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자연주의 모두 품은 한국 사찰음식… 新먹거리로 ‘각광’
건강·자연주의 모두 품은 한국 사찰음식… 新먹거리로 ‘각광’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3.15 11:10
  • 호수 3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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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먹거리 아닌 수행이자 문화로서 ‘가치’

2000년대 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웰빙’(Well-Being)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미 1980년대 유럽에서는 미국의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의‘패스트 푸드’(Fast Food)에 대항해 다양한 식문화를 존중하자는‘슬로우 푸드’(Slow Food) 운동이 성행했을 만큼, 식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음식에 대한 화두는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을 보호하고 음식의 감사함을 자각하자는 사회적·철학적 움직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사찰음식이다. 사찰음식에는 수행과 자연주의 등 철학적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올 봄, 가벼운 몸과 마음을 위해 사찰음식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사찰음식의 특징과 예법, 조리법을 소개한다.


심신의 건강 다스리고 음식·생명 소중함 느껴


100세 시대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식(食)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2월 15일 범국민 식문화 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터넷 홈페이지(www.templefood.com)에 30여종의 사찰음식 레시피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일반적으로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등 매운 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인 오신채와 육류를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찰음식에는 단지 무엇을 먹고, 먹지 않는다는 차원 이상의 깊은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의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에 대한 감사와 온 세상의 화평을 기원하며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으로 정의된다.
사찰에서는 음식재료를 재배하는 일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행하는데, 이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수행의 연장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음식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정성이 들어감을 인식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사찰음식을 먹을 때는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양을 먹고, 음식을 절대로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사찰음식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수행음식이라는 점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 불교적 자비관을 바탕으로 육식을 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신채를 먹지 않는 이유도 향신료의 특성상 맛에 대한 탐착이 일어나 수행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찰음식에는 모든 생명들이 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깨닫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행정신이 담겨있다.
최근 사찰음식이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음식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인공 조미료 원료로 쓰이는 화학 물질인 MSG 등 온통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재료가 첨가된 음식을 섭취해 건강과 입맛을 잃고 있는 사람이 늘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 사찰음식에는 인공조미료가 들어가지 않고, 대신 자연재료로 만든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제피가루, 들깨가루, 날콩가루 등 천연조미료가 첨가된다. 이 같은 천연조미료는 각종 국물과 무침, 조림, 김치 등을 만들 때 사용돼 음식의 풍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영양상의 불균형도 해소한다.
이 밖에도 사찰음식은 한국 식문화의 특징이기도 한 저장성과 발효성도 두루 갖추고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항암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식재료로 제철 음식을 주로 사용하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는 이들도 사찰음식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사찰음식을 먹을 때 알아야할 특별한 예법은 무엇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우공양’(鉢盂供養)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발우공양은 스님들이 평소 사찰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하는데, 발우란 국그릇, 밥그릇, 충수그릇, 찬그릇 등 네 가지로 구성된 스님들의 그릇이다. 불교에서 주는 모든 것은 공양이라고 하는데, 밥 먹는 것 또한 몸에 생명력을 주는 것이라 공양이라 부른다.
평등, 청결, 절약, 공동체, 복덕사상으로 설명되는 발우공양에는 엄격한 순서와 방법이 있다.
먼저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하는 법구인 죽비를 세 번 치면 합장한 뒤 발우를 편다. 깔개를 펴놓고 발우를 꺼내 차례로 놓은 뒤, 죽비를 한 번 치면 소임자들이 청수물, 밥, 국 순서로 행반을 한다. 4개의 발우에는 각각 밥, 국, 반찬 그리고 공양을 마친 후 설거지물로 쓰이는 청수물을 담는다.
죽비를 한 번 치면 밥을 담을 발우를 높이 들고 봉발게를 외우고, 다시 죽비를 한 번 치면 발우를 내려놓고 오관게를 외운다. 이어, 눈에 안 보이는 중생에게도 밥을 나눈다는 의미의 헌식 행위로 밥알을 조금 따로 떠 놓는다.
죽비를 세 번 치면 합장한 후 공양을 시작하는데, 함께 먹는 사람들과 속도를 맞춰가며 천천히 먹는다. 발우를 닦기 위한 김치 한 쪽은 반드시 남겨둔다.
공양이 끝나면 소량의 물과 함께 남겨놓은 김치 한 쪽을 이용해 빙글빙글 돌리며 발우 안쪽의 음식 찌꺼기를 닦은 후에는 김치를 먹고 물도 마신다.
청수물을 이용해 오른손을 담가 발우를 닦아 헹구고, 퇴수 걷는 스님이 퇴수동이를 들고 오면 퇴수물을 붓는다.
발우수건으로 수저와 발우의 물기를 닦고 발우를 처음처럼 묶어 놓는다. 공양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죽비 일성에 합장하고 모든 이웃의 은혜에 보답할 것을 다짐하는 식필게를 외운다.
이처럼 발우공양 법은 사찰에서 생활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 실천하기에는 다소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개별적인 절차와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발우공양의 근본정신을 마음에 새기며 사찰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찰음식 조리법

고구마줄기 들깨가루 볶음
재료 : 고구마 줄기 300g, 홍고추 1개, 집간장 1T(큰 스푼), 들깨가루 3T, 생강 1t(작은 스푼), 들기름 2T, 통깨 1t, 천일염 약간
조리방법
① 고구마줄기는 껍질을 벗겨서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찬물에 씻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집간장을 넣고 무쳐 밑간해 둔다.
② 홍고추는 채썰고, 생강은 다져 놓는다.
③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생강을 넣고 볶다가 고구마줄기를 넣고 볶아준다.
④ 고구마줄기가 부드러워지면 들깨가루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한 번 더 볶아주고 채썬 홍고추, 통깨를 넣고 뒤적여 그릇에 담아낸다.

두릅김치
재료 : 두릅 600g, 소금 약간, 고춧가루 2T, 홍고추 3개
조리방법
① 두릅은 딱딱한 밑동부분은 칼로 잘라내고 깨끗이 씻어준다.
② 끓는 소금물에 두릅의 밑동부분부터 숨만 죽을 정도로 데친 후 찬물에 한 번 헹궈준다. 이 때 두릅 삶은 물은 버리지 않는다.
③ 두릅이 크면 5cm 길이로 잘라주고, 굵은 것은 반으로 가른다.
④ 홍고추는 어슷썰어 준비한다.
⑤ 3의 두릅에 고춧가루, 소금을 넣고 무쳐 저장용기에 넣어준다.
⑥ 두릅 삶은 물에 생수를 더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두릅이 잠길 정도로 부워준다.

아욱죽
재료 : 쌀 1.5C(컵), 아욱 1단, 된장 3T, 소금 약간, 참기름 1T
조리방법
① 쌀은 깨끗이 씻어 불린 다음 물기를 뺀다.
② 아욱은 푸른 물이 나올 때까지 박박치대 주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③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서 쌀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아준다.
④ 넉넉한 물에 된장을 체에 걸러서 찌꺼기는 걸러주고 3의 냄비에 붓고 저어주면서 끓여준다.
⑤ 쌀이 거의 퍼지고 나면 아욱을 넣어 푹 무를 때까지 약한 불에서 충분히 끓여준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

<사진·도움말=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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