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식과 황혼이혼 사이…노부부도 변화해야 ‘해로’
금혼식과 황혼이혼 사이…노부부도 변화해야 ‘해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5.20 10:58
  • 호수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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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을 계기로 본 ‘행복한 노년’ 재설계

퇴직 이후 갈등 심화…황혼 이혼, 신혼기 이혼 추월
취미 함께 즐기고 가사도 부부가 분담하는 게 좋아
부부캠프 등 관계 개선 위한 세미나 참석도 바람직

▲ 전북 정읍시는 5월 8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정읍시노인복지관과 함께 결혼 50주년을 맞은 노부부 4쌍의 금혼식을 치렀다. 정읍시의 금·회혼식은 매년 어버이날에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좌로부터 김용선·김동례 어르신 부부, 홍순갑·송순득 어르신 부부가 전통혼례 복장을 하고 하객들 앞에 서 있다.

#장면1
Y씨(72)는 한 달 전 아내 K씨(68)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더 이상 못살겠으니 이혼해달라”는 요구였다. Y씨는 교직에 40년 가까이 봉직했고 교장으로 은퇴했다. 그는 흔히 구설에 오르는 폭력남편이나 외도하는 남편이 아니었다. 교육자로서 존경을 받아온 사람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꼼꼼한 성품. 빈틈이 없는 그에게 허술하고 실수가 잦은 아내는 평생 눌려 지낼 수밖에 없었다. Y씨는 잔정이 없고 꼬장꼬장한 남편의 성격에 늘 불만이었다. 그녀는 막내딸 결혼 후 1년을 기다려 벼르고 별렀던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면2
5월 8일 전북 정읍시 정읍사예술회관에서는 결혼 50주년을 맞은 노부부 4쌍의 금혼식이 있었다. 정읍시(시장 김생기)가 정읍시노인복지관(관장 한재수)과 함께 어버이날 어르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김용선(74)·김동례(72) 어르신 부부, 홍순갑(76)·송순득(72) 어르신 부부 등은 많은 하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앙코르 혼례를 치른 것. 사대관모를 차려입은 신랑과 족두리를 머리에 쓰고 얼굴에 연지곤지를 찍은 신부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절을 하는 백발의 신랑신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5월 21일은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은 부부의 날이다. 국가기념일이 된 지 올해로 7년째다. 남편은 아내에게 사랑과 정열의 의미로 빨간 장미를, 아내는 남편에게 사랑과 존중의 의미로 분홍 장미를 선물함으로써 사랑을 확인한다.
금혼식이나 회혼식(결혼 60주년)을 하는 어르신들은 서로에게 감사하며 부부금슬을 뽐낸다. 이들의 결혼 장수 비결은 한 마디로 ‘사랑과 배려’다.
그러나 황혼이혼이 부쩍 늘면서 노년의 가정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 보고서는 충격을 안겼다.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이 크게 늘어 4년 이하 신혼부부의 이혼 건수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특히 결혼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노부부 가정의 해체는 독거노인을 양산하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후유증을 낳는다.
노년의 행복지수는 결혼생활과 밀접하다. 이는 본지가 가정의 달을 맞아 대한노인회와 공동으로 전국 60세 이상 254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7%에 이른 반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60%에도 미치지 못했다(본지 369호).
이혼한 남성의 자살위험성이 높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도 있다(본지 363호).
또한 황혼이혼은 여성들이 적극적이지만, 정작 황혼이혼을 제기한 측이 반드시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앞에서 기술한 Y씨의 경우는 다행히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삼남매가 노부모의 화해에 팔을 걷고 나섰고, 자녀들의 설득에 K씨가 조건부로 물러섰다. 가정문제 해결을 돕는 부부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혼을 연기한 것.

