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도 다섯 명만 뭉치면 협동조합 ‘OK’
어르신도 다섯 명만 뭉치면 협동조합 ‘OK’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4.12 15:32
  • 호수 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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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설립신청 봇물…하루 평균 6.5건씩 접수
▲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협동조합 ‘더불어 樂(락)’ 참여자들이 조합이 운영하는 음식점 ‘밥상마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더불어 락’ 제공

경제민주화, 일자리, 복지 문제 해소 ‘1석3조’
수익모델 있어야…조합원 결속력이 성패 열쇠

광주광역시 광산구 노인복지관 회원 10여명은 어엿한 사업체의 공동 주인들이다. 곽 모, 박 모 어르신 등 건강하고 음식 솜씨 좋은 이들이 조금씩 돈을 출자해 만든 것은 협동조합 ‘더불어 樂(락)’. 이 협동조합 덕분에 그동안 목마르게 찾던 일자리를 확보했고, 독거 어르신들에게 음식 대접도 할 수 있게 됐다. 협동조합 ‘더불어 樂(락)’은 ‘두부마을’이라는 두부 제조 및 판매, 팥죽집 ‘밥상마실’ 그리고 북카페 등 3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樂(락)’ 같은 협동조합 설립신청이 봇물을 이루면서 협동조합이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일자리·복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지난 3월 10일까지 100일간 설립신청은 총 647건으로, 하루 평균 6.5건씩 줄을 잇고 있다. 이 가운데 481건이 신고 수리되거나 인가를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동조합 설립이 3월을 지나 최근까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협동조합기본법 관련 현황조사 연구’를 통해 2017년까지 5년간 최대 1만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는 협동조합 설립 상담과 컨설팅 제공 및 인가·감독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7개 권역별 중간지원기관을 구축하여 협동조합의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 누구나 1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해 협동조합이 일상화되는 ‘협동조합 도시 서울’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협동조합 종합지원센터’를 만들어 관련 정보 제공에서부터 교육, 설립 지원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협동조합은 자영업의 몰락을 막아 지속가능한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해체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튼튼한 안전망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의 특징=협동조합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이 모여 조직한 사업체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협동조합은 출자 액수와 관계없이 1인 1표를 행사하기 때문에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협동조합은 자발적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열려 있는 조직이라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주식회사나 비영리법인과 달리 소액 출자가 가능하며 소규모 창업과 취약계층 자활을 도울 수 있는 공생발전 모델이다.
자본금의 일부는 조합의 공동재산이며, 출자 배당이 있는 경우에 조합원은 출자액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다. 잉여금은 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일부는 배당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적립한다.
협동조합은 불황에도 생명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캐나다 퀘벡 지역 공식 조사에 의하면, 협동조합의 5년 뒤 생존율은 62%인데 비해, 주식회사는 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뒤 생존율도 44.3%로 일반 기업의 1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경제 위기가 찾아와도 해고를 자제하고 임금을 줄여서라도 고용을 유지한다”며 “지속가능하고 안정적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종류와 설립 절차=협동조합은 영리 목적의 일반협동조합과 비영리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일반협동조합은 시도지사에 신고함으로써 설립할 수 있으며, 금융·보험을 제외하고 업종과 분야에 거의 제한이 없다. 잉여금의 100분의 10 이상을 법정적립금으로 처리하며, 법인을 청산할 때 정관에 따라 잔여재산을 처리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의 인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고, 공익사업 비중이 40% 이상이어야 한다. 잉여금의 30% 이상을 법정적립금으로 처리하고, 배당을 할 수 없으며, 청산 시 재산은 국고 등에 귀속된다.
일반협동조합 설립 절차는 발기인 모집으로 시작해, 정관 작성→설립동의자 모집→창립총회→설립신고→사무 인수인계→출자금 납입→설립 등기의 순서를 밟는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설립신고 대신 설립인가를 받는 게 다르다.
◇국내외 협동조합 사례=해외 법인 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한 AP통신(미국), 알리안츠보험(독일), FC바르셀로나(스페인) 등이 협동조합이다. FC바르셀로나는 축구팬들이 출자한 세계 최고의 명문 축구 클럽으로 선수들이 행정과 관리 업무도 직접 수행하고 있다. 4년마다 단장을 선출하며 회원들의 정당한 대우를 위해서 옴부즈맨 제도를 실시한다.
국내 협동조합 사례를 보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 등이 모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협동조합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
퀵서비스 배달기사, 결혼이주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컨대 ‘문수두루누리협동조합’은 전남 여수 문수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취약계층 주민들이 모여 마을카페, 마을베이커리 등을 운영한다.
이밖에도 지역주민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귀농인, 재활용, 문화예술 관련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는 부산시 동구 ‘수정동 희망마을 수직농장’ 등이 있다. 수정동 수직농장은 도심 건물에서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이용해 수경재배로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 시 유의점=협동조합이 일반 기업보다 설립이 쉽고, 생존율이 높다고 하지만 장밋빛 환상은 금물이다.
협동조합도 회사의 한 형태이니만큼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설립하기 전에 시장 환경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신생 협동조합이 대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금 조달은 전적으로 조합원들 몫이다. 정부가 지원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직접 지원보다는 설립상담이나 경영컨설팅 등 간접지원을 위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끊겼을 때 자생력이 없는 조직은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도 필수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으면 조합원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조합원 교육을 협동조합의 7대 원칙에 넣어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협동조합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강점이 있지만, 같은 이유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발언권을 갖고 있어서 의사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조합원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소통으로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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