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봉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 조직위원장
차흥봉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 조직위원장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6.14 12:00
  • 호수 37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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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문제 연구·교육하는 전 세계 네트워크 만들겠다”
▲ 사진=조준우 기자

현재 외국인 2770명 등 3920명 등록…사상 두 번째 규모
노년사회학 분야 논문이 43.9%로 가장 많은 게 특색

성장기 가난·질병 체험한 것이 사회복지학 투신의 계기
언제까지 일하겠다는 끝(end)을 설정 않고 바쁘게 뛴다

‘노년학올림픽’이라고도 칭하는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가 6월 23일부터 5일간 열린다.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전 세계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노인의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생산해 전 세계에 제공하는 이 학술행사는 아시아지역에서는 1978년 일본 도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대회를 총지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차흥봉 IAGG 2013 조직위원장(71·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6월 12일 만나 대회 준비상황 및 인생철학을 들어봤다.

-대회 규모와 준비상황은 어떤지.
“현재까지 한국 1150명, 일본 547명, 미국 321명, 중국 295명 등 모두 86개국에서 3920명이 참가 등록을 했다. 유럽 567명을 포함해 외국인만 2770명이다. 개회일까지 일일등록을 받으면 4300명은 무난히 돌파해, 지난 2009년 19차 파리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3800편의 논문이 접수됐고, 이를 분야별로 보면 사회노년학 43.9%, 노인의학 30.1%, 노인정책·노인연구 13.1%, 노화학(생물학적인 노년학) 8% 등이다.”

-노년학·노년의학대회가 다루는 분야는.
“노인과 관련된 모든 분야, 모든 과제가 다뤄진다. 예를 들면 인간은 왜 늙어 가는가, 노화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 당뇨병·고혈압·치매·중풍·골다공증 등 노인성질병은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관련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구고령화의 전망은 어떠한가, 인구고령화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가, 저출산고령사회의 대책은 무엇인가, 노인부양부담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그 대책은 무엇인가,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그 대안은 무엇인가, 노후 소득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인복지시설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등이다. 이밖에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전망과 과제에 대해서도 심포지엄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논문은 어떤 게 있나.
“스위스 제네바대학 교수이자 유럽노인병학회 회장인 장피엘 미셀이 6월 24일 오후 2시 ‘노쇠와 근육축소증’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해 학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오후 5시50분에는 노라키팅 캐나다 앨버타주립대 교수가 ‘노인 빈곤과 생활 적합성에 관한 세계적 관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26일 오전에는 미국 페닝턴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 도날드 잉그램 교수가 ‘노화 제어: 디지털에이징 시대를 위한 접근과 전략’을 발표한다. 이밖에 ‘중노년의 일상스트레스’, ‘노인요양시설의 케어증진’ 등 256개 세션의 심포지엄이 진행된다.”

-서울대회만의 특징이 있다면.
“다른 대회와 비교해 볼 때 사회노년학 분야 논문이 두드러지게 많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회노년학은 사회과학적인 노년학으로, 노인의 삶·가족·심리 등을 다룬다. 특히 노인학대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노인의학 쪽은 근육축소증, 노인치매, 장기요양 등 후기고령노인에 대한 연구가 많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80세 이상 고령자들이 많아지며 생기는 현상이다.”

-주제가‘디지털 에이징’인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디지털 에이징은 크게 두 가지를 다룬다. 첫째, 정보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정보격차로 인한 기회상실, 소득상실, 사회참여 배제 등의 문제다. 둘째,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이번엔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표된다. 예컨대, 원격진료(Telemedicine),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M헬스(휴대전화를 이용한 진료와 예방치료) 등이다. 생활에서도 로봇기술을 이용해 독거노인이 살아가는 방법을 개선하고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독거노인의 문제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6월 25일 취임하는 세계노년학회 회장으로서의 포부는.
“가장 큰 역점사업은 인류 전체의 고령사회 이슈에 대응해 노인문제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로 지금까지 노인문제 연구와 교육이 선진국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이를 개발도상국으로 확산해 가는 게 두 번째 목표다. 셋째로 유엔의 자문기구로서 전 지구촌의 노인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MIPAA(2002년 유엔이 공표한 노인문제에 대한 행동강령)를 적극 실천하겠다. 넷째로 전 지구적 차원의 고령사회 및 노인문제를 연구하고 관련 전문가를 교육·훈련하는 세계에이징센터(World Ageing Center, 약칭 WAC)를 만들겠다. 세계에이징센터는 세계 인구고령화 이슈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연내에 정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공식화할 예정이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42년 경북 의성의 산간 농촌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한 데다 한국전쟁까지 닥쳐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빈곤·질병·불결·무지 등 사회문제를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하면서 이웃사랑,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성장기의 체험이 학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계기가 됐다. 평생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사는 보람을 느낀다.”

