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자원봉사 지도자 일본 해외연수(상)
노인자원봉사 지도자 일본 해외연수(상)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3.01.04 16:25
  • 호수 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日, 국민 4명중 1명 노인… 개호보험 집중투자
지역사회 기반한 노인복지·고령친화산업 육성
지난 12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대한노인회 자원봉사지도자 일본 해외연수가 진행됐다. 이번 연수는 노인자원봉사활동에 우수한 성과를 보여 전국에서 선발된 지회장, 연합회 부장, 자원봉사코치 등 2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후쿠오카와 오이타현 노인클럽연합회와의 만남을 비롯해 ‘후쿠오카시 시민복지플라자’ ‘오이타현 사회복지협의회’ ‘유메마고 고로원’ 등을 방문, 현지 노인들의 생활상과 노인복지제도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 해외연수 동행취재를 통해 노인자원봉사 지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일본의 노인복지시설의 특징과 현황에 대해 상·하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오이타현 시민활동센터 견학을 마친 후, 연수단과 일본 기관대표들은 양국 우호증진을 위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후쿠오카시 시민복지플라자 개호용품점에서 담당직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 오이타현 자원봉사·시민활동 센터 전경.
▲ 오이타현 시민활동센터를 방문, 사회복지협의회 상무이사, 노인클럽연합회장, 자원봉사 시민활동센터장과 함께 설명회 및 질의·응답시간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인 장수국가다. 이미 200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 9월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3000만명을 돌파, 전체인구(1억2806명) 중 고령자 비율이 무려 23.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정부주도로 노인복지와 산업육성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고령친화산업을 유망산업으로 육성해왔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오랜 시간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복지를 연구, 다양한 복지정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인간 존중, 시민 참여 중시, 지역에 대한 종합적 지원, 시민 중심의 정책 추진, 공평성과 공정성을 노인 복지계획 수립의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00년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와 비슷한 개호(介護·곁에서 돌보아 줌)보험을 만들고 이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이기 때문에 보험을 통해 각 가정에서 노령자 및 장애인을 돌보자는 게 정부의 취지다. 즉, ‘지역과 가정에서 돌보는 개호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정책에 의지하는 우리나라와는 정책방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시민복지플라자, 어린이·주부와 함께 즐기는 평생교육의 장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이 없다. 대신 시민복지센터를 운영한다. 고령자 및 장애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안심하고 자립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 종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시민복지플라자는 도심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연수단이 방문한 곳은 후쿠오카시 시민복지플라자다. 이곳은 후쿠오카시가 1998년 설립·운영하는 지역 종합복지센터다.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불우아동 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민간복지의 거점센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운영비 전액은 후쿠오카시 복지기금 등에서 지원한다. 보조금은 매년 2억1400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27억8200만원에 달한다.

이곳은 노인뿐만 아니라 주부, 어린이까지 어울려 이용하는 평생학습의 장으로, 하루 약 9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시민복지플라자에서 근무하는 직원만도 센터장을 비롯해 복지사, 보건사, 간호사 등 200여명이다. 여기에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시민봉사자들의 참여가 더해져 지역교류의 장소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후쿠오카시 시민복지플라자는 ‘서로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로’라는 모토 아래 복지용구 전시장, 개호강좌, 노인복지보험 및 건강상담 등 다양한 시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6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은 마치 ‘복지종합선물세트’ 같았다. △1층 작품전시관, 레스토랑, 매점 △2층 도서·정보실, 자원봉사센터 △3층 복지용구 전시장, 복지상담실 △4층 13개 민간 복지단체 사무실 △5~6층 운동실을 비롯한 시청각실, 음악실, 연수실(7개), 실습실(7개) 등의 강의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3층에 위치한 복지용구 전시장에는 전동침대, 식기, 응급벨, 화장실 용품 등 1580여점의 아이디어 상품들이 대여·판매되고 있었다. 작은 생활용품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해 개발된 상품들은 자원봉사클럽 지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4년 전에 지어진 복지플라자 건물은 중증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휠체어 이용에 제한이 없는 무장애 설계, 시각장애인 지팡이를 감지해 길을 안내하는 음성유도 시스템, 난청 전용의 보청시스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변기 및 세면대가 완비된 화장실, 도서실 음성 해독서비스, 노인·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자판기 등 노약자 및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시설 안내를 맡았던 켄지 시설총무는 “후쿠오카시는 장애편의·대응시설을 잘 갖춰 세계에서도 노인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라며 “복지 대상자를 노인, 장애인 등으로 구분하지 않고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모이고 배우고 교류할 수 있는 열린 복지서비스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오이타현 노인클럽연합회를 만나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노인자원봉사 지도자들은 후쿠오카시와 오이타현 노인클럽연합회장을 만나 양국 노인단체의 활동과 역할을 비교,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노인회가 우리나라 노인단체를 대표한다면, 일본에는 노인클럽연합회가 있다. 대한노인회는 정책제안을 비롯해 일자리, 자원봉사 등의 고령자 관련 사업을 총괄하며 광범위한 노인복지를 실현하고 있지만 일본 노인클럽연합회는 지역 자조조직으로서 ‘건강·우애증진·지역사회 기여’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현재 일본에는 11만9000여개의 클럽이 있으며 회원수는 739만명 정도다.

노인클럽은 조직구조부터 대한노인회와 다르다. 대한노인회는 경로당-분회-지회-연합회-중앙회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일본은 클럽-학군(초등학교 기준)-구연합회-전국연합회로 구성된다. ‘노인클럽’이 우리나라 ‘경로당’과 같은 기본조직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상시 이용가능한 경로당 건물이 클럽에는 없다는 사실. 이들은 조직만 갖췄을 뿐, 건물이나 장소가 없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수단을 접견하고 많은 정보를 주고받았던 후쿠오카시 노인클럽연합회에는 현재 7개 구, 141개 학군에서 899개 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수는 4만6000여명이다. 반면 오이타현에는 1782개 클럽, 8만70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오이타현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1만7000명으로 고령화율이 26%에 달했다.

차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인클럽은 경로당과 마찬가지로 ‘클럽활성화’를 목표로 회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건강·여가 교실을 운영하고, 다양한 스포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바둑·장기대회를 비롯해 게이트볼, 그라운드 골프, 소프트 다트(우리나라의 ‘한궁’과 비슷한 게임) 경진대회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봉사의 날 등을 실시해 마을 환경미화 활동에도 수시로 참여하고 있다.

다히라 오이타현 노인클럽연합회장(85)는 “일본은 유럽과 한국의 중간형태의 노인복지를 제공하고 있다”며 “노인클럽이 추구하는 ‘소통’ ‘첨단’ ‘지역참여형’ 노인복지서비스는 한국에도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노인클럽은 회원 간 건강·우애 증진 및 지역사회 참여가 최우선 과제”라며 “자원봉사는 지역 사회복지협의회가 담당하고, 일자리는 실버인재센터가 전담한다”고 덧붙였다.

日 노인일자리, 실버인재센터가 전담

우리나라에는 대한노인회를 비롯해 지자체, 보건복지부, 시니어클럽 등 여러 기관이 각각의 특성에 맞는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익사단법인 ‘실버인재센터’가 있다.
실버인재센터는 국가 보조금으로 센터 운영비의 40%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독자적인 사업을 통해 낸 수익으로 보전한다. 60세 이상 건강하고 활동할 의사가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며 전국에 2000여개의 센터가 있다. 특히 한번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회적인 취업 알선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일자리 제공이 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취업알선센터와 차이를 보인다.
글·사진=안종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