하고 있으면 매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도 ‘119안심팔찌’의 유용성과 전국 확대 보급 필요성을 인식, 지난해 5월 23일 안심팔찌를 제작 보급하고 있는 ‘인타운 주식회사’와 ‘119안심팔찌 전국 확대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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