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농장’을 아시나요?…
농사일하며 건강과 요양 ‘일석이조’
‘요양농장’을 아시나요?…
농사일하며 건강과 요양 ‘일석이조’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11.16 14:37
  • 호수 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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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영농과 건강관리 결합사업체인 ‘요양농장’(Care farms)이 꾸준히 인기다. 네덜란드의 경우 공인건강관리기관으로 출범한 곳을 포함해 요양농장 수만 1000개를 넘어섰다. 노르웨이·이탈리아·벨기에·영국 등에서도 요양농장이 인기다. 학습장애를 겪거나 심리문제·중독증세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고령자 대상의 맞춤 요양서비스를 내세워 날로 증가세다. 선진국처럼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국내서도 어르신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요양농장’을 표방하는 시설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형태와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여느 요양기관처럼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위해 내부 텃밭을 갖춘 소규모부터, 최근에는 ‘체험·주말농장’에서 요양기관을 병행하는 시설도 생겨나고 있다. 요양농장은 무엇이고, 이곳을 이용하면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알아본다.

▲ 국내에서도 고구마 캐기, 콩 재배 등 농장일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요양농장’형태의 요양원들이 어르신들께 요양과 함께 전원생활을 제공, 각광 받고 있다. 어르신을 찾는 가족에게도 농장체험과 자연환경으로 고향집같은 편안함과 추억을 선사한다.사진=임근재 기자
▲선진국 ‘요양농장’ 맞춤형
선진국에서도 농장일로 건강을 회복하려는 요양농장의 서비스 질 확보는 논란의 핵심에 있다. 그렇지만 요양농장이 요양의 본질에 적합한 시설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재활에 필요한 노동은 일상활동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양농장의 출발점이 일상적인 근로참여를 의도하고 있는 점, 그리고 이 같은 근로를 통해 이용자의 사회복귀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요양농장의 서비스 질은 ‘적절하다’는 결론이다.

특히 이용자의 욕구충족이 중시되는 장기요양에서 요양농장은 더 유용하다. 요양농장은 소규모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기 때문. 따라서 개별적인 필요를 관찰하고 충족시키기가 더 쉬운 것으로 꼽힌다.

유럽의 요양농장 대부분은 기존 농업체에서 출발했다. 요양기관 내 원예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곳도 있다. 요양서비스 이용자의 농장활동은 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2명이 1주에 이틀 가량 농민과 일하거나 40명의 인원이 낮 동안만 적당히 농장활동을 하는 곳도 있다.
네덜란드의 요양농장은 요양수혜자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운영되며 일부는 수혜자들이 속한 의료보장기관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기도 한다.

또 다른 자금줄은 바로 지역자치단체. 지자체는 요양농장의 입소자들에게 서비스 제공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요양농장’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3등급에 포함돼야 한다. 등급 외 일반 어르신이 이용하려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귀농이 어르신 전원 요양시설로 결실
본지 취재진이 요양농장을 체험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자리한 ‘용인 해바라기 노인요양원.’ 입소가능 인원 수는 9명이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연령은 70~80대로, 뇌졸중 후 재활치료를 위해 입소하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는 아니라도 전원 속에서 요양하기 위해 들어온 경우도 있다.

부지면적 450평에 3개의 건물을 갖춘 이 요양원은 500평 가량의 부속농장이 있다. 800평 가량의 외부 농장에서는 고구마를 가꾼다. 1인실과 2인실, 3인실, 부부실이 마련돼 있고, 매달 본인부담금 50만~70만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입소 어르신들이 가족들과 텃밭을 가꿀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귀농 붐과 함께 농장을 시작한 배정은(여·45)·하찬호(남·49) 원장 부부의 요양원은 남편이 청년시절부터 키워온 농장에 대한 꿈이 바탕이 됐다. 농장을 운영하던 중 간호사이자 사회복지사인 부인의 전문성이 보태져 요양원으로 거듭났고, 현재 입소 어르신들께 ‘전원 요양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편은 경기 이천에 자리한 연수원 주변의 자연풍경에 매료돼 귀농을 꿈꾸게 됐다. 여주자연농고의 ‘귀농귀촌학교’와 용인의 ‘농업기술센터’ 영농교육이수로 꾸준히 준비했고, 지난 2009년 농장을 차렸다.

