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혁명가’ 영동농장 김용복 회장 경로당 회원 되다
‘녹색혁명가’ 영동농장 김용복 회장 경로당 회원 되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4.12 15:06
  • 호수 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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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노인 섬기려…노노케어의 새 모델
▲ 영동농장 김용복 명예회장(왼쪽에서 6번째)이 4월 5일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 등 내빈과 함께 전남 강진군 논정경로당 가입을 기념하여 12인승 승합차(중앙) 기증식을 거행하고 있다.
▲ 영동농장 김용복 명예회장이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과 함께 경로당 가입 후 처음으로 강진군 신전분회를 찾아 회원들과 담소하고 있다.

강진군 논정경로당 가입…2500만원 승합차 기증
김 회장 “굶주림 이기고 꿈 이뤄…이젠 봉사의 삶”
이 심 회장 “이런 분들이 와야 경로당 크게 활성화”

62년 전 혈혈단신으로 엉엉 울며 고향을 떠난 소년이 있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그는 월사금 넉 달분을 내지 못해 중간고사를 치르다 말고 교실에서 쫓겨났다. 공부를 잘했고, 줄곧 반장을 맡았지만 소용없었다. 소년은 세 가지 굶주림에 시달렸다. 배고픔과 가족사랑, 학업이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꿈을 가슴에 품었다. 기필코 돈을 많이 벌어 평생 소작농인 아버지가 실컷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불우한 청소년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열사의 사막에서, 그는 땀을 흘렸고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농장주가 되었다. 세 굶주림에서 벗어났고 두 가지 꿈도 다 이뤘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인생을 일군 것이다. 그런 그가 고향에 돌아왔다. 단지 자랑을 위한 금의환향이 아니다. 팔순의 나이에 고향의 노인들을 섬기기 위해서다. 눈물을 뿌리고 떠났던 그가 웃음을 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래서 고향의 경로당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4월 5일 오전 11시 30분 전남 강진군 강진읍 향교로 대한노인회 강진군지회 강당. 이곳에서 경로당 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서울)영동농장 김용복 명예회장의 강진군 논정경로당 회원 가입 및 승합차(2500만원 상당) 기증식이 열린 것. 김 회장은 이 지역 출신으로 중동에서 배추를 재배해 녹색혁명을 이루고, 강진의 버려진 뻘밭 356만㎡(공유면적 포함)를 옥토로 바꾼 인물이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이 심 회장을 비롯해 송인준 노인지원재단이사장, 조래원 이사, 정태진 이사가 참석했고, 전남연합회에서 한두현 연합회장, 정철주 목포시 지회장, 조백환 화순군 지회장, 박준상 해남군 지회장, 김한식 강진군 지회장 외에 군내 11개 면 경로당 회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정치인으로는 민주통합당 이낙연(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과 강진원 강진군수, 군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 해 축하했다.
이 심 대한노인회장은 환영사에서 “김 회장은 부유하고 출세한 사람의 대표이고 지식인이자 문화인”이라면서 “이런 분의 경로당 가입은 대한노인회에서 새로운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돈 있는 사람, 출세한 사람, 건강한 사람들에게 경로당에 오라고 하면 ‘내가 왜 경로당에 들어갑니까’ ‘내가 건강한데 심부름하러 가느냐’ 반문한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와야 경로당이 활성화된다. 김 회장은 사막에서 배추농사를 지어 많은 외화를 벌었고, 농촌문화재단을 만들어 농촌에 공헌한 사람을 매년 시상할 뿐 아니라, 중국 연변과 러시아에서 계몽 교육을 하고 장학재단을 만들어 인재를 길러온 분이다. 이런 훌륭한 사람의 경로당 가입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한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면 노노케어를 해야 한다”면서 “전남 무안군이 전국에서 제일 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용복 회장은 가입 인사말에서 “신전면 논정마을에 제 농장이 있기 때문에, 경로당 회원 가입은 오히려 제게 영광”이라면서 “앞으로 이곳에 살다시피 하면서 고향의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회장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울컥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오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젖을 못 먹었다. 이럴 땐 쌀 뜨물을 먹인다는데, 나는 보리 뜨물도 못 먹는 참혹한 인생이었다. 금릉중학교에 1등으로 입학해서 반장을 역임했지만….”
김 회장은 고향을 떠나며 꾼 꿈에 대해 소개했다. 첫 번째 꿈은 땅 부자가 되는 것이었는데, 46세에 이를 이뤘다. 1979년 4월 사우디 사막에서 실패를 거듭한 끝에 처음 수확한 배추 500kg을 50만원에 팔았다. 그는 그 감격 때문에 일주일간 통곡했다고 한다. 현재는 강진의 226만㎡ 땅에서 매년 질 좋은 쌀 1만3000석을 생산하고 있다. 두 번째 꿈은 장학사업이다. 그는 1982년부터 장학회를 만들어 150여명의 인재를 키워냈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장학생 가운데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9명이고, 교육자·법조인·회계사 등으로 성장해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의 세 번째 꿈은 진행형이다. 그는 “내 몫으로 예비해 둔 재산을 몽땅 털어 복지문화재단을 만들겠다”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일에 남은 인생을 불태우려한다”고 말했다. 경로당에 새 차를 기증한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19년 된 낡은 차를 탄다. 구두는 밑창을 8번 갈아가며 32년째 신고 있고, 여행 가방도 31년 된 것이라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진원 강진 군수는 “김 회장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승합차를 기증해서 감사하다”면서 “이에 대한 화답의 의미로 한 해 700만~800만원에 이르는 차량 운영비와 유류비는 군 예산에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이날 모든 참석자들에게 읍내 유명 한식집에서 점심을 대접했다. 점심 식사 후 대한노인회 신전분회와 논정경로당을 신입 회원 자격으로 방문했다.
한 경로당 회원이 “신전분회 복지회관은 지은 지 30년 된 노후 건물이라 여름에 화장실 냄새가 심하다. 화장실을 옮기는 등 건물을 리모델링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 회장은 즉석에서 관련 비용을 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경로당 가입식에 참여한 신 모 어르신(80)은 “힘들게 고생한 사람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을 섬길 줄 안다”면서 “재벌들도 이 분의 행위를 보고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정경로당 회원인 윤 모 어르신(여·77)은 “성공한 고향분이 같은 회원이 되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 모 어르신(75)은 “(김 회장이) 마을을 잘 보필해주고 마을 사람들과 잘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김용복 영동농장 회장 약력
△1933년 1월 전남 강진 출생 △건국대 정외과 졸업 △63년 주한 미8군사령부 교육처장 보좌관 △65년 베트남 기술노무자(월급 350달러) △79년 2월 영동농장 설립(미화 7달러, 삽 4자루, 농부 4명으로 사우디 사막서 배추 농사) △79년 4월 20일 사우디 농장서 배추 첫 수확 △82년 대한민국 석탄산업훈장, 용복장학회 시작 △83년 전남 강진 간척지 356만㎡ 매입, 자비 개발 △85년 간척지서 영농 시작 △89년 용복장학회 재단법인 승격 △2003년 한사랑농촌문화재단 설립(한사랑농촌문화상 7회째 시상) △2008년 건국대 명예경영학박사 △2013년 1월 아너소사이어티 229번째 가입
◇주요 저서=‘사막에 승부를 걸고’ ‘ 모란을 가꾸는 사람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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