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10명 중 4명“자녀가 걱정 안 끼치고 사는 게 효(孝)”
어르신 10명 중 4명“자녀가 걱정 안 끼치고 사는 게 효(孝)”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5.03 10:54
  • 호수 3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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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대한노인회 공동 전국 노인 2541명 설문조사

‘안부전화·방문 때 효 느낀다’19.7%…‘자기 몸처럼 보살필 때’17.8%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질문엔 49.7%가“배우자”…29.5%는“자녀”
‘나는 행복하다’70.4% 응답…‘불행하다’는 어르신은 3.4%에 그쳐
현재 가장 힘든 고통은 질병 > 외로움 > 가난 > 역할상실 순

우리나라 어르신 10명 중 4명 이상이 ‘부모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잘 살아 갈 때’ 자녀가 효도(孝道)를 하고 있다고 느끼며, 자녀보다 배우자를 더 많이 의지하며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대한노인회(회장 이 심)와 공동으로 4월 23일부터 전국 60세 이상 2541명에게 ‘효도에 대한 의식 및 노년의 생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효를 느끼는 기준에 대해 어르신의 43.2%는 ‘자녀가 부모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잘 살아 갈 때’를 첫손으로 꼽았다. 19.7%는 ‘자녀가 안부 전화나 방문을 할 때’ 효를 느낀다고 응답했고, ‘나를 자기 몸처럼 보살피고 챙겨줄 때’라고 답변한 사람은 17.8%였다. ‘용돈을 줄 때’(15.2%), ‘선물을 할 때’(4.1%) 등 물질적인 표현을 통해 효를 느낀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삶의 행복도 조사에서는 ‘매우 행복’(18.6%)을 포함하여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어르신이 70.4%에 이르렀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응답이 26.2%였고, 불행하다는 사람은 ‘아주 불행’을 포함해 3.4%에 불과했다.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은 누군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어르신의 49.7%가 ‘배우자’라고 응답했다. ‘자녀’라고 응답한 비율(29.5%)을 멀찌감치 앞섰다. 또한 어르신의 9.7%는 ‘경로당 친구’라고 응답해 경로당이 어르신의 삶에서 매우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종교인 또는 종교가 같은 사람(4.7%)이 뒤를 이었고, 그밖에 동창 또는 동호회원(2.7%), 사회복지사(1.8%), 친척(1.2%) 순으로 꼽았다.
이번 설문 조사에 참여한 노인 가운데 남성은 44.9%이고 여성이 55.1%였다. 동거인을 기준으로 보면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이 56.8%, 홀몸 거주자 23.2%, 자녀의 부양을 받는 사람 18.3%, 시설 거주자 1.3% 등이었다. 자원봉사를 포함해 일자리를 갖고 있는 어르신이 40%로, 10명 중 4명은 노후에도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 안 끼치는 게 효도다”=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항목은 효에 대한 어르신들의 인식과 감정이다. 어떤 경우 효를 느끼는지 물었을 때, 흔히 생각하듯 용돈을 주거나 선물하거나 내 몸처럼 보살피는 것을 우선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소극적인 태도라 할 수 있는 ‘자녀가 부모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잘 살아 갈 때’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응답률이 두 번째 항목인 ‘자녀가 안부 전화나 방문을 할 때’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응답 순위에 변동은 없었으나 응답률에서 여성의 16.8%는 ‘용돈을 줄 때’를 꼽아 남성 12.5%보다 높았다.
연령별 응답률도 차이를 보였다. 특히 69세 이하에서는 ‘걱정 끼치지 않고 살 때’를 선택한 비율이 51.7%에 달했지만, 75~79세에서는 38.6%만 이 항목을 선택했다. 75세 이상에서는 ‘자기 몸처럼 보살필 때’를 선택한 비율(19.4%)이 ‘안부 전화나 방문’ (17.3%)보다 더 높았다. 이는 건강의 악화에 따른 당연한 변화로 보인다.
동거 형태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홀몸 어르신의 경우 ‘용돈을 줄 때’를 선택한 비율이 17.7%까지 올라갔고, ‘걱정 안 끼치는 것’을 꼽은 비율이 33.4%로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반면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경우 ‘걱정 안 끼치는 것’에 대한 응답률이 46.7%, ‘용돈을 줄 때’는 12.6%에 불과했다. 보호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안부 전화나 방문을 할 때’ ‘자기 몸처럼 보살피고 챙겨줄 때’ 각각 42.4%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걱정 안 끼치는 것’은 15.2%만 선택했다.
노인을 대할 때 사람들은 자식과 사회로부터 부양받는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작 어르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이번 설문결과가 말하고 있다. 자식이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자기들 끼리 잘 살아가면 그게 효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전통적인 효 사상의 쇠퇴에 따라 어르신들이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자식의 부양을 받으며 함께 사는 어르신은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았다. 핵가족화에 이은 급격한 노령화는 삶의 지형을 바꿔놓았고, 어르신의 인식 변화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최종수(72)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은 다른 각도의 분석을 내놓았다. 최 이사장은 “전통적인 효 사상을 그대로 실천할 수는 없다 해도 그 근본정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는 효의 기본이다. 부모는 자식이 다치면 자신이 다친 것처럼 아파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부모의 걱정을 끼치지 않고 잘 살아가는 것’을 효도로 생각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부모 속을 썩이는 자가 천금을 갖다 줘도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다는 것이다.
배갑제(85) 한국효도회 이사장은 “이는 부모의 위상과 품위를 세운 결과로서 자애심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10명 중 7명은 “행복하다”=삶이 행복한지에 대한 답변은 일반적인 예상을 초월했다. ‘행복한 편’ ‘매우 행복’을 선택한 비율이 70.4%에 이른 것. 매일 12명이 자살하고 11명이 실종되는 우리나라 노인사회의 현실과 차이를 보였다.
특히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22.5%가 ‘매우 행복’을 선택했다. ‘행복한편’을 선택한 비율을 합치면 77.6%에 이른다. 부부의 해로(偕老)가 행복지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홀몸 어르신의 경우 ‘불행한편’ 6.4%, ‘매우 불행’ 1.5%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평균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행복하다’는 응답이 여전히 59.9%로 높았다.
이에 대해 박종혜 한국고령사회교육원 원장(대한노인회 정책이사·가정행복학교 대표)은 “어르신들은 자존심이 상할까봐, 혹시 내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봐 자기표현을 잘 안 한다”면서 “정말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답변한 분들도 있겠지만, 스스로 불행하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속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은 스스로 불행을 만드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자녀에게 효도를 받지 못하는 게 자신 탓일 수도 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돈만 갖다 줬지 진짜 사랑을 주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손을 내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의 전화를 기다릴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전화한다면, 자녀들이 감동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겪는 가장 힘든 문제는 ‘질병’=어르신이 겪는 4고(4苦 : 가난, 질병, 외로움, 역할 상실) 가운데 현재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는 48.1%가 ‘질병’을 꼽았다. 고령에 의한 질병의 고통이 가장 극심함을 보여준다. ‘외로움’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21%였고, ‘가난’(8.8%)과 ‘역할 상실’(8.5%)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역할 상실(11.1%), 가난(9.8%)을 선택한 비율이 여성에 비해 높았고, 여성의 경우 ‘외로움’을 가장 힘든 고통으로 응답한 비율이 24.2%(남성 15.3%)에 달했다.
동거자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도 크게 달랐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은 12.8%가 ‘외로움’을 꼽았으나 홀몸 어르신은 29.9%였다. 시설 거주자는 무려 75.8%가 ‘외로움’을 가장 힘든 고통으로 답변했다. 홀몸 어르신과 시설 거주자에 대해 ‘외로움’을 덜 수 있도록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배우자가 역시 최고”=어르신 2명 중 1명은 배우자를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를 성별로 보면 큰 대조를 보인다. 남성의 경우 무려 68.0%가 배우자를 꼽았고, 자녀를 선택한 사람은 18.0%에 머물렀다. 반면에, 여성은 ‘자녀’로 응답한 비율이 38.2%로 배우자를 꼽은 비율(34.3%)보다 높았다.
또한 여성의 12.9%가 ‘경로당 친구’라고 응답해, 여자 어르신의 경우 경로당 생활에 재미와 정을 붙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성의 경우 ‘경로당 친구’를 꼽은 비율은 5.6%에 불과했다. ‘경로당 친구’를 의지하는 사람의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 80세 이상의 경우 15.5%가 ‘경로당 친구’를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으로 꼽았다.


