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통합지원기관 개설, 맞춤형 정책 시급히 마련해야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통합지원기관 개설, 맞춤형 정책 시급히 마련해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9.28 17:16
  • 호수 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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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따라 향후 고령인력의 활용 여부가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인구정책적 측면에서도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고령자에 대한 대응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는 노인일자리사업이나 노인자원봉사를 통한 사회참여 유도가 미봉책의 전부인 실정.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령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백세시대은 ‘고령화 시대, 고령인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총 5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고령인력 제대로 활용하고 있나
②선진국 고령인력 활용 어떻게 하나
③기업의 고령인력 활용 방안은 무엇인가
④고령자만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자
⑤고령자 능력개발 위한 제도정비 시급하다


▲ 9월 25일부터 이틀간 열린 ‘서울시 시니어 일자리엑스포’에는 구직을 희망하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전문성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고령인력 활용 일자리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단순 노무직 일자리가 주를 이뤘다.사진=임근재 기자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인력의 활용 대책 마련이 국가 주요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근로활동에 참가하길 원한다. 약 120만명의 노인들이 구직을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예비 노인인 베이비붐세대는 무려 63.9%가 생계유지 및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은퇴 후 재취업 및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노인일자리사업에 1672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보다 2만여개를 더 늘려 22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질적인 측면도 문제다. 월 20만원을 받는 노인일자리사업의 임금은 용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하지만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큰 장벽이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능력개발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고령자 일자리 전담기관 설립, 자립형 및 시장형 일자리 개발, 청년과 고령자의 취업공생 등을 고령인력 활용의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령자 능력개발 및 중장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돼야 할 정부 정책 및 제도를 살펴본다.

▲단기·성과 위주 탈피, 실질적 대안 마련 시급
현재 정부는 △노인일자리사업 △임금피크제 도입 촉진 △노사의 자율적 정년연장 지원 △고령자 고용연장지원금 지원기간 확대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금(올해 신설) 등의 고령자 일자리·고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연장 법제화 등의 적극적 정책보다 단기 일자리 창출 등의 소극적 제도가 대부분이다.

박성태 고령사회고용진흥원장은 “최근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노인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은퇴자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일자리 교육 및 연계 시스템이 공급자 중심으로 전시성, 일회성,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5~79세 고령 임금근로자의 28.1%가 단순 노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고령자 고용정책인 노인일자리사업의 경우, 시행 초기였던 2005년보다 2011년의 단순 노무직 비율이 2.8%포인트나 증가했다. 일자리 수준이나 환경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 사업체 규모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인 미만 영세 업체의 종사자 가운데 50~ 59세 노동자는 39.0%인데 반해 60세 이상은 55.5%에 달한다. 노인들이 참여하는 공공일자리나 민간일자리는 대부분 영세업체의 단순 노무직인 셈이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기업 등 경제주체의 사회적 저항을 일으키는 방식보다 장려금 지급 등 편한 정책들만 하고 있다”며 “노인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정년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 적극적으로 정책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활용·자립형·시장형’ 핵심 요소
향후 노인일자리사업은 ‘경력활용’ ‘자립형’ ‘시장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단기 재정지원 노인일자리사업은 취약계층 위주로 지속하되, 노인 맞춤형 일자리 개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공익형 일자리는 단순업무, 공공근로 성격에서 벗어나 노인의 특기를 살리면서도 공익적으로 유익한 직종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형 일자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마케팅, 판로개척 등을 지원해 자립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태현 상명여대 명예교수(前 여성정책연구원장)는 “월 20만원의 노인일자리처럼 단기간 성과위주의 정책보다는 기관별·계층별로 구분된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며 “시장 경쟁력을 갖춘 민간일자리를 연계하고, 고령자들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자립형 일자리 개발이 앞으로 노인일자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민간자본의 투입을 통해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시장자립형 사업(고령자친화기업 설립, 시니어인턴십, 시니어직능클럽 설립 등)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노인과 기업을 직접 연계하는 ‘시니어인턴십’의 경우, 사업이 시작된 지 2년째이지만 올해 35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참여기업 대부분이 노인 인력의 성실성과 정직함 등을 장점으로 인정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68.6%가 참여노인의 장점으로 성실성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참여기업의 90.6%가 사업에 재참여 의사를 밝혀 노인인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엿볼 수가 있다.

김태현 교수는 “시장자립형 일자리의 확산은 노인에 대한 민간 기업의 긍정적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노인인력의 장점이 잘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아이템을 개발하고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령자일자리 관장하는 ‘통합지원기관’ 필요
최근 효율적인 장기 대책을 시행하기 위한 고령자 일자리 통합지원기관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일자리는 ‘시혜적 복지’ 차원에서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으며, 65세 미만 베이비부머의 취업지원은 ‘노동시장 정책’ 차원에서 고용노동부가 담당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과 민간단체들은 노인일자리사업을 비롯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책의 통일성 및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의준 중소기업청 국장은 지난해 9월 열린 ‘한국시니어경제포럼’에서 “정부의 고령화 시책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7개 부처가 67개 사업을 진행 중인데 통합적인 정책 수립·추진이 이뤄지지 못한다”며 “대통령 직속 ‘국가인구생산성위원회’를 설치, 법과 제도 보완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핵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교육기관이 협력해 패키지화된 ‘원스톱 취업·창업 서비스’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시니어들이 경제활동인구로서, 또 생산자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도 고령화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며 “미국 노인청과 일본의 후생노동성과 같이 취업 등 노인복지를 종합 지원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노인청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우리는 이보다 젊은 시니어들부터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시니어경제복지진흥원(가칭)’ 등과 같은 조직을 정부 안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고령자 취업 아우른 ‘상호 공생’ 모색해야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 은퇴기의 고용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712만명이나 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현실화되면서 후기고령층을 포함한 1세대는 물론, 베이비부머가 속한 2세대, 그리고 청년층의 3세대 간 일자리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미묘한 분위기까지 연출되는 상황이다.

고승화 한국노총 제주도지역본부 자문위원은 “57세 전후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년이라는 연령차별적 제도를 폐지해 능력이 닿는 한 경제활동과 생산에 동참하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고용연장 조치를 취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에게는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년과 고령자의 일자리 공생을 이루기 위해선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청년 취업자와 노인 구직자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상호보완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를 앞둔 숙련 기술자가 청년인턴을 교육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형태가 ‘공생’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고승화 자문위원은 “정부는 체계적인 장기 계획을 수립해 제도적 지원을 실시함은 물론 청년일자리사업과 고령자 고용해법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인턴제와 전직교육을 적절히 활용하고, 기업은 청년층과 고령자의 일자리를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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