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고전, 스크린 위에서 다시 태어나다
불멸의 고전, 스크린 위에서 다시 태어나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5.20 10:49
  • 호수 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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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원작 ‘위대한 개츠비’ 영화로 다시 태어나
▲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주인공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데이지(캐리 멀리건)가 파티의 인파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만, 고전(古典)은 영원하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고전이라 불리는 문학작품들은 긴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사랑받고 있다. 이 같은 고전 작품들이 최근 새로운 방식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바로 영화라는 매체로 재해석돼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겨울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레미제라블’의 성공은 고전이 영화로 얼마나 근사하게 재탄생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5월 16일 개봉한 신작 ‘위대한 개츠비’도 스크린 위에서 원작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상영 중인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해 ‘안나 카레니나’ ‘레미제라블’, 그리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도리안 그레이’ 등 고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지난겨울 극장가 휩쓸었던 ‘레미제라블’ 열풍 재현할까
스크린 위에서 세련되게 다시 태어난 고전 문학의 감동

5월 16일 개봉한 ‘위대한 개츠비’(2013)는 미국의 소설가 피츠제럴드가 1925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등 굵직한 작품들을 만들어 온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5월 15일 개막한 제66회 칸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화롭고 거대한 저택에서 홀로 살아가는 백만장자 개츠비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매주 토요일 밤 그의 집에는 유명 인사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수 백 명씩 몰려들어 파티를 즐기지만, 정작 파티를 개최한 개츠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웃인 닉은 파티를 통해 개츠비와 우정을 나누게 되고, 그가 자신의 친척 데이지를 오래전부터 사랑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츠비는 오직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거대한 파티를 열었던 것. 그는 닉의 도움으로 데이지와 재회하고 다시 사랑과 과거를 되찾으려 노력한다.
소설 속에서 내면적 독백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닉이 영화 속에서는 정신과 의사에게 일화를 말하는 방식으로 극을 진행하는 등 구조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영화는 대체로 원작에 충실한 편. 특히 피츠제럴드의 산문체가 해설과 대화에 녹아들어 세련된 느낌으로 살아나고 있다.
무엇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뉴욕의 풍경과 대저택, 의상 등을 3D 영상으로 사실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재현해내 시각적인 즐거움이 큰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했던 상상이 영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되면, 축소된 스케일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오히려 상상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야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누구보다도 뜨겁고 순수하게 사랑했던 개츠비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헐리웃 배우들의 호연도 인상적이다.
이번 겨울 열풍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2012)도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대표적인 경우다. 빵과 은촛대를 훔친 장발장의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굶주리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치다 체포돼 감옥에서 19년을 보낸 장발장. 우연히 만난 미리엘 신부로 인해 그간의 자신을 반성하고 새 삶을 살게 된다. 이후 가난한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돌본 그는 존경을 받으며 시장이 되지만, 죄인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끊임없이 위기와 갈등 상황에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세계관을 버리지 않는 장발장의 인생을 통해, 역사라는 거대한 풍랑 속의 개인의 삶, 선과 악 등의 굵직한 주제를 거침없이 다루고 있다.
소설 ‘레미제라블’은 국내에서도 6권의 책으로 출판됐을 만큼 방대한 양의 대서사시이기 때문에 158분의 영화에는 일부 이야기나 인물이 생략된 채 담겨있다. 이 때문에 원작을 읽지 않았거나 소설의 배경이 되는 1700~1800년대 프랑스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관객들은 영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는 몇 개의 대사를 제외하고 모두 노래로 진행되는 뮤지컬 극이기에 장점과 단점이 비교적 뚜렷하다. 노래가 빠르게 이어지지만 설명은 충분하지 않아 관객 입장에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라이브로 녹음된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노래와 웅장한 음악이 어우러져 원작 이상의 풍부한 감동을 전달한다는 평가다.
조 라이트가 연출한 ‘안나 카레니나’ (2013)는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교양을 모두 갖춘 안나 카레니나는 호화로운 저택에서 러시아의 최고 정치가인 남편 카레닌과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이지만, 안나는 이성적이고 고루한 남편과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매력적인 외모의 젊은 장교 브론스킨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뜨겁지만 위태로운 만남을 이어가고, 사교계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결국 안나는 가정을 버린 채 도피할 결심을 하게 된다.
영화는 원작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추려내 보여준다. 이야기의 전체 ‘뼈대’를 고스란히 옮기려고 노력하지만, 이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돋보이게 해줄 ‘살’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원작의 줄거리가 지나치게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원작만큼 탄탄하게 이야기를 쌓아 올리지 못했다는 평이 다수다.
그러나 소설과 달리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볼거리도 많다. 연극과 영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참신한 형식으로 안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의상 등을 실감나게 표현해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이고 있는 것. 이 영화는 제85회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영화화한 ‘도리안 그레이’(2013)도 5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주인공 도리안이 화가 배질 홀워드로부터 자신의 초상화를 받게 되며 시작된다. 이후 그는 평소 바래왔던 것처럼 불멸의 아름다움을 갖게 되고, 아름다운 외모를 이용해 방탕한 생활에 빠져든다.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그의 외모를 대신해 변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초상화 속 그의 모습. 그림 속 도리안은 늙어갈 뿐만 아니라 그의 내면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악마처럼 흉악하게 바뀌어간다.
이 작품은 쾌락주의를 바탕으로 가장 비도덕적인 삶을 사는 도리안과 그의 비참한 최후를 그려냄으로써 오히려 가장 도덕적인 소설이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평가들이 처음부터 이 작품을 호평했던 것은 아니다. 소설이 매거진에 연재됐던 1890년대 당시 평론가들은 내용이 부도덕하고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작품을 비판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에 항변하기라도 하듯 “세상에는 도덕적인 책도 비도덕적인 책도 없다. 잘 쓴 책과 그렇지 못한 책이 있을 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번 영화가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리버 파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주인공 도리안은 벤 반스, 헨리 워튼 경은 콜린 퍼스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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