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할배 배우’ 배꼽 잡는 유럽 배낭여행 기대만발
4명의 ‘할배 배우’ 배꼽 잡는 유럽 배낭여행 기대만발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7.04 19:49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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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방송 tvN ‘꽃보다 할배’ 제작발표회
▲ 6월 28일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꽃보다 할배’ 제작발표회의 포토타임. 출연자 이서진, 백일섭, 박근형, 신 구, 이순재씨(왼쪽부터)가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순재 “노인들 주책이란 소리 들을까 걱정된다”
PD 나영석 “대모험이자 50년 지기의 우정 여행”
억지로 커피 타는 막내 백일섭… 예고편 보고 폭소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F4’(에프 포)가 큰 인기를 끌었다. F4는 꽃(flower)처럼 아름다운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을 이르는 말이다.
올해는 ‘H4’(에이치 포)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H4는 해외 배낭여행을 위해 뭉친 ‘할배’ 4명으로, 배우 이순재(78)·신 구(77)·박근형(73)·백일섭(69)씨를 칭한다. 이들은 7월 5일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은 KBS2 ‘1박 2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PD 나영석씨가 연출하고 배우 이서진(43)씨가 여행의 ‘짐꾼’(?)으로 동참,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젊은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예능프로그램에 어르신 대표 배우 4인이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면서 화제가 된 것.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6월 3일부터 며칠 간격으로 총 4편의 예고편이 공개됐는데, 1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클릭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69세의 나이지만 H4에서 막내인 백일섭씨가 형들의 지시에 따라 억지로 커피를 타는 모습이나 스카이다이빙을 해보자는 PD 나영석씨의 제안에 관을 준비하라는 이순재씨의 농담 등….
H4의 엉뚱하고 재밌는 언행을 담은 예고편 동영상이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MBC ‘아빠 어디가’를 통해 아빠들이 아이에게 좀 더 신경 쓰게 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부모님께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할배들의 멋진 활약이 기대된다”, “백일섭 할아버지 귀여우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제 막 시작된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20~30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의 장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6월 28일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나운서 전현무씨의 진행 아래 H4, 이서진, 나영석씨가 참석했던 제작발표회 현장의 유쾌한 이야기를 전한다.

-먼저 시청자들께 인사말 부탁한다.
이순재=원래 우리가 처음으로 모여 유럽으로 떠날 때는 프로그램의 제목도 몰랐습니다. 그저 늙은이 넷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것만 알았죠. 저희를 H4라고 부르더라고요. 할배 4명이라는 의미예요. 저는 H4 중 H1, 첫째를 맞고 있습니다.
신 구=기대만큼 프로그램이 잘 돼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근형=셋째 박근형입니다. 최선을 다해 촬영했습니다.
백일섭=저는 H4에서 막내입니다. 사실 아직 만 나이로 하면 일흔이 안 됐어요. 그런데 평균 나이 76세라고 해서 7살이나 더 많아져 버린 것 같아 억울합니다. (웃음) 영화 출연한 지도 오래됐고, 시상식에 출연한 것도 오래됐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제작발표회를 맞아 여름에 턱시도까지 입을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합니다.
이서진=나영석 PD의 말만 믿고 여자 가수 후배들과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가 공항에 도착해 선배님들을 보고서야 속았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이드 겸 통역 겸 짐꾼 등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온 이서진입니다. (웃음)

-어르신들과 여행을 떠나는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나영석=보통 배낭여행을 청춘의 낭만이나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배낭여행을 연세와 연륜이 있는 어르신들과 함께 떠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네 명의 선생님들과 촬영하며 각각의 캐릭터가 보였을 텐데.
나영석=이순재 선생님은 ‘직진 순재’라고 해서 늘 직진, 앞만 보고 달려가세요. 또, 굉장히 적극적으로 외국 문물을 보고 느끼려고 하셨어요. 신 구 선생님은 굉장히 시크(chic)하세요. 말 수가 적으신 편인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의미 있으세요. 박근형 선생님은 사모님이랑 통화할 때 애정표현도 적극적으로 하시고 문자로 하트를 보내기도 하시는 로맨티스트고요. 백일섭 선생님은 한 마디로 문제적 인물이에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만들어내시기도 했어요. 이서진씨는…, 죄송하고요. (웃음)

