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老학대’를 아시나요?”…
일부 노년층, 학대인식 부족 등 원인
“‘老-老학대’를 아시나요?”…
일부 노년층, 학대인식 부족 등 원인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10.12 14:30
  • 호수 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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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학대가 2006년 2274건에서 2011년 3441건으로 5년 동안 51.3% 증가한 데다 가해자 대부분이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이라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노인학대 가해자도 2005년 2418명에서 2011년 3866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노인학대의 가해자가 젊은 자녀세대를 넘어, 초고령 부모를 부양하는 일부 노년층 자녀세대와 노년층 부부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80대 이상 초고령 부모를 부양하는 일부 60~70대 노년층 자녀가 부양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가해자가 되는 현실이다. 또,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부부 사이에 건강이나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갈등이 생겨 학대의 범주에 들어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학대의 변화양상을 면밀히 분석,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가해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40대의 경우 2005년 31.8%에서 지난해에는 28.2%로 감소했다. 또, 40대의 뒤를 이은 50대는 2005년 23.4%에서 2007년 27%대로 상승한 이후 지난해에는 27.6%로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60세 이상 가해자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0대의 경우 2005년 8.5%에서 2011년엔 13.8%로 늘었고, 70대 이상 가해자는 2005년 4.4%에서 2011년 16.4%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해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2005년 12.9%에서 2007년 20%대로 뛰어오른 뒤 지난해에는 30.2%를 보이면서 주요 가해자 연령층인 40대(28.2%)를 앞질렀다.

이처럼 노년층에 속한 자녀가 가해자인 경우 대부분 비난, 모욕이나 위협 등 정서적 학대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외에 신체적 폭력 사례도 빈번히 발생한다.

▲노년층 가해자, 정신·신체질환이 원인
실제로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한 피해사례의 경우 96세의 노모가 온몸에 피가 낭자한 채 경찰서 지구대에 67세 장남을 직접 신고했다. 아들은 오른쪽 다리 대퇴부까지 절단한 중증장애인으로 심한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상태였다. 노모 또한 평소 매우 보수적이고 고집이 세 모자간 갈등이 빈번했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노모가 술을 달라는 아들의 요구를 거부하며 시작됐고, 이를 참지 못한 아들이 평소 사용하는 목발로 노모를 폭행했다.

초고령 부모세대와 노년층 자녀세대 간 학대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학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학대, 즉 물리적 폭력에 의한 구타가 가해지는 행위만을 학대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미 만연하고 있는 심리적·정서적 학대와 방임은 무시된다. 이 같은 학대가 물리적 폭력으로 표출될 때까지 당사자들도 학대로 인식하지 않는 사례가 많고, 아무런 외부개입이 없는 사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치닫게 된다.

일반적으로 노인학대 가해자 대부분은 연령의 고하를 떠나 경제적 부양부담을 느끼는 데다 알코올중독이나 신체 및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년층 가해자는 자신의 노화 및 고령화에 따라 일반 가해자에 비해 더욱 복잡한 원인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우울증 등 노화에 따른 신체 및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다.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노년층 가해자에 대해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노년층 가해자는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적 또는 신체적 질환을 갖고 있는 데다, 특히 우울증이나 정서불안 등으로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화에 따른 자신의 문제가 더해져 가해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노화에 따라 경험하는 고집스러운 성격 등 기질적 변화나 대인·사회관계의 축소·고립 등이 일반적인 노인학대 가해요인에 추가되면서 이른바 ‘노-노학대’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학대가 뭔지 몰라 학대에 무방비”
노년층 가해자의 또 다른 특징은 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나는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모시는데, 막말을 좀 했다고 그것이 왜 학대냐”고 여기는 등 학대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서도 60세 이상 가해자(1786명) 가운데 정서적 학대(678명)를 범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어 신체적 학대(472명), 방임(222명), 경제적 학대(140명)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정서적 학대의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한 사회복지사는 “초고령 부모를 모시는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게 학대냐, 나는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면서 학대 행위를 인정하지 않지만 명백한 학대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문제가 되는 학대의 개념조차 모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선 사회복지사들이 마주하는 ‘노-노학대’의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대체로 교육수준이 낮은데다 신체적 폭력만을 학대로 인식, 욕설이나 위협, 협박 등 정서적 학대는 무심코 지나치거나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60대 자녀가 거동이 불편한 초고령 부모의 안전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위압적 표현이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외출을 막았을 경우 이는 분명한 학대에 해당된다. 그러나 60대 자녀는 “부모님의 안전을 고려해 집안에 모시려 한 것일 뿐”이라며 자신의 행동을 매우 합리적이고 당연하게 여기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인식에 의한 학대는 주거환경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노년층 자녀가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을 당연시하며 이 같은 환경에 부모를 방임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일선 사회복지사들의 전언이다.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대체로 ‘노-노학대’에 해당하는 어르신들은 방임이나 재정적 학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며 “인지력이 차츰 떨어지는 상황에서 학대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혼생활 불만족, 노부부간 학대 원인
‘노-노학대’는 부모와 자녀 외에, 노년층 배우자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노인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층 가해자의 신체적 학대 비율은 대체로 70세 이상 부부사이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부부간 폭력이나 학대는 가정폭력의 연장선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개입 과정과 방법에 대해 별도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사이버대학교 권금주 교수(복지시설경영학)는 “노부부의 배우자간 학대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결혼생활 기간만큼 오래 지속된 것일 수 있어 어르신들의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보이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선 사회복지사들은 “노년기에 시작된 부부간 학대는 부인이 남편을 학대하는 경우도 흔한데, 여성 어르신이 젊은시절 어떤 이유로든 남편에게 당했던 억압을 해소하기 위해 폭언을 일삼고 방임하곤 한다”며 “남편의 식사 등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고, 거동이 불편한 남편의 병원 동행을 거부하거나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학대사례를 인지해도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는 전국 16개소에 불과해 보호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가해자를 격리하거나 제재할 만한 법적 근거도 없다.

서울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학대에 노출되는 어르신을 발견했더라도 근본적인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해자를 강제로 제재할 제도나 관련법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의 경우 학대 피해 어르신에 대해 당장 필요한 별식이나 물품 지원을 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사들은 “방임상태에 놓인 어르신들에게 평소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자주 방문하는 등 부차적인 지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노인보호시설 관계자는 “노인학대는 근본적으로 가정문제에서 비롯된다”며 “문제의 성격상 외부에서 쉽게 개입할 수 없지만 가해자의 문제 상황도 함께 개선할 수 있도록 정확한 이해에 기반한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무조건 가해자만 잘못했다는 편견이 많다”며 “빈곤과 질환에서 비롯된 현실적인 ‘학대상황’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이 학대인가…
학대는 고의적으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정신적·신체적 건강 유지에 필요한 식사를 비롯해 난방·의류·오락 등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신체적 학대는 물론 심리적인 방임, 물질적 학대, 권리 침해도 포함되며, 스스로 자신에게 가하는 자기학대와 방임도 학대의 범주에 포함되는 매우 폭넓은 개념이다. 강제적인 격리나 성적 학대, 약물 남용이나 금전 및 재산 남용도 학대에 해당한다. 

노인학대 신고전화: 1577-1389 /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전국 국번없이 129번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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