-칠순이 지났는데, 노화를 실감하는지.
“나이로는 분명 노년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시력이 옛날 같지 않고 머리털이 빠지는 것 말고는 늙었다는 것을 거의 못 느끼며 살고 있다. 아마도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44년간 한 번도 일을 중단한 적이 없었던 게 심리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금도 아침 5시30분쯤 일어나 밤 11시에 집에 들어갈 때까지 바쁘게 일한다. 주어지는 일이 많은 것은 사회복지 한 분야만을 줄곧 지키고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이렇다보니 자존감이 살아나고 마음이 즐거워 외로움이나 은퇴 후 상실감을 모르고 살아간다.”

-얼마나 더 활동할 계획인지.
“언제까지 일하겠다는 끝(end)을 설정하지 않는다. 다만 미래를 향해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80세든 90세든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세계노년학회장으로 임기까지(2017년) 일하고, 그 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그걸 하면 된다. 이게 오픈 엔디드 마인드(open ended mind: 끝을 설정하지 않는 열린 마음)이다. 이는 노년학에서 인생의 주기를 연구하면서 깨달은 것으로 나 자신 이를 실천한다,”

-평소 건강관리의 비결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동네(분당 탄천)에서 1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한다. 이것 외에 다른 운동은 특별히 하지 않는다. 다만 평소에 많이 걷는 편이다. 여러 가지 행사를 하느라 걸어다닐 일이 많은데 그게 좋은 운동이 되고 있다.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다.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살 때,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화할 수 있고 난관이 있더라도 극복한다.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경험하고 터득한 것으로 현재의 문제를 소화하고 이겨낼 수 있다. 어려서 정말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는데, 청소년기의 그런 경험이 지금까지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내가 그때도 이겨냈는데…’ 하면 이겨진다. 생활의 예를 든다면, 아내가 잔소리를 해도 얼마든지 화를 안 내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면 아내가 나를 따라온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랫사람이 일을 잘 못하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 이것도 다 노년학에서 터득한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 고향에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정년퇴임 후 고향인 의성에 가서 살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중요한 동기중 하나는 경북 의성이 우리나라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는 점이다. 현재 이곳의 노인인구는 40%를 넘는다. 장관에서 물러나 정년까지 대학교수로 8년간 재직하는 동안에 고향에 자주 들렀다. 거기서 많은 노인들을 만나면서 고향의 노인문제를 해결하는데 헌신하고픈 생각이 일었다. 농촌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을 만들어, 6~7년간 매년 서울의 학자들을 모시고 가서 고향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곤 했다. 정년퇴임 후에는 의성고령사회연구소 만들어 고향에서의 작업을 본격화했다. 또한 노인장기요양제도 정착을 위한 모델 센터를 만들고 싶었다(차 위원장은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만든 일등공신 중의 한 명이다. 그는 1991년부터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연구했고, 복지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제도 추진을 위한 어젠다(Agenda: 의제)를 만들었다. 장관 퇴임 후에도 노인장기요양제도 자문위원장을 맡아 법안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이 법안은 2007년 국회를 통과해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노인장기요양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차흥봉 위원장 약력
▷1942년 11월 경북 의성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한림대 부총장(1994. 6~1997. 8)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1999.2 ~1999.5)
▷보건복지부 장관(1999. 5~2000. 8)
▷한국노년학회장(2003. 5~2004. 4)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2003. 5~2006. 4)
▷한국사회복지학회장(2004. 5~2005. 4)
▷제20차 서울세계노년학 노인의학대회 조직위원장(현)
▷세계노년학·노인의학회 회장(2013. 6~201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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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몽 2013-06-16 08:58:26
나는 노인도 젊은이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가 되면서 젊은이들의 생각과 노인의생각에 불평불만을 늘어 놓을 때가 많아 졌습니다. 대때로 어른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지도 못 하면서 젊은이의 무 개념에 혀를 차기도 합니다. 지난 세월에는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본보기가 되었기에 젊은이들은 보고 실행하는 것이 당연 하였던것 같습니다. 노인이 아닌 진정한 어르신의 사회에는 푸른 젊은이들이 넘쳐 날것 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