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이 바라보는 인생 100세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적극적 경제·사회활동 필요성 증가… 보편적 노인복지 확대해야”
학자들이 바라보는 인생 100세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적극적 경제·사회활동 필요성 증가… 보편적 노인복지 확대해야”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1.04 16:29
  • 호수 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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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연장 제도 추진… 어르신들은 생산적 삶 추구해야”
김동배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인생 100세 시대에는 우리 사회에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우선 지금처럼 50대 중반에 직장으로부터 퇴직하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인생 100세는 그야말로 악몽이다. 궁극적인 목표를 정년폐지에 두고 점차 정년을 연장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때론 기업을 권유해서, 때론 강제적인 법 제정을 통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 문제는 곧 닥칠 고령시대에 노인의 인력과 잠재력을 활용한다는 측면 이외에 국가비전 나아가 국가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 일자리 말고도 노인이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사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국가의 책임이다.
100세를 살아가는 노인 자신도 보다 생산적인 삶을 살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위도식하지 말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삶의 양식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의료기술이 발전되어 있어서 질병을 갖고 있어도 잘 관리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생산적인 삶을 추구하는 일은 혼자 할 수도 있고, 단체를 형성해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기관 및 사회교육기관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인들이 여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개발되어야 한다. 맞춤형 건강관리, 재가서비스, 가족구성원과의 효과적인 대화법, 세대교류, 창의적 예술 활동에의 참여, 죽음준비, 종교와 영성개발 등 풍요로운 삶(life enrichment)을 추구하는 다양한 영역이 포함된다. 노인을 위한 이러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고령사회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생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죽음준비교육 증진돼야”
이경준 중부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죽음은 늘 우리의 생과 공존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집안에서도 죽음을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자연스러운 노화에 의한 죽음마저도 그토록 두렵게 인식되고 이를 언급하는 것이 때론 불손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감당하기 어렵고 유쾌하지 않은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에 따른 사회적 담론 역시 긍정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초부터 뭔 소리냐 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 100세를 내다보는 이 시대에 단순히 잘 늙어가고(well-ageing) 활동적인 노년(active ageing)을 추구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이제 품위 있게 가는 것(well-dying)도 함께 논할 필요가 있다. 이것들은 서로 상관성을 갖고 있으며, 결국 이를 논하는 것은 100세 시대 도래가 선사하는 일종의 여유로서 향후 생에 대한 어떤 준비일 수도, 당장 노년기의 또 다른 활성화 요인일 수도 있다.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리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과 의미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서적 준비는 당장의 죽음에 대한 불안 감소를 넘어 앞으로의 생에 대한 성실함과 적극성을 유도하면서 곧 내 삶의 활동적 노년과 성공적 노화의 동인으로서 삶의 질에 관계할 수 있다.
물론 그 ‘품위’가 지금까지는 다양한 사회적 또는 경제적 조건들에 의해 영향 받아 왔을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그 영향이 절대적으로 품위 있는 죽음과 직결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많은 사회경제적 환경들을 적극 개선해나가는 보편적 노인복지의 확대와 함께 평생교육 활성화 측면에서의 죽음준비교육 증진, 이를 통한 사회인식 확산과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가 양성 등의 방안이 앞으로 더욱 강구될 필요가 있다. 이것으로 우리가 요구해왔던 궁극의 ‘잘 사는 것’(well-being)과도 상통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건강·여가활동은 필수”
이소정 남서울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인생 100세 시대에는 먼저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다. 100세 사회는 직업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유연한 사회가 될 것이며 직업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 가지에 ‘올 인’(all-in) 하기보다 넓은 안목으로 자신의 적성과 여러 가지 직업을 탐색해야 할 것이며 또 이를 위해 부단히 배워야 할 것이다.
또, 100세 시대는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축복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연장된 수명을 발전된 의학기술과 의료기기에 의존한 채 자율적이지 못한 시간으로 채운다면 결코 축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 웰빙에 대한 화두와 더불어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다수의 직장인들과 양육 및 돌봄을 전담해야 하는 주부들은 바쁜 하루하루의 일과 속에서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건강을 돌보는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하다. 즉, 개개인이 건강을 잘 지켜 나갈 수 있도록 각종 제도적, 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백세시대에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100세 시대에는 우리 삶에서 여가생활이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이 달라질 것이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노인은 삶의 만족도가 OECD 국가 평균 이하의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노인 빈곤과 여가에 대한 경험 미비,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적극적인 여가생활은 개인이 성공적으로 100세 사회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유용한 무기를 제공하는데 우선, 직업 이외에 여가를 통해 또 다른 자아실현의 수단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경제적 안정·자아실현 도와야”
최성재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

평생 건강 유지, 경제적 안정 및 자아실현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평생 건강 유지는 단순한 질병의 치료가 아니라 질병의 예방과 함께 정기적 건강 검진 및 적절한 운동과 섭생을 어린 시절부터 노후까지 생활화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오래 전부터 고령화사회를 위한 평생건강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적 안전의 최저수준은 사회보장제도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회보장제도만으로는 여유 있고 안정된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가능하면 젊은 시절부터 개인연금에 가입하여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3층 보장(1층 공적 연금, 2층 직장의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으로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준비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개인적 생애설계를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자기가 잘하고 즐길 수 있는 일과 사회봉사 및 취미 활동을 해나가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으로 100세 세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시간의 흐름에 지나지 않는 나이(연령)라는 지표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고 생각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중년기 이후 능력개발을 위한 사회적 교육과 훈련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중년기 이후부터 생애설계 교육, 평생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후반기를 살아갈 새로운 능력을 배양하여 개인적으로 새로운 직업 활동을 시작하도록 도와주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하거나 사회적으로 보람된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 기업(영리부문) 및 비영리 부문이 노력해 나가야할 것이다. 정년퇴직으로 노인을 사회적 주류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노후에도 능력에 따라 사회적으로 일과 봉사활동 및 개인적 취미활동에 참여하여 건강도 유지하고 사회적 부담도 덜어 주는 사회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세대상생(世代相生)의 준비로 세대갈등 막아야”
한정란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

100세 시대란 단순히 개개인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의미를 넘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 수가 증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에는 셋 혹은 네 세대가 한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반면, 사회는 점차 더 빨리 그리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세대들 간의 차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즉, 인생 100세 시대는 더 커다란 차이를 지닌 더 많은 세대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모순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생 100세 시대를 위한 준비에서 자기 자신의 길어진 노후를 위한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른 세대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준비라 하겠다.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그로 인해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세대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 많은 세대들이 조화롭게 상생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세대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노인들에게는 젊은 세대와 사회변화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젊은 세대들에게는 노인 세대와 과거의 역사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세대는 상호순환적인 관계에 놓여있음을 이해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초핵가족화된 오늘날 우리들은 가정 내에서조차 세대 간에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학교나 직장, 사회에서 여러 세대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제공함으로써 세대 공동의 경험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세대상생의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진정한 복지사회는 아동이나 청년, 노인 중 어느 한 세대만의 행복이나 복지를 통해서는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우리 모두가 행복한 복지사회의 실현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대의 ‘다름’이 ‘틀림’이 아니며, 세대란 고정된 위치가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동해 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리=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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