-이서진씨는 나영석 PD에게 속아 대선배들과 여행을 가게 됐는데, 당시 심정이 어땠는지.
이서진=제가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 공항에서 벌어졌어요. 처음에 공항에서 선생님들을 뵙고 인사드릴 때까지만 해도 선생님들과 함께 여행 갈지는 몰랐거든요. 그냥 우연히 만난 거라고 생각해서 따로 여행 갈 줄 알았어요. 함께 비행기를 타고서도 실감을 못했는데, 파리 공항에 내리면서 현실이 느껴졌어요. 선생님들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에 여행을 떠나고 처음 며칠 동안은 너무 긴장을 하고 다녀서 좋은 여행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이 잘 안나요. 처음 5일 동안은 혼자 국경을 넘을까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웃음)

-여행에 대한 소감은.
이순재=한 열흘 동안 걸어 다니다 오니까 힘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배낭여행이니까 구체적인 테마도 없었습니다. 몰래카메라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걸로 알고요. 아마 속옷 차림으로 있는 것도 다 찍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마 저희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 방송을 타지 않을까 싶어요. 루브르 박물관이나 베르사유 궁전 등을 방문했어요. 한편으론 걱정도 돼요. 노인들이 주책이라는 소릴 들을까 봐요. (웃음)
백일섭=결혼 35년째인데 이번 여행처럼 열흘 간 집을 비워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집으로 오고 싶어 죽겠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마음속으로는 여행을 좋아하는구나 생각도 들었어요. 피곤한지 모르고 열흘이 빨리 지나갔거든요. 돌아와서는 가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연출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는지. 또, 이서진씨를 섭외한 이유는.
나영석=여행은 젊은 사람들에게 낭만일 수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배낭여행이라는 틀을 만들고 선생님들이 그 안에서 헤쳐 나가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재밌는 장면도 감동적인 장면도 많이 나왔어요. 젊은 친구들이 하는 여행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 네 분은 50년 가까이 된 연기자 동료이며 친구이기도 해요. 50년 지기 친구들의 여행이라는 포인트를 두고 봐도 좋을 거 같아요. 이서진씨를 섭외하게 된 건, 이순재 선생님 매니저의 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순재 선생님이 이서진씨와 MBC 드라마 ‘이산’을 촬영하신 적이 있어요. 당시 이서진씨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이순재 선생님 곁에서 식사도 챙겨드리고 굉장히 잘했다고 해요. 보통 젊은 배우들이 드라마 시작할 때는 어르신 선배들께 인사도 하고 하지만, 촬영이 길어지면 교류가 뜸해지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어르신을 모시는 자세가 돼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 섭외했죠. 다만 섭외 과정에서 짓궂게 장난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죄송해요. (웃음)

-나이상의 서열은 존재하지만, 외모상의 서열을 정해본다면.
백일섭=참 입장 곤란하네요. 누구 싸움 시킬 일 있소? (웃음) 그냥 못생긴 형님보다는 잘생긴 형님 한 분만 말하고 싶어요. 좋은 말도 가려서 해야 하는데, 남이 싫어하는 말은 굉장히 오래갑니다. (웃음) 박근형씨가 매부리코에 턱시도도 잘 어울리고 멋있죠.

-이서진씨는 대선배들을 보필하며 여행하는 것이 고됐겠지만, 좋은 점은 무엇이었나.
이서진=선생님들과의 여행은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갔을 때 같은 느낌을 줬어요. 지금은 두 분 다 안 계시지만요. 힘들긴 했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절대 느껴볼 수 없는 걸 느낀 여행이었어요. 이순재·박근형 선생님은 작품을 통해 뵀던 분들인데,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면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박근형 선생님은 제가 무서워했었는데, 친근함을 느끼게 됐어요.

-tvN‘꽃보다 할배’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에 방영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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