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상승이 고령화 탓?… 보건의료체제 비효율이 더 문제”
“의료비 상승이 고령화 탓?… 보건의료체제 비효율이 더 문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6.27 19:45
  • 호수 3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0차 세계 노년학·노인의학대회 심포지엄 지상중계
▲ 6월 23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거행된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임근재

인구 고령화는 대개의 경우 의료비의 증가를 동반한다. 이로 인해 의료비의 증가 원인이 고령화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다. 그러나 제20차 세계 노년학·노인의학대회(IAGG 2013)에서는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의료비의 증가가 단지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며, 오히려 보건의료시스템의 비효율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여러 심포지엄을 통해 거듭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6월 24일 오후 6시 코엑스 105실에서 진행된 심포지엄의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주제 : 노인 보건의 부담-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이 있는가?
좌장 : 조경환 고려대 의대 교수, 마크 수피아노 미국 유타대 교수(노인의학)


고혈압·당뇨 등 치료 안 받으면 더 비싼 대가 치러

▲‘만성질환과 고령화의 경제학’
- 존 비어드(John Beard·스위스)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생애국장

인구고령화는 건강을 위해 지불할 능력, 지속가능성, 사회적 돌봄 시스템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의료비 증가가 고령화 때문이라는 평가는 과장돼 있다.
의료비 증가를 부르는 더 큰 요인은 의료기술 변화, 보건의료 체제의 비효율, 사회경제적 성장으로부터 나온다.
예컨대 미국은 보건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이 인구고령화보다 더 심각하다. 호주의 경우 2002년에 비해 2032년엔 총보건비용이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도 두 배로 증가할 것이다. 고령화가 보건비용 상승에 영향을 주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아니다.
의료비 상승의 원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치매다. 특히 사망 직전 18개월 동안 의료비가 크게 상승한다. 따라서 단순히 고령화 때문에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보건을 투자로 보는 게 매우 유용한 접근이다. 그 투자에 대한 수익을 극대화할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건강증진과 1차진료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강조돼야 한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흔한 질환에 대한 예방과 관리가 강조돼야 한다.
이는 숨겨진 비용과 관계가 깊다. 우간다의 76세 남성 바튼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아내, 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 바튼의 가족에는 중간허리인 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튼은 관절염과 고혈압을 앓고 있다. 그런데 그가 고혈압 치료를 안 받으면, 숨겨진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바튼에게 뇌졸중이 발생하면 본인과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라.
이처럼 많은 급성질환 치료가 만성질환 치료를 적절하게 하지 못한 것에 기인하므로, 만성질환과 장기치료를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또한 잘 훈련된 의료 인력과 고령자 친화적이고 사람 중심의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는 직접적인 의료 제공이든 비공식적인 돌봄이든 마찬가지다.
중요한 열쇠는 노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건강과 사회적 돌봄의 통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만성질환에 대한 장기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만성질환, 의사가 어떻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 마이클 가지아노(Michel Ga-ziano) 하버드대 의대 교수

지구촌에는 전 세계와 지역의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많은 변화들이 있다. 먼저 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인구는 더 급격히 고령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이고 인구학적인 변화는 사망과 장애를 일으키는 다양한 질병의 변화와 함께 온다. 유행병학의 관점으로 보면 세계는 페스트와 기근이라는 광범위한 유행병이 쇠퇴하면서 만성질환의 시대로 진입했다. 만성질환 시대에서는 몇몇 질병의 위험을 감소시켰고 특히 노인들의 심혈관 질환 유병률을 낮출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게으름의 출현, 당뇨병·고혈압의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개도국들에게 특히 심한 부담이 되고 있다. 선진국들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에서 100년이 걸렸지만 아시아 신흥국가에서는 단지 수십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만성질환이 보건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는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여기에는 몇 가지 진전된 보건시스템의 요소들이 있다. 만성질환의 부담을 조절하고 효율적이고 비용효과적인 방법을 만들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들이다.
첫째, 만성질환의 부담이 어떻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국가적인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한 위험요소들뿐 아니라 만성질환에 대한 조사 및 장기적인 추적을 위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둘째로 저비용의 예방적 조치와 질병 고위험자들을 겨냥한 더 강력한 예방지출, 그리고 급성질환을 위한 고비용 지출 사이에 적절한 투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자 및 일반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자신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다.


한국은 1차진료시스템 강화가 가장 효율적 대안

▲‘한국의 고령화와 건강시스템’
-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한국에서 보건과 장기요양에 대한 가족의 지원은 감소하고 국가의 지원은 커지고 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유병률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은 1989년 도입됐으며, 현재 의료비 본인 부담률이 35~40%에 이른다. 한국은 보건비용이 빠르게 증가는 나라이며, 총진료비 증가가 OECD국가들보다 훨씬 더 높은 편이다.
노인의 연간 진료비는 전체 의료비의 34.4%에 이른다. 고령화가 진료비 상승의 주요원인은 아니지만, 노인층에서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진료비 상승에 있어 더 큰 문제점은 현재 시행되는 행위별 수가제(입원을 비롯해 진찰·검사·의약품 등에 일일이 정가를 매긴 뒤 이를 합산하는 방식) 등 비효율적인 보건시스템에 있다.
거의 모든 의사들이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또한 급성질환을 치료하는 병원과 장기요양병원간의 차이가 없어 서로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5년 전에는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했다. 도입 초기 수요(환자)보다 공급(시설)이 부족할까 우려했다. 그러나 오히려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져, 통제할 필요가 생겼다.
급성환자 진료 시스템도 비효율적이다. 현재 개인클리닉의 비중이 30%밖에 안 되고 3차진료기관의 비중이 22.9%에 이른다. 4대중증 환자 등 의료 본인부담률을 줄이게 되면 환자들이 모두 큰 병원으로 몰려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현재 1차, 2차, 3차 진료기관을 통한 게이트키핑 기능이 거의 무력화되고 있어 이를 강화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1차 진료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대형병원들이 큰 외래병원을 유지하는 이유는 외래병원을 통해 얻는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진료시스템이 한국에서 잘 안 풀리는 이유는 대한의사협회가 내과나 가정의학과 외에는 1차진료 중심 시스템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의견조율 필요하고 실제로 타협을 진행 중이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리=조종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