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비어가는 농촌, 어떻게 살릴 것인가
텅텅 비어가는 농촌, 어떻게 살릴 것인가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11.30 12:24
  • 호수 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지속가능한 젊은 농촌만들기, 교육과 의료가 ‘관건’
농촌에 사람이 없어 텅텅 비고 있다는 뜻의 ‘농촌 공동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 농촌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농민 10명 중 9명이 50세 이상일 정도로 농촌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농촌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전국 평균(11.4%)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실정이다. 게다가 FTA 등 세계시장개방 탓에 농가의 소득은 더욱 감소한 한편 도농간 교육·복지·문화 격차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학계, 관련단체들은 ‘농촌살리기’ ‘젊은농촌만들기’를 주제로 전문가들을 모아 잇달아 세미나 및 포럼을 개최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위기의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농촌공동화의 원인과 실태, 대처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 농촌의 인구감소로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충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농촌학교 통·폐합에 대해 제천·단양 시민연대가 11월 28일 제천교육지원청 앞에서 회견을 열고 “농·산촌을 붕괴시키는 소규모학교 폐교와 합병 조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

▲위기의 농어촌… 고령화·도농격차 심화
농업 쇠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구 20호 미만인 ‘과소화마을’이 전국에서 3000개를 넘어섰다. 젊은이들이 떠난 텅 빈 농촌을 고령의 노인들이 외롭게 지켜나가고 있는 마을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어촌의 과소화 마을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어촌 과소화마을은 최근 5년 새 1000개 이상 늘었다. 2005년 2048개(5.7%)였던 것이 2010년에는 3091개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농어촌 마을 3만6496개의 8.5%를 차지하는 수치다.

시·도별로는 전라북도, 전라남도, 충청북도 순으로 많았다. 특히 전라북도는 전체 농어촌 마을 중 20.1%가 과소화 마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이 열악한 읍·면 소재지로 갈수록 과소화마을의 수는 더 많았다. 전체의 59.1%인 1827개가 면 단위에서 나왔다.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과소화마을에는 공통점이 있다. 도농교류가 적고, 소득여건이나 공동체 활동도 미미했다. 실제로 농어촌 마을의 약 20%가 참여하는 도농교류 비율이 과소화마을은 11.2%에 그쳤다. 농어촌 관광이나 농수산물 판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을 단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춘 비율도 3.2%에 불과했다. 아울러 영농조합, 농업회사 등 생산자조직의 구성 비율도 25.8%로 일반 마을 42.4%보다 크게 낮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주인 박사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산업화와 국가발전은 대규모 농업 해체와 농촌 지역사회의 공동화를 동시에 초래했다”며 “개별 마을 차원에서 단시간에 해법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구 고령화, 소득격차 해소, 생활·의료 인프라 구축 등의 당면 과제를 정부 주도 하에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최윤지 박사는 11월 27일 열린 ‘농촌공동화 방지를 위한 포럼’에서 “농촌이 단지 농업인들만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비농업인도 거주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정책은 젊은 농업인들이 삶터, 일터, 쉼터로서 농촌을 인식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농촌에서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촌 등지는 이유 1위, 자녀교육
그나마 남아 있는 젊은 세대마저도 농촌의 열악한 교육환경 때문에 불가피하게 도시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촌 공동화·과소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집중된 교육인프라를 농어촌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개최한 ‘농촌생활지표로 본 농촌사회 변화와 전망’ 심포지엄에 참여한 순천대학교 강대구 교수는 “1960 ~70년대 먹고 살기 위해 탈농현상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아이들 교육과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농촌을 떠나고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농촌 주민들을 분석한 결과,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촌 인구의 대부분이 소득격차보다는 교육격차 때문에 농촌을 떠나기로 결심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농촌지역은 취학 인구의 부족으로 학교의 축소와 폐교 현상이 나타나고 농촌 주민 역시 농촌학교의 교육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보다 나은 자녀 교육을 위해서 농촌 주민들은 이농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보조금, 학생 수당 원어민 강사 수 등 도시와 농촌 간 교육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의 다양성에서도 그 차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농촌 주민의 자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지역단체 등이 자금을 지원해 농촌 자녀들을 위한 학습 시설과 문화 공간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인들을 위한 평생교육 인프라도 도시지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평생교육진흥원 조사결과, 농어촌의 평생학습 참여율은 25.7%로 서울·광역시(3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교육참여 시간의 경우 농어촌(56시간)은 서울·광역시(113시간)의 절반에 머물렀다. 