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다룬 영화 잇따라 개봉
…‘노인·노화’ 공감대 확산 기대
노년기 다룬 영화 잇따라 개봉
…‘노인·노화’ 공감대 확산 기대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2.11.23 14:11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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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플 라이프’ ‘볼케이노: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엔딩노트’ ‘아무르’ 등은 올해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개봉하는 최신작이라는 것 외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바로 노인들의 삶을 그린 영화라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이 최근 스크린 안에 보다 적극적으로 담기고 있는 것. 이전까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노인들은 주변적 인물로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영화의 중심축이 노인 인물로 옮겨지고 있다. 노년기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다룬 네 편의 최신 개봉작을 통해 노인의 삶을 비춰본다.

최근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던 70대 남성이 아내를 살해하고 투신을 시도해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치매 등을 이유로 한 노년기의 자살, 살해 사건들이 연일 급증하는 추세다.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 그래서일까. 최근 많은 영화들이 노인의 삶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노인 관련 각종 사건들이 연출가의 영감을 자극하고 있고, 나이 드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소외감, 상실감 등의 감정이 인간 내면을 통찰하게 하는 좋은 소재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이 증가하면서 노인의 삶을 다룬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무르’의 연출가인 미하엘 하네케(70)도 자신의 영화는 “내가 정말 사랑했던 내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며 “그 경험이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경우처럼 연출가 자신 혹은 지인들이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노인의 삶에 새롭게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노인의 삶을 다룬 영화의 증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먼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노인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노인과 노년기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영화들은 노인 또는 노화와 관련된 각종 사안들이 자신과 괴리된 것이라고 여기는 대다수의 젊은 세대에게 깨달음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국가, 성별, 빈부를 초월한 인류 보편의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또, 노인 연출자와 배우들이 선사하는 작품과 연기는, 그 자체로서 노인이 갖고 있는 깊이, 연륜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젊은 관객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쌓여가는 그들의 내공을 보면서 나이 든다는 것의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어르신 관객들은 남다른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11월 22일부터 12월 19일까지 개봉하는 ‘심플 라이프’ ‘볼케이노’ ‘엔딩노트’ ‘아무르’ 등 네 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심플 라이프 (개봉 11월 22일)
허안화 | 홍콩 | 118분
홍콩에서 4대에 걸쳐 로저(유덕화) 집안의 가정부로 살아온 아타오(엽덕한)가 갑작스레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로저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이민을 간 상태에서 아타오는 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요양원에 입소한다. 아타오는 요양원에서 여러 사람들과 새로운 가족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로저는 아타오의 빈자리를 느끼며 그녀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

홍콩의 거장 허안화(71)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시종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세밀한 연출력으로 진솔함이 깊게 배어있는 작품이다.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 ‘제48회 금마장영화제’의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볼케이노 (개봉 11월 22일)
루나 루나슨 | 아이슬란드 | 95분
37년 전, 화산폭발로 잿더미가 된 고향을 떠나 학교 수위로 살아온 하네스(테오도르 줄리어슨). 은퇴식을 마친 그는 공허함을 느끼지만, 가족에게 위로를 구하기는커녕 괜한 트집을 잡고 짜증을 부린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식들의 대화를 듣게 된 그는 소원해진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본다. 하네스는 여생 동안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변화하기 시작한다. 아내를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넙치 스프를 준비하고 부드러운 표정과 말투로 가족들을 대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 순간, 37년 전 화산폭발 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 그를 덮쳐 온다.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제작된 시나리오는 인물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하네스를 연기한 테오도르 줄리어슨(69)의 폭 넓은 연기는, 사랑 표현에 서툰 우리네 아버지들을 연상시켜 감성을 자극한다.

엔딩노트 (개봉 11월 29일)
스나다 마미 | 일본 | 90분
40여 년 동안 평범한 가장으로 가족을 위해 살아왔던 스나다 도모아키. 은퇴 후, 그는 건강 검진을 통해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죽음 앞에 두려워하고 슬퍼하기보다는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의미 있는 시간들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엔딩노트’를 기록한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도모아키씨의 막내딸 스나다 마미다.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영화로 담아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전한 것.

영화는 먼저 일본에서 개봉했는데, 단 2개 극장에서 개봉했지만 20만명이 관람하고 유언과 바람, 편지 등이 담긴 ‘엔딩노트 쓰기’ 유행까지 일으킨 바 있다.

아무르 (개봉 12월 19일)
미하엘 하네케 | 독일 | 127분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와 안느(엠마누엘 리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안느는 반신불수가 되고 병의 증상이 단계별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국 배변기능을 상실하고 삶에 대한 의지도 잃게 될 정도로 안나의 상태는 극단에 이르지만, 조르주는 그녀를 간호하겠다고 자처한다. 감독 미하엘 하네케는 세상 밖과 단절된 두 사람의 가족이 고통으로 점철 되가는 과정을 쓸쓸하고 냉정하게 그려낸다.

올해 열린 ‘제65회 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노부부의 시련을 사실적으로 표현,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과 현실, 생과 사의 교차 지점에서 삶을 정면으로 응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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