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기업, 경영진·근로자 이해 선행돼야…
분권화 속 지자체 역할도 중요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기업, 경영진·근로자 이해 선행돼야…
분권화 속 지자체 역할도 중요
  • 장한형 편집국장
  • 승인 2012.09.07 15:00
  • 호수 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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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따라 향후 고령인력의 활용 여부가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인구정책적 측면에서도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고령자에 대한 대응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노인일자리사업이나 노인자원봉사를 통한 사회참여 유도가 미봉책의 전부인 실정.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령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백세시대은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고령인력 제대로 활용하고 있나
②선진국 고령인력 활용 어떻게 하나
③기업의 고령인력 활용 방안은 무엇인가
④고령자만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자
⑤고령자 능력개발 위한 제도정비 시급하다
 

▲ 고령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이 고령근로자에 대한 인식을 전환, 적극적인 재교육과 고용을 확대하는 한편 전직 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선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주요 경제인단체와 고령인력 채용을 위한 협약식을 갖는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백세시대DB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주요 선진국의 경우 자국의 상황에 맞는 고령화 정책을 구사한다. 고령화 정책 수립 및 시행 과정에서 각 나라마다 다양한 특수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비교적 모범적인 국가의 사례를 통해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접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세계적인 전기전자기업인 독일 ‘지멘스’는 30~40대 직원들을 주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40대 이상 중견 근로자의 사기저하 및 불안감이 증폭돼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40대 이상 근로자에 대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컴파스 프로세스’(Compass Process)를 운영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중고령자의 고용률과 노동시장 참여율이 OECD 회원국 중 매우 낮은 편에 속하는 프랑스는 고령인력 활용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에 만연한 높은 실업률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고령인력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또, 조기 은퇴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관행도 고령인력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인 ‘프랑스 3’ (France 3)은 ‘고령자와의 동반 선진화’ 전략을 통해 고령 근로자를 TV 채널 개편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모든 과정에 포함시키고, 연령과 일의 의미를 재고찰하는 한편 기업 내 여러 연령층의 다양한 위치를 분석해 효율적인 조화를 꾀한 경우다.

연공서열 구조로 인해 고령자의 임금이 높은 일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령인력의 재교육을 담당했지만 버블경제가 무너지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도쿄시의 고령자 능력개발 지원 사례는 분권화 아래서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자 집단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지원 체계를 구축, 학력 및 경력 측면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고령자의 집단별 수요를 반영시킨 사례다.

▲獨, 기업이 앞장선 대책 마련 선례
지멘스는 세계 각처에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지멘스는 독일 내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고령화와 이에 따른 체계적 계획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컴파스 프로세스’(Compass Process)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지멘스의 경력개발 프로그램은 주로 30∼40세 근로자의 능력개발 프로그램에 집중돼 있었고, 4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이러한 상황에 대한 40세 이상 근로자의 불만과 좌절이 심각한 상황이란 점을 깨닫게 됐다.

컴파스 프로세스의 대상은 자신의 능력과 현 위치를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원하는 경력직원이다. 타깃 연령층은 40세 이상이지만 젊은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며, 지멘스의 사내 훈련기관이 맡아 운영한다.

컴파스 프로세스의 첫 단계는 자신의 경력과 인생에 대해 회고하고, 상사와 동료 그리고 고객들로부터 본인의 강점과 약점에 관한 전면적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다. 두 번째 단계는 워크숍. 피드백 결과를 3일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철저하게 분석한다. 워크숍 마지막 단계에서 각 개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 단계에 걸친 경력개발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워크숍을 통해 수립된 개인의 경력개발 계획에 대해, 특히 회사와 관련된 프로젝트의 경우 경영진과 인사팀과의 수차례의 면담과 조정을 통해 계획의 현실성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몇 개월 후 개인별 수립 계획의 진척 정도, 문제점 등을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적인 대책을 수립한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컴파스 프로세스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위치에 대해 재발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자영업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 근로자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게 되고, 동료 근로자들도 해당 근로자의 능력과 역할에 대해 파악, 이들의 활용 방안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젊은 근로자도 참여해 중고령자의 위치를 상호이해하고 이들 인력의 소중함을 인식함으로써 사내 연령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있다.

▲佛, 기업 구성원 총체적 대응 ‘성공’
‘프랑스 3’은 고령자에 대한 사내 모든 종류의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한 경우다. 프랑스 3의 ‘고령자와의 동반 선진화 프로그램’은 사내 중고령자들의 취업능력을 높여 이들이 법적 은퇴연령까지 일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후기 경력과 회사에서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프로그램의 첫 단계는 50세 이상 경력사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설문조사다. 두 번째 단계는 50세 이상 사원뿐만 아니라 젊은 사원들까지 포함시켜 조사를 실시한다. 자신의 경력에 대한 중간점검 미팅을 실시하고, 스스로 회사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도록 했다. 회사에 좀 더 머물며 근속할 이유를 찾도록 하는 것.

세 번째 단계에서는 연령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40∼45세 근로자 중심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자신의 경력계획을 수립, 근로자들이 자신의 목표와 기대치를 공유하도록 했다. 두 번째는 50세 이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경력에 맞춰 회사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도록 유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단계에 따라 보다 폭넓은 연령층을 끌어들여 사원들이 회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투자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줬다. 또, 50세 이상 근로자의 퇴직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전체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모두 깨닫게 됐고, 고령자의 경력개발은 직원 모두의 문제이며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전 직원과 경영진이 인식하게 됐다.

▲日, 지자체 지원의 중요성 입증
일본 도쿄시의 고령자 고용률은 매우 높다. 2002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쿄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인구의 40%가 취업자였다. 도쿄시의 특성인 다양한 취업기회와 높은 거주비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도쿄시민 중 대부분이 고령에 이를 때까지 취업하고 있었다. 이는 도쿄시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도쿄시는 경력단절 고령 근로자를 위한 ‘도쿄취업센터’(Tokyo Job Center)를 설립, 운영했다. 도쿄시는 2004년 도쿄취업센터를 설립, 사설 직업안정기관과 협력, 55세 이상 중고령자에게 취업 상담 기회와 취업 세미나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경력을 쌓기 위한 지역 봉사 기회를 제공했다.

‘고령자 기술대학’도 눈에 띈다. 1997년도에 설립된 고령자 기술대학은 50∼65세 중고령자의 능력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장애인과 취약계층 기혼 여성, 실업급여 수혜자도 입학 대상이다. 도쿄시에만 11개의 고령자 기술대학이 있고, 전액 무료로 2∼3개월에서 6개월 과정으로 비교적 장기간 훈련기회를 제공한다. 고령자 기술대학의 지원 대상은 상대적으로 학력과 교육 수준이 높은 고령자 집단이다. 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전직 등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직업안정법에 따라 설립된 ‘도쿄 고령자 인력센터’도 고령인력을 위한 기관이다. 고령자 기술대학과 달리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60세 이상 저숙련 집단을 대상으로 취업 알선과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고용주와 계약을 통해 취업희망자를 고용하고 해당기업에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취업자의 급여는 센터를 통해 지급된다. 필요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어 고용주들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기업의 내부 능력개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은퇴, 퇴직, 또는 경력단절을 경험한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능력개발 정책의 우수 사례를 보여준다.

■도움말 : 최지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고령화 시대의 고령자 능력개발 정책 개선 방안)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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