귀농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고정소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 공동요양생활가정’인 지금의 요양원을 운영하게 됐다.

간호사로서,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입소 어르신들의 개인차를 모두 수용할 수 없는 대형병원이 늘 안타까웠던 아내는 가까이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다는 열망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농장을 갖춘 요양원은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지만, 귀농을 원한 남편과 지척에서 어르신을 보살피기 원하던 부인의 꿈도 이뤄줬다.

개원한지 두 달여 동안 어르신들의 가족도 여러 차례 다녀갔다. 조충신(남·70) 어르신과 구관옥(여·85) 어르신의 손자손녀는 거실과 방을 넘나들며 어르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갔다.

배 원장은 “보호자들이 어르신들을 찾아뵈면서 농장도 체험하고 연못에서 개구리, 미꾸라지도 잡고 고구마도 쪄먹으며 시골 할머니댁의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가도록, 어르신은 물론 그 가족과도 전원생활을 나누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농사일 좋아하는 성격이 우선
‘해바라기 요양원’은 농장을 좋아하고, 요양원 생활을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주를 이룬다. 요양원 이용 어르신들의 개별성향과 요양 등급별 활동량도 차이가 있어 농장일의 참여도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또 다른 가족을 이루기 위해서는 농사일에 대한 애착이 우선돼야 한다.

경증의 치매를 앓고 있는 이소남(여·85) 어르신은 요양농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최근 농장일을 하면서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고 있기 때문. 많은 연구에서 치매 어르신의 경우 치매 발생 전 환자가 호기심으로 즐기던 신체활동이나 운동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밝히고 있다. 이소남 어르신도 앉았다 일어서는 등 육체활동이 가능하고, 고구마 캐기나 찬 만들기 등을 좋아해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고구마 밭일을 거드는 등 농장일에 참여하면서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배 원장은 “농장일을 통해 누구보다도 건강해지고 쾌활해진 분이 바로 이소남 어르신”이라며 “저희가 의도했던 건강과 전원생활을 가장 마음껏 누리시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에는 아드님이나 어르신 모두 요양원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어두운 표정이었다”며 “우울증도 있었고, 식습관도 좋지 않았는데 일주일 만에 크게 변했다”고 전했다.

이소남 어르신의 아들 김동운(남·52)씨는 “입소 어르신들은 전원생활을 하는 가족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며 “몇 차례 오가며 정말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어머니를 믿고 맡길 수 있어 아들로서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요양농장은 전원생활을 통해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편히 모실 수 있는 장소로 제격”이라며 “농장을 겸한 요양원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농장일이 어르신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지만 속단하기 이른 측면도 있다. 이 요양원에서도 이소남 어르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농장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비롯해 직접 캔 고구마를 찌거나 채소로 반찬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서적 안정을 누리는 정도다.

유럽의 경우 농장생활과 근로를 통한 자립과 재활, 그리고 사회복귀를 유도하는 과정이 요양농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 때문에 요양시설은 대부분 소규모다. 요양시설이 작으면 입소한 개별 요양 수혜자의 욕구를 파악, 충족시키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요양농장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어려운 형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등급을 인정받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요양기관들이 농장을 병행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요양등급을 인정받아 국가의 지원을 받는 어르신들은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건강상태’가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농장의 혜택을 이용할 수 없다. 또,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초기, 전원 속에 자리 잡았던 요양기관들이 도심으로 몰려드는 추세다. 산 좋고 물 좋은 환경도 중요하지만, 어르신들은 자녀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배 원장 부부도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요양원 수입은 적자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남편 하 씨는 “대부분 요양등급 대상인 어르신들로 농장업무는 한계가 있고, 자연과 전원을 바라보며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정도”라며 “이소남 어르신의 경우처럼 건강과 체력적 조건이 충족되는 어르신들에게는 요양농장을 통해 농사일로 심신의 건강을 지키면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말농장·텃밭을 운영하는 요양기관은 ‘동두천 노인전문요양센터’를 비롯해 장애인 대상의 ‘행복한 집’, 어르신들의 원예요법 프로그램 운영하는 각 지역 시립병원,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등이 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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