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재미와 감동 ‘가득’
[책]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재미와 감동 ‘가득’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3.22 10:23
  • 호수 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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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 숨겨진 상징·의미 찾는 즐거움 ‘쏠쏠’

 

▲ 동화책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파랑새)의 한 장면. 이 책에는 할아버지와 손자 민수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동화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준다.

 

편견을 깨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동화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편견 역시 마찬가지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해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지만, 반드시 아이들만 읽어야 하는 책은 아니다. 동화에도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여운을 남기는 감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화책은 어린이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어휘로 쓰여 있어 가독성이 좋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삽화까지 함께 볼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특히 노안으로 인해 양이 많고 빼곡한 활자가 부담스러운 어르신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동화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면, 그동안 간과해왔던 동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수 있을 것. 올 봄,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 왼쪽부터 순서대로 ‘나는 기다립니다’(문학동네), ‘강물이 흘러가도록’(시공주니어), ‘스갱 아저씨의 염소’(파랑새), ‘할아버지의 나무 이야기’(문학동네)의 한 장면이다.

 

활자 양 적고 그림 많아 눈 피로한 어르신 부담↓
1·3세대 교감 담긴 동화, 손주와 함께 읽을 수도


따스한 봄볕이 행복한 요즘, 책 읽기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노안으로 인해 눈이 쉽게 침침하고 피로해지는 어르신들은 독서조차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이 바로 동화책 읽기다.
일반적으로 동화책은 어린이들만이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화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읽기 쉽도록 단순한 이야기, 또는 우화 등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를 통해 상징하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를 테면, 삶의 철학이나 책임과 자유, 기다림 등의 추상적인 가치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출판사들이 ‘아이와 함께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책’을 표방하며,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성 있는 동화를 꾸준히 펴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성인 독자들이 동화책을 통해 기대하거나 예상치 못한 감동을 얻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어르신들이 혼자 또는 손주와 함께 부담 없이 읽기 좋은 동화책 다섯 권을 소개한다.
문학동네어린이가 펴낸 ‘할아버지의 이야기 나무’는 작가이자 화가인 레인 스미스가 쓰고 김경연이 번역했다.
이야기 속 어린 손자가 뛰어노는 정원은 백발인 증조할아버지가 가꾼 곳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다듬어진 나무들이 가득하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정원에 두고 간 물건들을 주워가며,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농장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원예사가 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던 세계대전과 전쟁 중 만난 증조할머니와의 결혼, 그리고 노년기로 접어들기까지의 과정 등…. 손자가 들려주는 증조할아버지 이야기와 다양한 모양을 한 나무의 형태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코끼리는 할아버지를 상징한다. 넓적한 귀와 긴 코를 가진 코끼리는 비교적 수명이 길고, 매우 영리해 수십 년 전의 일도 잊지 않을 만큼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이는 할아버지가 살아온 오랜 시간과 기억을 상징하는 것.
뉴욕타임즈는 이 책을 ‘겸손한 작은 명작’이라고 평하며 ‘풍부하고 은유적인 예술성에서 힘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벌어진 실화를 그려낸 동화책도 있다. 이상희가 번역한 ‘강물이 흘러가도록’(시공주니어)은 제인 욜런·바버러 쿠니가 글을 쓰고, 바버러 쿠니가 그림을 그렸다.
주인공 샐리 제인의 어린 시절, 그녀의 마을은 대도시인 보스턴에 물을 대기 위해 물에 잠기게 된다. 영원할 것만 같던 고향에서의 행복한 시절이 허탈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제인은 아버지와 함께 저수지가 된 고향을 찾아와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고 저수지에 비친 별빛을 보며 기억 속의 고향을 기억해낸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주목하는 이 동화는 추억을 간직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사람들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추억이라는 것. 이를 통해, 어른들은 자연스레 고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또 다른 동화책 ‘나는 기다립니다’(문학동네)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담겨 있다. 다비드 칼 리가 이야기를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안수연이 번역했는데,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소품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형태로 제작된 이 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기다림의 순간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완성되길 기다리던 아이가 자라 연인과 사랑을 하고, 군대에 가고, 전쟁을 치르며,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고, 손자를 만나기까지 마주치게 되는 기다림의 순간이 담긴 것.
책장을 넘길 때마다 빨간색 끈이 이어져 인연을 묘사하고 있는 삽화는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자 매력이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인생과 기다림을 조망하고 있는 만큼, 두터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김인자의 글에 윤문영의 그림이 더해진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파랑새)은 어르신과 손주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다.
평소에도 어르신들을 좋아한다는 저자 김인자는 수많은 노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손자인 민수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펴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라고 말하는 민수의 아침 인사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한다.
어찌 보면 단조롭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두 사람의 일상은 많은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세대를 초월해 서로를 아끼는 손자와 할아버지의 마음이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손주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 또, 손주에게 어른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계기도 만들 수 있다.
프랑스 문학가인 알퐁소 도데가 쓴 ‘스갱 아저씨의 염소’는 에릭 바튀의 그림, 강희진의 번역으로 파랑새가 펴냈다.
이 책은 스갱 아저씨의 염소 블랑께뜨가 아저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뛰쳐나가 늑대를 만나는 비극적인 결말을 그리고 있다.
블랑께뜨는 안전함과 자유 중 자유를 선택했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했던 것. 대부분의 동화가 따뜻하고 이상적인 이야기만을 그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냉정한 결말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독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이 블랑께뜨라면, 또 블랑께뜨가 산으로 가길 만류했던 스갱 아저씨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보길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삽화의 색채가 강렬하고 과감해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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