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끼리 서로 ‘생명지킴이’ 돼야”
“노인끼리 서로 ‘생명지킴이’ 돼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4.12 15:31
  • 호수 3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창립 22돌 세미나

죽음이란 말 금기시하던 시절 죽음교육 시작
웰다잉 강사 350명 배출…이젠 자살예방 나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70%는 주변에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단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입니다.”
각당복지재단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가 창립 22주년을 맞아 4월 6일 연세대 각당헌에서 ‘노인자살률 1위, 그 이유와 예방책을 묻는다’ 라는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단체가 배출한 웰다잉(well-dying) 강사와 일반인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에는 한국형 자살예방프로그램 ‘보고듣고말하기’를 익히는 워크숍 형태로 진행했다. 오후에는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동우 인제대 의대 교수(상계백병원)의 주제 강연 및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보고듣고말하기’는 정신의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노인학 등 전문가 20명이 개발한 한국형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다. 보기를 통해 자살 위험성을 빨리 알아채고, 듣기를 통해 적극적이고 공감적으로 경청하며, 말하기를 통해 안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자살 예방의 전 과정을 말한다. 해외의 자살예방 교육 자료를 검토하고 임상경험과 시민의식 조사를 거쳐 1년반만에 완성했다.
이 프로그램을 강의한 노원정신보건센터 이은진 교수는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통하여 노인이 노인의 친구가 되어 손을 잡고 눈을 맞추고 말을 들어준다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1991년 4월 현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여·95)이 남편 고 라익진 박사와의 사별을 계기로 당시 연세대 총장 박대선 박사, 윤보선 대통령부인 공덕귀 여사, 김자경 오페라단장, 김인자 서강대 교수 등과 함께 만든 모임이다.
창립이후 10년 동안은 죽음이 무엇인지, 우리가 왜 죽음을 배워야 하는지를 알리는 세미나와 공개강좌를 열었다. 알폰스 디켄 신부, 제이콥 왓슨 등 해외 석학을 초청하여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2002년부터 죽음준비교육 지도자양성 과정(2년 4학기)을 운영해 모두 300명을 배출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웰다잉 전문강사 양성 과정(연 1회 100시간)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350명을 길러냈다. 죽음교육을 원하는 기관이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에 의뢰하면,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 웰다잉 강사를 파견한다.
이 단체의 또 하나 자랑은 웰다잉 연극단이다. 현재 자살문제를 다룬 작품 ‘소풍가는날’로 찾아가는 공연을 하고 있다.
메멘토모리(죽음을 생각하라는 뜻) 독서모임도 갖고 있다. 삶과 죽음 관련 책을 읽고 월1회 토론하는 모임이다. 최근엔 존엄한 죽음을 위해 작성하는 ‘사전의료의향서’ 쓰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다.
다음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홍양희 회장과의 일문일답.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가 사회에 기여한 게 있다면.
“죽음이란 말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죽음 교육을 시작했고, 죽음의 의미를 학구적으로 탐구하고 성찰하는 다양한 활동을 선보였다.”
-앞으로 어떤 일을 펼칠 것인지.
“자살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등 생명사랑운동을 펼치겠다. 또한 어린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웰다잉 전문 강사의 연령 분포와 활동 영역은.
“강사의 절반이 65세 이상으로 노인대학, 복지관, 평생학습센터, 기업체, 학교 등에서 수강생의 눈높이에 맞춰 죽음교육을 실시한다.”
-주제를‘노인 자살’로 잡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은 세계 1위다. 노인의 4苦(4고: 질병, 빈곤, 고독, 역할상실)가 우울증으로, 자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형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듣고말하기’가 웰다잉 강사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됐다.”
-노노케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인에게 현실적으로 친구가 되어줄 사람은 바로 노인이다. 그 노인을 자주 접촉하는 사람도 노인이다. 노인이 노인의 친구가 되어주는 노노케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자살예방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