연간 학습투자비용도 농어촌은 49만원, 서울·광역시는 86만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령의 농어민들이 생활고를 겪으며 위기의 농어촌을 지키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환경과 교육여건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의료·복지·문화시설 확충 시급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료·복지·문화시설도 농촌공동화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농촌의 의료복지 체계는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재활의학 전문의가 한명도 없는 시·군이 각각 44%와 28%나 된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가 농촌 의료복지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대구대학교 조희금 교수는 최근 열린 ‘농촌사회 변화와 전망’ 심포지엄에서 “농촌지역이 밀집한 군 단위 지역일수록 건강불평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자체들이 농촌 주민들을 위한 순회진료 등 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을 하고 있지만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촌을 지키는 고령의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 농촌을 이끌어 갈 젊은 세대들이 의료·복지 서비스 때문에 도시로 이주하지 않도록 시설 확충 및 서비스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의 대도시 중심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지역중심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화향유의 불균형도 농촌 공동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현재 군 단위 지역 중에는 극장조차 없어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곳이 대다수다. 영화 한편을 보기위해서는 인근 도시로 나가야만 한다. 한해에 오페라, 연극 등이 공연되는 것도 손가락을 꼽을 만큼 드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마상진 연구위원은 “농어촌 주민들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도시생활 만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 문화 수준을 갖춘다면 귀농·귀촌인구의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 연구위원은 또, “만약 군과 면·읍으로 나눠 조사를 펼치면, 면·읍의 열악한 교육 인프라 실태가 더 확실히 드러날 것”이라며 “같은 농어촌 지역이라도 군보다 면·읍 지역의 시설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군과 면·읍을 나눠 보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지역에 정책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귀농 이주, 젊은 농촌만들기 해법
농촌인력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도농 간 귀농이주 중개사업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젊은농촌살리기운동본부 박흥서 대표는 “줄어드는 농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이농현상을 막고, 도시민들의 귀농이주정책을 돕는 사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결혼중매사업처럼 도시를 ‘신랑’, 농촌을 ‘신부’로 따지자면, 농촌의 필요인력, 작물종류, 휴경면적, 농가소득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적합한 도시와 연계하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촌이 변화하려면 흙을 딛고, 흙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농민이 늘어나야 한다”며 “단기성과 위주의 지원정책보다 자영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촌에서 살 수 있도록 수익성과 생활여건을 보장하는 장기적인 농업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귀농이주정착 프로그램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에서 살다가 농어촌으로 이사한 가구 수가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01년 880가구에서 2005년 1240가구, 2010년 4067가구로 늘었고, 지난해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박 대표는 “귀농·귀촌 가구의 급증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데다 전원생활을 추구하는 국민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농촌 공동화 방지 대책의 핵심은 늘어난 귀농·귀촌 가구의 정착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개사업이 도시와 농촌을 짝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특성을 살린 소득원 창출, 주거 공간 개선, 마을 공동사업 추진 등을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젊은 농부가 안심하고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는 우리 농어촌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수산식품부는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정책, 상담, 정보를 한자리에서 제공할 수 있는 ‘귀농·귀촌 종합센터’를 지난 3월 설치,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귀농·귀촌 자료를 통합한 포털사이트도 함께 개설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자체, 농촌진흥청, 농어촌공사, 농업인재개발원 등에 분산돼 있던 귀농·귀촌 지원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종합센터에서는 농촌진흥청과 농어촌공사, 농협 직원 12명이 합동으로 근무하면서 귀농·귀촌 준비를 종합적으로 상담, 지원한다. 농촌진흥청 농촌현장지원단 기술위원 또는 연구기관 연구원을 통한 품목별 재배기술에 대해 1:1 상담은 물론, 현장실습 교육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방문이 어려운 경우 전화(1544-8572)와 인터넷(www.returnfarm.com)을 통해서도 상담할 수 있다. 상담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현장컨설팅도 병행하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