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성 인격장애 사소한 일에도 소송 남발
편집성 인격장애 사소한 일에도 소송 남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3.02.18 15:03
  • 호수 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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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치료 효과 미미…‘행동요법’중요

▲ 공동생활하는 어르신의 문제행동은 알코올장애나 약물오용 등 물질장애 때문이거나 우울증 조울증 등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인격장애도 공동생활에서 매우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한 개인의 문제행동을 빚어내는 원인이 된다.

 

경기도 한 공동생활가정에 요양 중이신 이모(74·여) 어르신은 함께 거주하는 어르신들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지인들이 어르신에게 무엇인가를 빌리려고 하면 “왜 나한테만 빌려가느냐”소리치며 따지고들기 때문. 이 어르신은 자신을 만만히 보고 의도적으로 물건을 빌린다고 생각해 공격적이고 방어적으로 대응한다. 평소 지인들은 이 어르신에게 제대로 말 붙이기조차 꺼린다.


이 어르신은 타인의 요구를 계획된 괴롭힘으로 해석하고 불신하는 ‘편집성 인격장애’에 해당한다. 특정 문제행동으로 요양시설 등 공동생활에서 어르신들은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인격장애는 한 개인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적인 행동으로 사회생활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다.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 시작된 행동이 시간이 흘러도 다양한 상황에서 변함없이 나타날 정도로 지속된다.


공동생활하는 어르신이 만약 문제행동을 한다면 그 원인은 의학적으로는 알코올장애나 약물오용 등 물질장애일 수도 있고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정신질환일 수도 있다. 노화나 머리 부위의 외상도 꼽힌다.


감정조절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문제를 야기한 어르신들은 인격장애가 확인되면 행동치료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지만 대개는 어르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적이고 강하게 특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면 인격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이때 어르신의 감정은 주로 짜증나고 화나며 두려운 감정들로 조절이 안 되고 지속된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이 앓는 인격장애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의존성 인격장애’가 있다. 이 인격장애는 보호받으려는 욕구가 지나쳐 사람들에게 매달리고 욕구가 거절될까봐 두려워 무리한 요구에도 순종한다. 이별을 두려워하는 ‘분리불안’ 증세가 있으며 대인관계는 불안정하다. 자존감은 낮고 자기주장을 잘 못 편다.


다음으로는 ‘자기애성 인격장애’다. 무한한 성공욕구를 내비치며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관심을 받으려고 애쓴다. 대인관계는 성공을 위해 착취와 공감결여 등의 행동을 보인다. 형제없이 자랐거나 연극 등 예술분야, 운동 등의 전문인에게 많다.


셋째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타인의 관계 유지나 공감에 미숙하다. 남의 권리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동양식을 반복하며, 타인의 감정에는 관심이나 배려가 없다. 사기나 피해를 입히고도 가책을 못 느낀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학대 등이 지속됐다거나 환경 요인도 원인이며 유전도 영향이 크다.


넷째는 ‘경계성 인격장애’다. 자아상과 대인관계, 정서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이다. 만족과 불행이라는 극단을 오가며 본 모습은 종잡을 수 없다. 어떤 때는 만족한 듯 보이지만 금세 좌절해 불행한 감정에 빠지는 등 좋고 나쁜 것으로만 양분된 불안정한 인간관계와 자아상을 보인다. 정서 불안정이 심해 충동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데,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식사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동반되기 쉽다. 자살률은 10% 정도다.


이외에도 회피성ㆍ강박성ㆍ편집성ㆍ히스테리성 인격장애가 있다. ‘회피성 인격장애’는 거절에 대해 예민하고 사회적으로는 무기력하다. 자존감이 낮고 싫은 티를 자각하면 모욕감을 느낀다. 대인관계로 괴로워하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며 때로 사회공포증이 동반된다.


‘강박성 인격장애’를 겪는 경우는 대개 엄격한 가정교육 아래 성장했다. 대인관계에서의 융통성이나 상호작용을 거부하고 사물의 정리정돈, 대인관계의 조절에만 집착한다. 전체를 볼 능력이 부족해 결단력과 판단력, 공감능력 등이 크게 떨어진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행동을 계획된 요구나 위협으로 본다. 대인관계에서 이들은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불신하며 대개 사회에서는 ‘고루한 고집쟁이’나 사소한 일에 ‘소송을 남발하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남의 행동에 대해 자신을 기죽이거나 위협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늘 타인이 자신을 괴롭히고 착취하며 해치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없이 의심하고 질투도 심하다.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는 감정표현이 과장되고 주변의 주목을 끌려고 한다. 간혹 성적으로 유혹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원인은 흔히 어머니의 보살핌 부족이 꼽힌다.


인격장애의 치료를 보면 정신치료라고 하더라도 장애의 종류마다 치료의 초점이 다르다.
‘의존성 인격장애’는 심층적인 정신치료로 겪고 있는 불안감의 원인에 집중한다. 환자가 불안감에 직면하도록 하고 환자가 무력함을 느낄 때 적절한 인지행동치료적 접근방식을 취한다.


‘자기애성 인격장애’환자는 대개 스스로 심리문제가 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스스로 자기애를 포기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양심이나 죄책감, 후회를 불러일으키기보다 친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얻는 장기이익 등에 초점을 두는 게 효과적인데, 동반된 정신과 증상에 따라 정신과 약물은 대증적으로 사용한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정신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를 포함하며 모두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피성 인격장애’는 역동정신치료가 유용하며 거절에 민감해 치료시 효과적인 환자와의 유대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자기주장 및 사회기술 훈련도 도움이 된다. 불안과 우울이 클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강박성 인격장애’는 다른 인격장애와 달리 환자가 먼저 고통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인지행동치료, 정신치료, 약물치료 모두 가능하지만 어느 치료든지 체계적인 치료계획을 바탕으로 장기간 시행이 필요하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타인의 의도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를 수용하고 진료 받도록 하는 자체가 힘들다. 편집성향으로 약물치료시 부작용은 불신의 빌미가 되고 정신치료는 ‘마인드 컨트롤’로 오해하는 등 의사조차 불신한다. 전형 항정신병약물이나 비전형 항정신병약물 사용으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전문의들은 인격장애 치료에서는 약물로도 치료하지만 무엇보다도 행동치료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약물치료는 거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는 약물은 행동장애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임상적으로 호전된 모습을 보인다.


행동치료는 정신치료의 일환으로 특정 행동을 초래한 상황과 결과에 변화를 유도해 행동을 고치는 방법이다. 행동과 빚어진 상황 사이에서 미충족된 욕구를 짚어내 욕구 해결을 돕고 지지해주면서 행동의 변화를 유도한다.


(도움말=명지병원 노인의학센터 031-810-6655)
이호영 기자 eeos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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