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보다 정신적 학대 심각… 중복학대 많아”
“신체보다 정신적 학대 심각… 중복학대 많아”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5.24 11:03
  • 호수 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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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노인학대예방 사진전’ 서울시청서 열려
▲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박종숙 관장(왼쪽). 한 어르신이 ‘2013 노인학대예방 사진전’에 공개된 노인학대 피해사례 사진을 보고 있다(오른쪽). 사진=조준우 기자

학대당하거나 의심되면 1577-1389로 신고해야

5월의 끝 무렵,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열렸다. 노인학대의 심각성 인식 및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2013 노인학대예방 사진전’이 개최된 것.
서울시 주최, 서울 북·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주관으로 5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노인학대 관련 피해사례 사진뿐만 아니라, 노인학대 처리 사례 및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역할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가 공개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4월까지 노인보호전문기관 2개소에 접수된 노인학대 의심사례는 262건으로, 월 평균 65건의 노인학대 의심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반적으로 노인학대사례 신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사례는 409건이 접수됐고, 가해자는 아들 193건(42.1%), 배우자 83건(18.1%), 딸 66건(14.4%) 등이 가장 많았다.
서울시는 노인학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일시보호시설, 응급의료지원서비스 등 긴급보호체계를 구축하고, 특히 요양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2012년 하반기부터 ‘노인복지시설 옴부즈맨 제도’를 확대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지난해 하반기 시립노인복지시설 9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운영 됐고, 올해는 시립·구립·비영리법인 시설까지 확대, 총 44개소를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시는 6월 중에는 상반기 활동결과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해당시설에 시정조치, 종사자 교육실시 등으로 시설에 입소한 어르신들의 권익보호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시민들에게 노인학대와 노인보호사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노인학대사례를 조기에 발견해 학대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복지시설 이용어르신, 주부양자인 중·장년층 등 9300명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시 노인보호전문기관 2개소에는 노인 학대 관련 전문상담원이 응급전화(1577-1389)에 상시 대응하고 있으며, 의사, 변호사, 경찰공무원, 관련학과 교수 등 전문인으로 구성된 사례판정위원회를 운영, 학대사례 판정이 어려운 사건은 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법적조치, 병원진료의뢰 등 적정 조치를 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 박종숙 관장을 만났다.

-먼저 이번 전시의 의의는.
“노인학대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어르신들의 권익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일반인들이 노인학대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 않은 만큼, 그 실태를 알리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신고가 들어오면 어떤 절차로 조치가 취해지나.
“긴급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우선은 현장에 나가 피해자인 어르신과 가해자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부터 한다. 만약 위험 상황일 경우 경찰과 함께 출동하고, 어르신이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상황이면 바로 병원으로 후송한다. 이후 어르신은 피해 정도,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서울시가 지정한 노인전문병원 2개소, 의료기관 1개소, 일시보호 쉼터 4개소에 머물게 된다. 일시보호시설, 노인전문병원, 의료기관 이용 관련 비용은 전액 서울시에서 부담해 피해어르신의 안전관리 및 인권보호를 도모하고 있다. 일시보호 쉼터의 경우에는 최대 3개월간 이용할 수 있으며, 어르신을 가해자로부터 격리해 생활여건 조사 및 상담을 통해 가정 복귀 또는 시설입소 지원 등으로 사후관리하고 있다. 현장에 나가보면 학대를 당하는 어르신 대부분의 몸무게가 30kg 정도밖에 나가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르신들의 피해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할머니와 둘이 사는 어린 손주가 이종격투기를 배워 할머니를 지속적으로 구타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할머니가 수술한 부위를 때리는 등 정도가 심각했는데, 대학생인 누나가 아이를 데려가면서 격리된 사례였다. 자기방임도 심각한 문제다.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지 않고, 약을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어르신들이 있다. 또,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도 자기방임에 속하는데, 이로 인해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도 적지 않다. 외국으로 이민을 간 자식들이 치매에 걸린 어르신을 쪽지 하나만 쥐게 한 채로 비행기에 태워 보낸 일도 있었다. 어르신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발견됐는데, 서울에 거주했던 어르신이어서 서울 기관이 개입을 했던 경우다. 그밖에 자식이 부모의 돈을 갈취하는 등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학대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학대 예방 일선에서 활동하며 느끼는 것이 남다를 텐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노인학대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서울시청에서 열흘 동안 진행되는 사진전에도 큰 의의를 두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최근 신고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다양한 노인복지법 등이 개정되면서 현장 조사를 하거나 일을 처리할 때 비협조적인 시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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