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하락 불구, 24~32평형 주택
중장기적 관점에선 주류될 것”
“집값하락 불구, 24~32평형 주택
중장기적 관점에선 주류될 것”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11.09 17:01
  • 호수 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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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토막’ 아파트, 집을 팔아도 빚조차 못 갚는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 집값이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25~30% 폭락하면서 생긴 말들이다. 노후자산으로 주택을 보유한 대부분의 노년층도 집은 있지만 대출금 상환 등 빚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로 내몰리거나, 자산감소 탓에 불안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10월 30일 발표한 ‘가계부채의 미시구조 분석 및 해법’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은 자산 대부분이 ‘주택’에 집중됐고, 곤두박질한 집값으로 부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마련, 만기도래로 인한 일시상환에 대한 부담도 크다. 장기화할 조짐인 집값 하락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일선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은 임대수익이 있다면 팔지 말고 유지하되 만약 환금성도 낮고 수익조차 나지 않는다면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년층의 보유주택 유형을 보면 32평형 단독·다가구 주택(이하 단독주택) 소유자가 가장 많다. 부동산 시장에서 단독주택 가격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일각의 우려처럼 자산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노년층이 그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아파트는 24평형 소형이다. 값이 하락하더라도 시장회복 가능성이 커 보유주택 유형만 보면 집값폭락에 우왕좌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부침을 겪는 40~50평형 중대형 아파트는 ‘주택 다운사이징’(작은 집으로 옮기고 차액 현금화) 매도시점을 당기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채가 있다면 얘기가 크게 달라진다. 아파트로 부채에 허덕인다면 당장 처분해 빚부터 갚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대형 아파트 시장 회복은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오르더라도 소폭일 뿐 현재의 저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따라 향후 부채에 시달리는 중대형 아파트 소유자의 부채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채로 인해 중대형 아파트를 판다면 하루라도 빠른 시기가 곧 매도 적기라는 지적이다.

▲“수도권 아파트, 5년후 더 떨어진다”
경기도 분당 등 신도시와 강남일대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폭락한 집값은 하락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월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경기도 과천. 최근 이 지역 집값은 최고점 대비 26.4%나 떨어졌다. 일례로 부동산 활황의 정점이었던 2006년말 실거래가 11억원 가량이던 104㎡는 최근 6억1000만원 급매물로 나왔고, 약 4억9000만원 깎인 채 팔렸다.

여러 부동산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와 영등포구의 하락률도 최고점 대비 10%나 떨어졌다. 노원과 강동, 은평구도 8% 넘게 떨어졌고, 양천구도 7% 이상 하락했다.

2007년부터 한풀 꺾이며 시작된 부동산 시장 하락 원인으로는 2008년경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수요위축과 함께 고령화라는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지적된다. 고령화는 대형주택보다 소형주택 위주로 시장재편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또 그동안 정부정책에 따른 주택보급률 상승 등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수는 올 8월말 기준 3만호로 사상 최대다.

일선 부동산 전문가들은 “11월 현재 아파트 매매 시장은 바닥”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떨어질 여지가 없다는 말이다.

최근 정부는 침체된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미분양 주택취득시 5년간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100% 감면 △올해 말까지 주택거래 취득세 50% 감면을 골자로 ‘9.10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정책으로 시세는 소폭상승하기도 했지만 하락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장이 실수요자중심의 재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향후에도 저점 시세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처럼 큰 폭으로 오르는 일은 없고 5년 후 집값은 오히려 15%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11월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개최한 ‘201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도 수도권 집값은 내년에도 ‘여전히 바닥’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운사이징 통해 임대수익 등 노려야
폭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집값하락의 진원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다. 다행히 노년층의 주택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단독이나 소형 아파트로 약간 빗겨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2012년도 주택연금 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은 절반가량(45.6%)이 단독·다가구 주택 32평형(108.3㎡)을 소유하고 있다. 24평형(82.4㎡) 아파트 보유(37.8%)가 뒤를 잇는다.

