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하려면 초혼생활 연결고리를 끊자
재혼하려면 초혼생활 연결고리를 끊자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3.02.28 21:16
  • 호수 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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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한국의 사회동향 2012’를 보면 2011년 전체 이혼 가구 중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 다시 말해 ‘황혼이혼’의 비율은 24.8%로 1990년 5.3%에서 약 5배 증가했다. 뒤늦게 이혼을 경험하는 어르신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듯한 절망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끝내는‘자살’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황혼이혼 후 달리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재혼이다. 하지만 노년기 재혼은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흔히 재혼 후 70% 가량이 다시 결별한다는 통계도 있기 때문. 이는 재혼에서 반드시 고려하고 거쳐야 할 부분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재혼으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면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까. 이혼 후 재혼까지 지나치기 쉬운 주의사항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이혼후 재혼까지 적어도 2년 기다려야
예비 재혼 배우자와 충분한 대화 ‘필수’


생을 마무리하는 노년기. 하지만 이같은 인생의 황혼기에 이혼했다면 이혼 당사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이미 크고 작은 정신적이고 물질적인 ‘손실’을 겪었고, 재혼을 고려한다면 손실과 상처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새 배우자와의 관계와 생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를 간과하면 새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예상치 못한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감정이든 인간관계든 재혼 전 초혼생활에서의 연결고리는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시니어 전문 사이트(www. senior.com)에 따르면 이혼 후 재혼까지 ‘적어도 2년을 기다리라’고 주문한다. 인간관계 등 초혼 배우자와의 여러 관계 등 연결 고리를 정리하기까지 시간은 곧 이혼 후 재혼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인 셈이다.
특히 노년기 재혼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전 배우자와의 친지나 친구 등 인간관계가 유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전 배우자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는 게 먼저다. 재혼 전문가들은 “전 배우자에 대해 느끼는 연민 등의 감정은 향후 새로운 배우자와의 헌신적인 상호 관계로 나아가는 데는 걸림돌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재혼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흔히 이혼 당사자들은 이혼에 대해 ‘현재로서는 자유롭고 전혀 상실이나 손실이 없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혼 후 수입이나 시간, 자녀들과의 관계 변화, 이혼 후 주위의 달라진 시선 등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이혼으로 입은 손실의 크기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혼으로 인한 손실은 묻어둬서는 안 된다”며 “이혼에 지불한 직·간접 비용과 변화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인식해야 하며 이는 과거에서 벗어나 여생을 능동적이고 행복하게 가꾸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결혼 생활의 대부분은 ‘시간과 열정, 감정’의 투자다. 따라서 이혼 직후 초혼생활에서의 관계에 투입해온 시간과 감정, 열정 등 여러 개인적인 자원들을 재혼 후에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혼 후 초혼생활에서 좋아했던 것은 무엇인지, 싫었던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경험하면서 이혼 당사자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또 여전히 변화해야 한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반드시 재혼 전에 정리해둬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이혼 직후나 이혼 기간동안 이를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같은 평가가 끝나면 재혼이라는 생활에 ‘재투자’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특히 예비 재혼 배우자와는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 상호간에 믿음이나 애정이 충분해도 재산이나 가족계획, 자녀양육과 관련해 재혼 후 아이를 갖기를 원하는지 갖는다면 언제인지 등이다.
특히 전업주부일지라도 재혼 후 대부분의 남편은 수입원을 내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재혼 전 일부분 생활비와 자금을 대고 아내는 사전에 가계를 관리한다는 등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또 기존의 자녀가 있다면 어떻게 함께 살지 의논해야 한다.
따라서 재혼 전 배우자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이렇다. △결혼식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 △상대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예물은 무엇인지 △배우자의 일과 목표를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는지 △가계를 누가 맡을지·상대방과 재정적 책임과 목표를 공유하고 수입·지출 등 세부사항 논의 △육체·정신 건강 이력에 대해 완전한 정보 제공 △성적 욕구·성적 기피 등에 대한 기호공유 △상대방의 이메일 메신저와 휴대전화, 예금통장 비밀번호 등을 공유할지 △상대방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고 교육시킬 것인지·친부모와의 만남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상대방 친구를 인정하고 친구 방문과 초청을 수용할 수 있는지 △가정에 대한 가치 공유 △결혼시 의무·상대방 약속을 전적으로 신뢰하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또한 재혼 전 미래 예비가족이 될 사람들과 충분히 만나야 한다. 특히 재혼 전 상대방 자녀를 만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재혼 후 상대방 자녀들이 쉽게 마음을 열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 자녀들로부터 환영을 받기까지 어떻게 자녀들을 다루고 대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혹여 자녀들의 반응이 냉랭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후 인내해야 한다. 상대방 배우자의 자녀와도 실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 자녀가 당신의 친 자녀만큼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게 먼저다.
해외 선진국에서처럼 전 배우자와 ‘친구’로 지내지는 못해도 과거 ‘앙숙’으로 다투던 문화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초혼 배우자들과도 관계가 지속될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둬야 한다. 재혼 후 상대방의 초혼 배우자, 그리고 자신의 초혼 배우자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혼과 재혼을 통해 지지해줬거나 반목했던, 그리고 새롭게 생기는 친구와 친지들과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한편 재혼시 고려해야 할 것들을 간과하면 재혼은 다시 이혼으로 파경을 맞게 된다. 특히 자녀들과의 재산문제에서는 단호해야 한다.
재혼 이혼률이 초혼보다 높고 초혼인 경우 7~8년차, 재혼인 경우 2~3년차에 이혼을 선택하는 등 결혼 기간도 짧다. 이유는 자녀들과의 유산 문제, 결국 돈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재혼코칭’이라는 자신의 재혼 경험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한 김번영 상담학 박사는 “어르신들을 상담해보면 황혼이혼은 의외로 자녀들이 권하는 경우도 많고 황혼재혼은 자녀들 때문에 재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황혼재혼은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경우도 많아 결국 대부분 재산 때문에 자녀들이 반대하면서 파경을 맞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김 박사는 이 때문에 원하지만 재혼하지 못하거나 재혼 후 재차 이혼한 어르신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주변인들의 이목이 없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싶다”는 등 상담이 쇄도한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재혼에서는 특히 어르신의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단호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르신은 재혼 전에 자녀들과 경제적인 부분들을 정확하게 선을 그어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례로 집 등은 너희 유산이지만 뒷산은 너희 새 어머니 것이라는 식으로 짚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랑에 대한 재정의와 정확한 이해를 강조했다. 사랑은 상대방의 경제적인 필요까지 채워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며 재혼에서 경제적인 동인이 핵심인데 마치 부차적인 것으로 치워버리거나 백안시하며 언급하기 꺼려하는 우리 사회 풍조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황혼재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필요를 맞추는 것, 서로의 경제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특히 노년기 경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여성 어르신이 생계의 방편으로 재혼을 결정한 것에 대해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는 바로잡아야 할 편견”이라며 “우리 사회는 사랑의 개념을 착각하고 있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등 상대방의 경제적인 여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사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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