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 ③ … 의료현장에서 본 안락사
한국죽음학회 월례포럼 ③ … 의료현장에서 본 안락사
  • super
  • 승인 2006.08.25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통·권리를 존중하는 성숙된 공감대 필요

김건열 전 서울대 교수 주제 발표

 

“죽음이란 출생과 같이 삶의 일부를 이룬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불안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모든 인간들의 바람일 것이다. ‘한국죽음학회’는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어 온 ‘죽음’의 문제를 부각시켜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적 담론을 끌어내고자 월례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노년시대는 학회의 발표 내용을 지면에 공개해 ‘죽음’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제3회 죽음학회 포럼은 김건열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교수의 ‘의료현장에서 바라본 안락사 문제에 대해’라는 주제로 열렸다.

 

김 교수는 포럼에 앞서 ‘죽음이란 출생과 같이 삶의 일부를 이룬다’는 인도의 유명한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골의 말을 빌어 죽음을 정의했다.

 

김 교수는 이번 포럼을 통해 삶의 일부인 죽음을 보다 평화롭고 아름답게 맞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료현장에서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는 ‘안락사’에 대한 문제를 제시했다. 

 

안락사란=의학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고통을 조절하거나 없애기 위해 제3자가 인위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사망하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안락사는 본래 심한 고통이 없는 편안한 죽음,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 잠자는 것과 같은 평화로운 죽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처럼 안락사란 수세기 이전부터 말기 환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최대한 자유롭게 하는 자비로운 윤리적 관행을 뜻했다.

 

환자의 생명권 무조건 보호는 ‘무리’
무한대 책임묻는 법리해석 개선돼야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질병의 고통이나 단말마(죽기직전의 괴로움)의 고통을 없애려는 의학적 조치로  그 의미가 변화됐다. 안락사는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의 ‘오리건주(州)’ 등 극히 일부에서만 인정하고 있으나, 이는 아주 엄격한 법리에 맞는 절차적 정당화 수순을 요구하고 있다. 안락사는 시술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 한다.

 

▶ 소극적 안락사(消極的 安樂死) : 죽음에 직면한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지하거나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함으로써 환자를 죽게 내버려두는 행위를 말한다.

 

▶ 간접적 안락사(間接的 安樂死) : 환자의 생명이 단축될 염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처치했을 때 그(의도하지 않았으나) 예상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를 말한다.

 

▶ 적극적 안락사(積極的 安樂死) : 환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환자의 사망과정에 의사가 직접적으로 관여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행위를 말한다.

 

▶ 의사도움자살(醫師도움自殺) :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데 필요한 수단이나 그것에 관한 정보를 의사가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죽음의 과정에 대한 3가지 방식=죽음의 종류를 크게 ‘불법적인 죽음’과 ‘합법적인 죽음’으로 나눌 수 있다. 죽음에 있어서 불법과 합법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환자의 결정권과 그 과정에 관한 절차적 정당성에 있다.

 

절차적 정당성에는 한 사람만의 결정이 아닌 담당의사, 환자의 법적대리인 그리고 담당의사의 의학적·윤리적 합당성에 입각한 임상적 판단이다.

 

최근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3가지 죽음의 방식을 통해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과정을 살펴보도록 한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존엄사 : 80대 중반의 고령환자인 교황은 ‘폐렴후유증’으로 기관지절개술을 받고, 요로(尿路)감염증에 이은 패혈증, 그에 속발된 ‘파종성혈관내응고증’ 등 ‘다장기부전증’을 앓고 있어 임상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다행이도 의식만은 명확해 자신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고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의료기기에 연명하지 않고 죽음을 맞았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안락사 : 제77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의 주요 대상을 독차지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여자권투선수를 키우던 트레이너가 경기도중 불의의 사고로 인공호흡기에 연명하며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사는 선수를 위해 독극물을 주입하고 산소호흡기를 떼어준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줬지만 한편으론 미국 현행법으로도 불법이고, 법적으로 살인에 해당하는 안락사 행위를 미화시켰다는 이유로 논쟁이 되기도 했다.

 

▶식물인간 ‘테리 샤이보’의 자연사 : 환자가 15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자기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환자였다. 환자가 식물인간이어서 자기의사 표시를 확실하게 할 수 없었고, 사전의료지시서 등 법적 효과가 있는 의사표시를 해 놓은 것도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15년 동안 의료기계에 연명하며 고통받는 아내를 위해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의사의 전문소견하에 아내의 인공 튜브를 제거했다.

 

위의 사례와 같이 죽음의 과정에 있어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고통을 조절하거나 없애기 위해 제3자가 인위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사망하게 만드는 행위를 ‘안락사’라고 한다.

 

반면 환자의 의사에 따라 더 이상 의료 기기에 연명하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존엄사라고 하며,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소견하에 환자의 인공적인 연명치료법을 중지하고 자연스럽게 임종을 맞게하는 것을 ‘자연사’라고 한다.

 

안락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안락사에 대한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팽팽한 찬반양론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만큼 관심 또한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의료기계에 연명하며 생명을 연장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자가 늘어날수록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큰 부담과 고통뿐만 아니라 막대한 의료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편에선 안락사를 찬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지켜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완화의료 및 존엄사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즉 임종문화와 아픈 사람의 고통과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는 성숙된 사회적공감대가 필요한 것이다.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조건 생명을 연명시키고, ‘환자의 생명권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에 뒤처진 발상은 버려야 한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의료기술의 발달 측면과 사회제도 의료제도의 구조적 결함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의사의 양심과 선의지에만 무한대의 책임을 묻는 법리해석도 개선돼야 한다.

 

발췌·정리=이미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