황혼에 벌어지는 갈등과 해법=퇴직 전에는 그럭저럭 이어오던 부부관계가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는 건 퇴직 이후 남편이 온종일 집에서만 지내면서부터다. 아내의 주위만 맴돌며 귀찮게 한다고 하여 남편을 속칭 ‘젖은 낙엽’이라 한다. 신발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귀찮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식사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남편은 구박까지 받는다. 하루 세 끼를 먹으면 ‘3식이’, 두 끼 먹으면 ‘2식씨’, 한 끼 먹으면 ‘1식님’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세 끼 식사와 종일 간식까지 챙겨줘야 하는 ‘종간나’, ‘공포의 거실남’ 이라는 속어도 세간에 널리 퍼져 있다.
프라이버시 관련 갈등도 있다. 남편이 집에 있으면 아내는 친구에게 전화 거는 것도 신경 쓰인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도 편하게 받을 수 없다. 전화기를 들고 남편이 없는 안방이나 아이들 방으로 들어가곤 한다.
이밖에 성생활과 관련된 갈등이나 자녀문제로 인한 견해차도 은퇴 이후에는 증폭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끝까지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영원히 변치 않는 게 있을까. 부부 역시 변하게 마련이고 부부관계도 시기마다 달라진다. 언제까지나 내 아내가 새색시 같을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요, 내 남편이 새신랑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부질없다. ‘그대 없이는 못 살아’가 ‘그대 때문에 못 살아’로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베이컨의 명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남편에게 있어서 아내란 초년에는 여주인공이고, 중년에는 친구이고, 노년에는 간병인이다.”
그래서 부부의 연륜이 깊어가면서 상대방의 보폭에 맞추고 적절히 성장해 가는 게 더없이 중요하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아내의 일로만 치부했던 가사도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유명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27년간 역임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72)은 5월 13일 마지막 경기를 하고 은퇴했다. 그런데 그의 은퇴 사유가 한국의 노부부들에게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는 “처형이 세상을 떠난 뒤 상심한 아내(캐시 퍼거슨)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지난해 크리스마스 즈음 은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혜경 호남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황혼 이혼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부부가 서로 마주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상 부부의 날 공동대표는 경남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부부는 서로에 대하여 진실하여야 한다. 부부는 무엇이든 숨기지 말고 서로 나누어야 한다. 겉표정과 속마음이 다르거나 가장된 마음으로 자신을 위장하는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들=관계 변화를 스스로 하기 어렵다면 부부문제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부관계 세미나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배우자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직시할 수가 있다.
가정세미나를 21년간 진행해온 하이패밀리의 행복플러스는 이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KBS1 TV 다큐 3일(사랑과 전쟁, 부부관계 회복 캠프)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송길원·김향숙 박사 부부가 진행하는 행복플러스는 8월 15일(목)∼17일(토) 경기도 의왕시 성나자로마을 아론의집에서 열릴 예정. 이 세미나는 나와 너, 차이, 대화, 갈등과 위기, 성인아이, 성, 치유, 변화 등 부부 행복을 증진시키는 맞춤형 주제 8가지로 구성돼 있다. 문의 02-2057-0033
두란노부부학교도 유명하다. 두란노아버지학교(상임이사 김성묵)의 연장교육 프로그램으로 4주간 매주 토요일에 열린다. 첫 주는 부부차이, 2주차 부부치유, 3주차 부부대화, 4주차는 부부의 성과 서약식이 진행된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므로 부부학교 인터넷 카페(cafe.daum.net/manand wifeschool/)에서 일정을 확인해 참여하면 된다. 평택 동산교회와 춘천 소양제일성결교회에서는 5월 25일부터 열리며, 청주 중부명성교회(6월 1일부터), 제주 이기풍 선교기념관(6월 6일부터), 부산 초읍교회(6월 22일부터) 등에서 계속 이어진다.
가정문화원(이사장 두상달)도 1991년부터 부부행복학교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사랑과 활력이 넘치는 부부관계 회복과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주제로 1박2일, 2박3일, 주말 4주 과정 등으로 진행한다. 내용은 결혼과 현실, 부부대화, 갈등해결, 부부의 성(性), 가정경영을 다룬다. 올해에는 9~10월경에 열릴 예정이다. 문의 02-561-7942
이외에도 각 지역 노인복지회관·사회복지회관·건강가정지원센터에는 다양한 부부상담 프로그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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