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인과 문학 찾아 사색 즐겨요
가을, 문인과 문학 찾아 사색 즐겨요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9.14 15:48
  • 호수 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름철 무더위도 물러갔건만 여전히 ‘가을볕’ 만큼은 따갑다. ‘봄볕은 며느리에게 쬐고 가을볕은 딸에게 쬔다’고 했다. 의외의 매서움을 지닌 봄·가을볕이지만 봄볕과 달리 가을볕은 선선함을 품고 있다. 하지만 때로 여지없이 내리쬐는 볕은 무심하다. 달리 생각하면 오곡을 익히기 위한 볕인데 이 정도 세지 않으면 오히려 ‘싱겁다’. 책 한 권 손에 펴들고 사과, 배, 모과, 밤 등 각종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자연의 섭리와 함께 인생의 진리도 엿볼 수 있다. 간혹 부는 바람이 시원한 가을날 한번쯤 전국 각지 흩어진 주옥같은 문인과 문학을 찾아 훌쩍 떠나보자. 애틋한 소설의 소재가 된 자연물, 시가 노래한 비경(秘境),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명소에 파묻혀 사색하기에 좋은 곳을 소개한다.

시인이 꿈꾸던 나라 찾아, 부안 신석정문학관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 끝에 단정하게 자리잡은 내소사, 울금바위를 뒤로하고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놀랍고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과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의 서정…….
전북 부안의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와 현실 비판적인 시를 넘나들며 평생 지사적으로 살다 간 석정의 삶과 예술을 찾아 문학 기행을 떠나보자.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713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양평 황순원문학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소나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본 단편소설이다. 소년과 소녀가 주고받은 아련한 사랑은 가슴 속에 깊이 각인돼 순수하게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 양평의 소나기마을이다.
이곳에는 황순원문학관을 비롯하여 ‘소나기’에 등장하는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송아지 들판, 고백의 길 등을 조성해놓았다. 관람객은 산책을 하며 ‘소나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사춘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특히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일 세 차례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려 빗방울에 젖은 추억이 오래도록 남는다.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6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북8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고운 최치원이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오래도록 머물며 후학을 기른 문학의 고향이다. 이곳에 마산 문학의 흐름을 보여주는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 있다. 전시실은 결핵 문학, 민주 문학, 바다 문학 등 문학의 특징별로 나뉘었다.
이중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 국립마산병원)에 머무르던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결핵 문학은 꽤나 독특하다. 결핵 계몽지 ‘요우’와 지금도 발행되는 ‘보건세계’, 문학 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을 발행할 만큼 많은 문인들이 그곳에 머물렀다고. 문인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창원시립문신미술관과 마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에 자리한 창원시립마산음악관도 볼거리다.
창원시청 관광진흥과 055-225-3695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몰운리

산과 계곡이 깊은 정선은 소리 한 가락, 시 한 수가 절로 흘러나오는 고장이다. 굽이굽이 계곡 길에는 문향이 소담스럽게 깃들어 있다. 정선 소금강의 몰운대에서 황동규는 ‘몰운대행’을 노래했고, 여러 문인들도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시로 옮겼다.
고목 한 그루와 시비가 있는 몰운대를 시작으로 ‘몰운대행’의 배경이 된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가을 산행 길로도 고즈넉하다.
또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되었으며, 김원일의 장편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 그리운 고향으로 그려졌다. 볼거리 풍성한 정선 읍내 구경도 흥미롭다. 아라리촌에는 옛집과 함께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을 해학적으로 재구성한 조형물이 있다. 인심과 먹을거리 가득한 정선 장터도 놓치지 말자.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3

영원 추구한 시인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칠곡에 자리한 구상문학관은 한국 시단의 거장 구상(1919~2004) 시인의 유품을 전시한 곳이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1953~1974년 칠곡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에 매진,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친교를 쌓는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왜관에 있는 그의 집에 함께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무렵 그린 그림이 ‘K씨의 가족’이다.
구상문학관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한 유품 300여 점이 전시되었고,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름다운 가실성당, 한국전쟁의 포화를 느낄 수 있는 다부동 전적기념관, 기분 좋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가산산성 등도 칠곡의 명소다.
칠곡군청 새마을문화과 054-979-606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