설문조사에 동참한 기관에 감사=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 광주연합회, 울산연합회, 충북연합회, 전남연합회, 강진군, 경주시, 고창군, 과천시, 광명시, 광양시, 괴산군, 구례군, 구미시, 군위군, 권선구, 금산군, 기장군, 김천시, 김포시, 김해시, 나주시, 남양주시, 남원시, 논산시, 단양군, 달서구, 달성군, 대전 동구·유성구, 동두천시, 마산시, 무안군, 문경시, 밀양시, 보령시, 보은군, 봉화군, 부산 남구·동구·북구·연제구, 부안군, 부여군, 부천시 오정구, 상주시, 서귀포시, 서울 강북구·강서구·노원구·동작구·송파구·용산구, 성남시 수정구, 세종시, 속초시, 순천시, 시흥시, 안성시, 양평군, 여수시, 연천군, 영덕군, 영암군, 영양군, 예천군, 옥천군, 완도군, 용인시 기흥구·처인구, 울주군, 의성군, 의정부시, 이천시, 인제군, 인천시 부평구·중구, 일산 동구·서구, 임실군, 장수군, 장흥군, 정읍시, 제주시, 진해구, 창녕군, 천안시, 청원군, 청주시, 충주시, 통영시, 평창군, 평택시, 포항시, 함평군, 홍천군, 화순군, 화천군, 해남군 지회 및 동대문노인복지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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