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 67% “경로석 앉은 젊은이, 그럴 만한 이유 있을 것”
장년 67% “경로석 앉은 젊은이, 그럴 만한 이유 있을 것”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6.07 11:35
  • 호수 3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퇴협, ‘청·장년 의식’ 설문조사… 토론의 밤 행사도 열어
▲ 지난 5월 28일 오후 6시 대한은퇴자협회 주최로 서울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열린 청·장년 ‘토론의 밤’ 행사에서 한 여대생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청년 “줄임말은 스마트폰 사용 위해 어쩔 수 없어…이해 부탁”
장년 “대세인 걸 인정하나 듣기 거북한 표현은 자제했으면”

“청·장년 세대 간 갈등요?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이 많습니다.”
대한은퇴자협회(이하 은퇴협)는 5월 28일 오후 6시 청·장년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세대 간 소통을 꾀하는 ‘YOU(유) 캠페인-토론의 밤’ 행사를 서울시 시민청 바스락 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명지대, 이화여대, 인하대, 항공대, 홍익대, 동아리 20s 등 대학생들과 서울지역 은퇴협 회원 및 장년층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 통념에 관한 청·장년 의식 차이’를 주제로 진행됐다.
유엔 NGO(비정부기구)인 은퇴협은 현재 회원이 20만명으로 전국에 24개 지회가 있다. 2002년부터 ‘YOU 운동’을 통해 미래 노령사회에서의 세대 간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준비하는 사회운동과, 세대 간 토론회, 포럼 등을 펼쳐왔다.
이날 토론은 표현방식(청소년의 줄임말 사용, 어르신들의 스킨십), 일상생활(남자들의 화장, 식생활 문화, 지하철 이용 관련), 세대별 권리 및 자녀양육 등 소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토론에 이어 장년측 정연순 대표와 청년측 윤동수 대표는 “청년층은 노년층을 단지 부양해야 하는 짐으로 생각하지 말고, 노년층은 청년층에게 부양받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서로의 편견을 버리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창조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청·장 화합 선언문을 낭독했다.
아래는 토론 참석자들의 발언을 요약한 내용이다.

#언어 등 표현방식
△청년(문래동 신은지) “10대들이 ‘멘붕’ 같은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른들과는 달리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의 사용 빈도가 잦기 때문으로 인터넷 공간에서는 줄임말 사용이 대세다.”
△장년(가락동서 온 전직 교사) “장년층도 더러 문자를 보낼 때 ‘감사합니다’를 ‘ㄱㅅ’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샘(선생님)’이라고 하는 건 괜찮지만, 동료 교사가 이런 말을 사용하면 예의가 없어 보인다.”
△장년(김선태) “줄임말은 사회 통념상 계속 변해갈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다.”
△장년(박찬원) “처지에 맞는 언어 사용은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 듣기 거북한 상스러운 언어 사용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각 세대에게 맞는 언어를 사용하자.”
△장년(수원 박래혁) “청·장년은 서로 다른 것 인정하고 변해야 한다. 다만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거나 장년층에서 ‘사료됩니다’라는 표현은 고칠 필요가 있다.”
△청년(고덕동 윤준영) “어르신들이 청년층에게 깨닫게 하는 말을 해 달라. 어르신들께 바라는 점은 이해할 건 이해하고 질책할 것은 따끔하게 깨우쳐 달라는 것이다. 줄임말 등 청소년 언어 습관은 문화 흐름이므로 이해 바란다.”

#음식, 화장 등 일상생활
△장년(강순금) “방부제 들어가는 빵을 많이 먹으면 임신, 출산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 김치, 된장국 등을 많이 먹자. 잘못된 음식 때문에 피가 깨끗하지 않다. 여기 참석한 사람들이라도 패스트푸드 섭취를 자제하자.”
△청년(김효진) “사람 나름이다. (청년이지만) 햄버거 안 좋아한다.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건 미국 문화 침식 때문이다. (음식 취향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장년(광장동 김국태) “일본 음식문화 침투를 피부로 느낀다. 요즘 일본 총리 망언 등을 생각하면 일본 음식문화 추종 등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고 싶다.”
△청년(이승민)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혼자 가서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이 별로 없다. 혼자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다 보니 일본음식점을 찾게 된다.”
△청년(유인하) “주변에 화장하는 남자들이 많다. 외모지상주의의 영향으로 취업을 위해 성형도 한다. 남자도 밝은 낯빛을 만들려고 비비크림을 바른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장년(김선태) “젊은이들에게 화장을 되도록 엷게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화장품을 짙게 바른 피부는 쉬 늙는다.”

#세대별 권리 및 기타
△장년(김대원)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은 있는데, 왜 청년의 날은 없나. 청년들이여, 여러분의 권리를 찾으라.”
△장년(정소희) “우리는 뼈를 깎는 아픔을 참으며 일하고,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공경했다. 이를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하고 헌신하고 희생한 거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젊은이들에게 고마운 점도 많다.”
△장년(여의도 김한복) “노인들이 젊은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나. 실제 내 자식처럼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은퇴협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주었으면 좋겠다.” 

 

청년 79% “장·노년층이 일자리 뺏는다고 생각 안해”
“노후 복지를 위해 증세 정책 추진해야”청년 76%가 동의

청·장년 설문조사=이날 은퇴협은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50일간 온·오프라인에서 실시된 ‘사회적 통념에 관한 청·장년 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30대 청년층 448명과 장·노년층 675명 등 총 11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 부분에서 세대 간 의식이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은퇴협은 밝혔다.
지하철 좌석과 관련, 20~30대 청년층의 79%는 자신이 앉은 좌석 앞에 나이 든 사람이 있으면 ‘얼른 자리를 양보한다’고 답했다. ‘모르는 체하고 음악을 듣는다’가 12%, ‘외면한다’는 6%에 그쳤다.
반대로 장·노년층에게 ‘노약자석에 젊은이가 앉아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67%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아무 말 안 한다’고 답했다. ‘미안해할까 봐 멀리 떨어져 서서 간다’는 응답자는 14%, ‘노려보거나 호통을 친다’가 10%였다.
은퇴협 관계자는 “지하철 자리를 두고 폭력을 휘둘러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문제에서도 청년층과 장·노년층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노년층이 취업했거나 찾고 있는 일자리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청년층 79%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청년층과 장·노년층에게 요구하는 일자리 종류가 서로 다르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가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제도에 대해 청년들은 ‘부모에게 적극 권장한다’ 46%, ‘권하지는 않지만 모른 척 한다’ 38%로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장·노년층은 ‘주택연금제 가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49%, ‘자식들 눈치 보느라 주저한다’ 43%로 거의 반반이었다.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서는 49%가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은 피해서 이용해 주면 좋겠다’ 30%, ‘경춘선, 온양온천 등에 무리지어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 10%, ‘없어지면 좋겠다’는 응답도 8%였다.
이밖에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장·노년층을 위해 조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장·노년층의 87%, 청년층의 76%가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주명룡 은퇴협회장은 “세대별로 분노와 한이 있는 줄 안다”며 “대화의 장을 마련해 청년층과 장년층이 서로 충분히 논의해 나간다면 세대 간 갈등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