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보건·복지자원 연계,
치매환자 돌보는 ‘공동체’ 만들어야”
“지역사회 보건·복지자원 연계,
치매환자 돌보는 ‘공동체’ 만들어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9.21 15:04
  • 호수 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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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제5회 치매극복의 날’을 기념해 서울특별시치매센터가 1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포럼을 열었다. 이날 ‘치매관리사업’과 관련, 치매를 환자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닌, 지역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지역의 자원 및 관련기관과 연계해 공동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됐다.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일본의 사례도 살펴보면서 보건 및 복지 분야, 다학제적 통합관리 방안에 대해 실천적인 고민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 치료할 수 없다는 생각은 치매에 대한 흔한 오해다. 치매는 조기진단과 발견을 통해 완치할 수 있는 질병이며 이같은 조기발견과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내 자원과 기관간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로 지적된다.
인구 약 1000만명인 서울의 고령화율은 10% 수준이다. 일본 동경의 인구도 1200만명 가량이지만 고령화율은 20%에 달한다. 서울은 치매고령자의 수가 약 9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며, 동경은 26만명 가량으로 고령 인구의 10%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000만명으로 노인인구의 비율이 24%에 달하며, 2060년경이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치매고령자수는 300만명으로 추산한다. 특히 연령이 5세 증가할 때마다 치매유병률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日 ‘인지증’ 명명…지역사회 지원 이끌어내
독신고령자 증가와 함께 치매발병률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본은 종합적인 ‘치매 정책’을 내놓고 2004년부터 ‘치매’란 용어도 ‘인지증’으로 변경하는 등 편견해소에 주력했다. 특히 치매의 조기진단·조기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6년부터 지역연계 서비스를 위한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치매의 복잡한 증상으로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조기진단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동경시 건강장수의료센터 아와타 슈이치 교수는 “치매는 다양한 신체 질환이나 신체기능장애, 우울이나 무감동, 불안, 과민성, 흥분 등 치매의 행동심리증상(BSPD)이 밀접히 관련돼 치매 상태를 복잡하게 하며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등 간병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치매 악화를 막고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조기진단과 조기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이를 위한 지역연계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고령자가 정든 지역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한 채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지역 특성에 따라 예방과 의료, 간호, 주거, 일상생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질환에 대한 편견해소 및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포괄케어스템’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치매’라는 질병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교육 중이다. 또 치매에 대한 지역주민의 지적·정서적 이해를 높이는 ‘치매 서포터 양성사업’도 벌이고 있다. 아와타 슈이치 교수는 양성사업 성과에 대해 “치매 서포터 강좌를 듣고 치매환자에게 도움을 줬다는 보고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체 연계시스템인 ‘지역포괄지원센터’를 통해 치매환자에게 접근해 치매의 조기발견과 진단 및 치료, 합병증 등을 치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적 지원을 위해 ‘치매질환의료센터’도 지난 2008년부터 도입해 전국 171개소, 동경내 10곳을 운영 중이다.

아와타 슈이치 교수는 “지역의 연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치매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각계 각층에서 치매를 제대로 이해하고 또 지원 시스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5년부터 ‘인지증을 알고 지역을 만드는 10개년’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경 복지행정추진시청촌장회 복지지자체 스가와라 히로코 사무국장은 “인지증에 대한 부족한 이해나 편견은 조기발견과 치료를 놓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인지증 서포터’는 지역사회 및 직장에서 인지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통해 환자를 따뜻하게 지키고 지원하는 인력인데 개별 환자의 치매 악화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인지증 서포터’ 양성사업은 인지증 이해를 통해 치매 환자를 만나면 적절한 반응을 보이도록 교육하는 것. 일례로 은행 등에서 치매 환자가 “누군가 내 계좌에서 돈을 빼갔다”며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 치매 환자의 행동에 대해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의 반응은 치매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놀라게 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등 적절히 대응하며, 환자를 지원하는 인력이 ‘인지증 서포터’다.

현재 일본의 ‘인지증 서포터’는 313만5650명이 활동 중이며 연령별로는 10~70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서포터는 60대가 가장 많고 20대가 뒤를 잇고 있다.

▲“치매 걸려도 정상생활하는 지역사회 만들어야”
이동우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는 “치매는 일상생활 기능장애와 행동장애, 인지장애를 일으키면서 환자의 90% 이상이 일정 시기가 되면 장애를 낳기 때문에 보건의료와 복지의 복합 서비스를 요구하는 질환”이라며 “전통부양시스템인 가족에 의한 지지체계만으로는 역부족인 복잡한 질환이기 때문에 서울시의 치매관리사업도 이 같은 질환의 성질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인지기능장애는 개선제를 투여하고, 일상생활 기능장애는 보조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인지기능개선제가 일상생활개선제가 될 수도 있고 일상생활보조가 부족하면 인지기능저하를 가져오는 등 치료영역은 상호복합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며 “치매관리사업은 포괄적인 관리서비스와 함께 지역주민의 역할, 완치를 위한 조기발견과 치료 등이 강조된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 치매관리는 시치매센터가 자치구 지역치매지원센터를 지원하면서 치매예방사업과 조기검진사업, 그리고 등록관리사업과 지역자원강화사업 등으로 추진 중이다.

시는 지역사회에서 질병둔화와 낮은 치료율 극복을 위해 ‘치매조기검진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치매등급판정 도구가 후기 단계에 집중돼 있어 환자의 다수인 초기 및 중기환자 대상의 서비스나 복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치매의 조기발견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치매에 대한 이해부족도 조기발견을 위한 개선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동우 교수는 “현재 장기요양보험도 ‘입고 씹는’ 기본 기능에 장애가 있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등 중증치매환자 중심”이라며 “초기치매환자 발견의 장벽인 인지기능검사를 위한 MRI 검사 등 고비용 진료를 쉽게 받도록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캐나다의 사례를 들며 “기관별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협약체결 등으로 공동업무 수행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치매 초기부터 중기 및 후기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토의에서는 영역간 또는 기관간 연계서비스에서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양동원 마포구치매지원센터장은 “치매로 판명되더라도 약값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 보건서비스만으로는 환자의 행복한 삶을 지원할 수 없다”며 “치매질환에 대해서는 보건과 복지서비스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직 이렇다 할 기준은 없지만 환자의 행복을 고려한다면 재가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춘길 한림대 간호학부 교수는 “전문영역이 서로 다른 인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치매관리팀에서는 각자의 역할을 명시하는 ‘직무해설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홀몸 어르신이 치매에 걸린 경우 치매환자가 복합적인 문제를 겪기 때문에 각 서비스가 연계된 시스템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치매에 걸린 홀몸어르신이 간병인이 없더라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전인적인 케어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훈 은평구 행복창조데이케어센터장은 “데이케어센터는 오후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데, 치매어르신들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관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종 시립중계노인전문요양원장은 ‘치매는 치료가 어렵다’는 오해가 많아 치매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김경호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포럼에서 개진된 의견을 반영해 치매관리사업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기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환자 본인과 가족, 사회와 국가의 협력하에 치매예방과 관리를 위한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황인한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은 “어르신들의 존엄성 유지 및 노년기 삶의 개선 차원에서 서울시내 경로당 회장들을 중심으로 치매예방 교육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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