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득 고사위기 농어촌, ‘평생학습’이 해법이다”
“인구·소득 고사위기 농어촌, ‘평생학습’이 해법이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10.12 14:43
  • 호수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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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고령자가 구성원인 우리나라 농어촌은 지금, 위기를 넘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시장개방을 통해 농어가의 소득은 떨어지고, 도농 간 양극화현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인구고령화까지 빠르게 진행되면서 농어업 환경은 그야말로 좌절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9월 24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농어촌 활력화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등 정부관계자와 농민단체, 학계 관계자등이 참여해 농어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특히 농어촌의 교육환경과 평생교육 실태를 지적하고,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있는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대안 마련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들이 제시됐다.

▲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9월 24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농어촌 지역의 활력화를 위한 평생교육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춘진 의원 등 국회의원 및 농민단체, 학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위기의 농어촌… 고령화율 33.7%, 영세 농가 80.9%
현재 우리나라 농어촌은 여러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6월 23일, 인구 5000만명 시대가 열렸지만 농어촌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96만명으로, 2010년말 306만명에 비해 3.3%가 줄었다. 특히 2002년 농가인구 400만명선이 붕괴되더니 지난해에는 300만명 밑으로 떨어지면서 농촌해체에 대한 위기감마저 가속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더불어 농어가 소득도 함께 줄어들고 있다. FTA 등을 통해 값싼 수입농산물들이 들어와 농어가의 소득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전체 농가의 64%가 연간 1000만원 미만의 영세농가이며, 이 중 70세 이상의 고령자는 80.9%에 달한다. 고령노인 10명 중 8명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84만원으로 생활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농어촌 고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농민 10명 중 9명은 50세 이상이다. 또, 9명 중 3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농촌진흥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농촌지역의 고령화는 전국평균(11.4%)에 비해 약 3배나 높은 33.7%를 기록했다. 일부지역에서는 노인인구 비율이 60%를 넘어서는 곳도 있다.

도농 간 양극화도 문제다. 평생교육진흥원 조사결과, 농어촌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25.7%로 서울·광역시(3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교육참여 시간의 경우 농어촌(56시간)은 서울·광역시(113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간 학습투자비용도 농어촌은 49만원, 서울·광역시는 86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령의 농어민들이 생활고를 겪으며 위기의 농어촌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환경과 교육여건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도농 양극화를 극복할 실질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이 농어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적기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공사가 앞장서 새롭게 비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생학습공동체 통한 ‘평생성장’ ‘평생현역’ 만들어야”
최운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최운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증대를 함께 꾀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생학습공동체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고령자가 많은 농어촌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고려해 농어민들이 교육과 학습을 통해 지역 공동체 리더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평생교육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최 원장은 “협동적 공동체 문화 속에서 이상적인 교육의 장이었던 농어촌이 산업화로 그 모습을 잃었다”며 “학습과 교육의 관점에서 농어촌 문제에 접근할 때 현재 농어촌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도출되고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OECD 34개 주요국의 행복지수를 살펴보면 평생학습 참여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며 “강한 농어촌, 희망의 농어촌, 행복한 농어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평생학습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연구, 정책, 제도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농어촌 지역 활력화를 위한 평생교육 강화대책으로 크게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주민 평생교육지원특별법 제정이다. 현 농어촌 지역 정책은 생활안정, 주거환경 개선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교육 및 학습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둘째, 거점 평생교육지원센터 등 교육시설의 확충이다. 농어촌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역별로 평생교육센터 거점을 마련하자는 견해다. 이미 운영 중인 주민자치센터, 경로당, 마을회관, 부녀회관 등을 교육장소로 활용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셋째, 농어촌 평생교육전문가 육성이다. 이들은 전문교육을 수료한 후 지역공동체를 책임지는 리더 또는 학습 활동가로 활약하며 지속가능한 농어촌 지역의 비전과 발전 모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전문가는 지역 상황에 따라 농어촌 평생학습 매니저, 학습컨설턴트, 학습멘토, 학습이끔이, 학습지기 등으로 불릴 수 있다.

넷째, 자생적 학습공동체 건설이다. 법제정이나 시설 확충과 같은 외부요소도 중요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교육과 학습에 참여하는 내부요인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즉, 농어촌 주민들이 필요한 학습동아리를 주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자생적 학습공동체가 설립되면 주민들의 역량 강화는 물론 수준별, 시기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농한기 때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수 있고, 외국인 이주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문화교육도 가능하다.

최 원장은 “농어촌은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힐링교육의 본향이 돼야 한다”며 “자립·자생·공존·공영하는 평생학습공동체를 농어촌 주민들이 스스로 건설해 나갈 수 있도록 학계를 비롯해 정부관계자와 농민단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어촌 지원, 돈 대신 인력육성 정책으로 전환해야”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어촌 경쟁력 향상을 위해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농어촌의 교육은 경제성만을 강조한 돈벌이 교육에 치중돼 있다”며 “주민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농어촌 교육기관에서 전문가 및 후견인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농어촌지역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관이 참여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를 비롯한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교육시설, 농협, 농민단체, 민간단체 등이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지난해에만 86만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특히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농업교육 3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농업교육 평생학습체계 확립 △성과중심의 농업교육운영 △예비농업인 육성교육 강화 △농업교육 기반 및 지원 확충 등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교육사업 대부분은 이윤창출, 즉 농어업을 통한 경제성만을 강조한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마 연구위원은 “현재 농어촌을 지키고 계신 분들은 저학력의 70대 노인들”이라며 “생계를 위한 농업 생산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거나 후계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인력육성 프로그램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많은 교육들이 집체식 단기 교육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농업인을 산업발전의 도구화로 만드는 단순 교육을 탈피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하고 단계적인 교육이 실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어촌 서비스 기준 달성 정도(2011)’를 살펴보면 농어촌 주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도시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교육기관의 수만 비교해도 도시(29.8개)와 농어촌(2.3개)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10명 중 7명이 교육이나 강의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농어촌 지역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26%에 지나지 않는다.

마 연구위원은 “만약 군과 면·읍으로 나눠 조사를 펼치면, 면·읍의 열악한 교육 인프라 실태가 더 확실히 들어날 것”이라며 “같은 농어촌 지역이라 해도 규모나 시설이 좋은 군보다 면·읍의 시설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군과 면·읍을 나눠 보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열약한 환경에 처한 지역에 정책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상진 연구위원은 폐교 위기에 놓인 농어촌 학교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농어촌 학교를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고, 전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평생학습의 공간으로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정부 및 지역기관의 다양한 교육서비스가 지역학교에 집중되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마 연구위원은 이밖에도 △균형잡힌 농업인 교육상 정립 △사회에 안정적인 식량을 제공하는 자긍심 고취 교육 필요(국토수호자, 식량제공자) △농업인에 대한 인문·사회·교양 교육 강좌 △지역공동체 회복 교육 △단계적(잠재-예비-준비-진입-발전-은퇴)·생애주기적 교육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글=안종호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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