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정보화사회서 소외되는 어르신들
노년층 체계적 정보화 교육·지원 시급
첨단 정보화사회서 소외되는 어르신들
노년층 체계적 정보화 교육·지원 시급
  • 장한형 편집국장
  • 승인 2012.11.23 15:24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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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몰 등 인터넷 사용 요원
교육 지원금 구비서류·절차 복잡해

 급격한 정보화에 따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첨단 정보통신기기에 의존하는 형태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지만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받지 못한 노년층은 이른바 ‘스마트한 생활’에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제도적 교육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부 어르신들은 스스로 어렵사리 정보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컴퓨터 등 정보화기기는 물론 교육장소 등을 확보하지 못해 구걸하다시피 지원을 호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백세시대은 제344호(11월 16일자)에 ‘겨울 한파 이기는 아이디어 방한용품 봇물’이란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최근 첨단 소재와 기술을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접목해 출시된 저렴하고 실용성 높은 방한용품을 독자 어르신들께 소개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보도 이후 전국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이 기사에 게재된 발열조끼 등 방한용품에 관심을 나타냈고, 백세시대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 구입처를 문의했다. 백세시대 기자들이 기사에 게재된 방한용품을 가장 저렴하고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구매를 안내했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여겼다.

일례로, 중소도시인 충남 아산시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은 “인터넷으로 어떻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느냐.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전화를 끊었다.

이처럼 최근 통신은 물론, 쇼핑, 여가와 문화, 교육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 분야에 걸쳐 인터넷과 스마트폰, 각종 첨단 정보화기기를 사용하게끔 재편되고 있거나 이미 완료됐지만, 정보화 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은 이 같은 변화의 물결에서 배제되고 있다.

급격한 정보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정보화 교육을 마련하는 어르신들이 있지만 외부의 관심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동년배 어르신들을 모아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는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서울원로방 이도필(85) 회장(본지 제240호 보도)은 자비를 털어 어렵게 운영해 오던 노인 컴퓨터교실을 문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정보화교육장으로 운영되던 개인 사무실이 재건축되면서 지난 4월에 교육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12대 이상의 컴퓨터가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려면 운영비가 지금의 2배 이상 더 든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까지 그 운영비를 이도필 회장이 홀로 감당했지만 이제는 그 부담이 너무 커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새롭게 마련한 교육장의 월세는 44만원. 여기에 전기세 8만~10만원과 무선인터넷 사용료 7만원 등 기본 운영비와 공과금만 월 60만원이 족히 넘는다. 특히 기존 사무실은 건물이 오래돼 49.58㎡(15평)의 넓은 평수를 월 22만원에 사용했지만 새 보금자리는 21.81㎡(6.6평) 크기에 월세는 44만원에 달한다.

이도필 회장은 “85세 노인이 혼자 부담하면서 운영할 용기가 나지 않아 컴퓨터교육장 운영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매일 ‘원로방’을 찾는 36명의 노인 학생들과 무료로 봉사하는 강사, 운영진들의 얼굴이 아른거려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회원들은 지난 5~6월부터 작은 정성을 모아 300여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행히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과 열정에 힘입어 서울 원로방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에 비영리단체 민원을 신청해 노인정보화교육기관으로 정식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15일 서류가 접수돼 이르면 내년부터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의 지원을 받기 위한 등록절차가 워낙 까다로웠다. 최종 신청까지 약 7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실제 지원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등록신청서 △단체의 회칙(또는 정관) △회원명부 △당해연도 및 전년도의 총회 회의록 △사업계획서 및 수지예산서 △전년도 결산서 △단체소개서 △활동내역 등 8개 항목에 달했다.

권영웅(71) 부회장은 “민간단체지원법에 의거해 서울시에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며 “절차를 확인하고, 서류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시청에만 5~6번 방문했다”고 하소연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지원신청은 시청에서 받지만 관련 서류작성은 서초구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전산센터’에서 진행했는데 제출서류가 많아 이를 준비하는 데만 1달여가 소요됐다”며 “노인들의 정보화 교육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마치 장애물 경기를 하듯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애를 태워야 하는 실정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장한형·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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