‘자산감소’ 우려 속에 전문가들은 집값하락 사태를 자산포트폴리오 점검 계기로 삼으라고 충고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노년층 자산구성은 주택선호가 강해 부동산이 60%를 넘었다”며 “자산이 지나치게 주택에 묶였다면 일정소득이 없는 노년층에 현금수익보전 차원에서라도 다운사이징으로 임대수익이나 신도시 점포경영 등 수익형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실장은 “주택은 현금화가 어려워 집값폭락시 총자산가치도 덩달아 준다”며 자산의 부동산편중 위험성을 지적하고 “필요 현금이 부채로 이어지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금융공사 조사에 따르면 노년층의 보유주택 가격은 수도권 단독주택 기준 평균 4억3000만원, 전국 단독주택 기준 평균 2억2000만원 가량이다.

보유주택이 단독인지 아파트인지, 지역별 수급차에 따라 하락폭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거주지에 따라 시세가 다르고 대응법도 다르다고 지적한다.

집값에서 안정적인 ‘땅값’ 비중이 큰 단독주택은 보합세이거나 아파트에 비해 하락폭이 작다. 지역별로 아파트 대비 하락률이 절반가량인 경우도 있다.

현재 서울 양천구의 단독주택은 평당 1500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5~6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대문구도 단독주택은 보합세로 상황은 비슷하다.

그러나 아파트 시세는 단독주택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신도시 등 외곽지역 중대형 아파트는 많게는 반값, 강서구 등지 중소형 아파트는 적어도 1억원 이상씩 하락했고, 최고 2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하락률은 지역별 편차가 커 5~10%에서 20%까지 다양하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5~6년전 6억원대였던 32평형 아파트도 현재는 최저 3억5000만원~4억원 초반대에 거래 중”이라며 “24평형 아파트도 평균 2억4000만원대로 5년 전에 비해 1억원 가량 하락했다”고 전했다.

또 아파트 하락폭은 소형과 대형 간 차이도 크다. 아파트의 경우 올해 1년 새 강남권 소형(20~30평형대)과 대형(40~50평형대)의 하락차는 2배 이상, 경기도는 10배 이상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아파트는 하락폭이 크지 않고, 설사 큰 폭으로 떨어졌더라도 자산으로서의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24~30평 아파트, 장기적으론 시장주류”
향후 단독주택가격은 땅값에 의존하기 때문에 집값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독주택이라면 시장흐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실장은 “도심지 32평형 단독주택은 재개발도 안 돼 차액을 노리기는 어렵지만 주로 임대수익원인 데다 집값에서 비중이 큰 토지는 수익원으로 전망이 밝아 빚이 없다면 보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다소 큰 폭으로 값이 떨어진 아파트라도 당장 팔아 처분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노년층은 거주용으로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주자산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며 “시장이 폭락했다고 팔아버리고 임대시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년기 잦은 주거이동은 심리적인 위축 등 부정적 요소가 많다”며 “전세는 2년마다 집을 바꿔야한다는 불안과 전셋값 인상압박 등에 시달리게 된다”고 조언했다.

또 “값이 떨어진 아파트라도 주택연금이나 임대소득 등 노후수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공인중개사사무소 조진호 대표는 “단독주택은 임대수익이 없다면 환금성에서 부정적”이라며 “오히려 24~30평형 아파트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주류”라며 아파트 보유를 조언했다. 이어 “향후 시장은 핵가족화로 2인 또는 1인 가구가 늘면서 18평형, 24평형 등 작은 평수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대형에서 다운사이징을 고려해도 현재는 매도 적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차분히 시장을 살피라고 강조했다.

조진호 대표도 “주택시장은 집값이 떨어지면 팔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매물이 줄어든다”며 “이럴 때일수록 조급히 처분하려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매물이 몰릴 때 팔면 손해 보는 쪽은 파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산은 더 불안해진다”며 “꼭 팔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최저점인 현재 이후를 매도시기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부채부담이 큰 경우 부채 해소가 우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자산을 갉아먹는 빚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부채청산을 겸해 소형주택으로 갈아타는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라며 “노년층은 70세 전후로 주택규모를 줄이는데, 현재 60대라면 이 시점을 앞당겨 대출부터 갚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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