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사가 노인 우울증 발견해 자살 막는 일본
동네 의사가 노인 우울증 발견해 자살 막는 일본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7.12 11:15
  • 호수 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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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일본의 제2차 자살종합대책’ 분석 보고서
▲ 일본은 1, 2차 자살종합대책을 마련해 늘기만 하던 자살률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진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다룬 연극‘다락방’(일본 극작가 사가테 요지 원작)의 한 장면.

1차 종합대책 시행 후 자살자수 줄어… 노년층 특히 감소
‘아무도 자살에 몰리지 않는 사회’ 만드는 게 2차 대책 목표
자살미수자 정신과 상담 강화… 자살자 유족 돌봄도 실시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한국 이전에 자살 대국의 오명을 쓰고 있던 곳은 핀란드와 일본이었다. 핀란드는 1990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30.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이런 상황에서 핀란드는 10년간 종합적인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2004년에는 자살률이 20.4명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일본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의 한 해 자살자수는 1998년 3만명을 넘은 이래 계속 증가해 2005년엔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이 24.2명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도 대책을 강구했다. 2006년 10월 자살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든 데 이어 2007년 6월부터 제1차 자살종합대책을 시행해 왔다. 일본의 지속적인 자살 방지 대책은 효과를 발휘해, 2010년엔 자살자수가 3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2012년엔 다시 2만7858명으로 줄었다. 1차 대책이 세워진 뒤 5년이 지난 2012년 8월엔 제2차 자살종합대책이 수립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은 최근 지난해 마련된 일본의 2차 자살종합대책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자살을 줄이려면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자살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2차 자살종합대책 수립 배경=일본은 1차 대책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관의 공동 노력으로 연간 자살자수가 감소로 돌아서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노인들의 고립을 막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령자의 자살 사망률이 주는 등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8년 60대 이상 자살률이 10만명당 40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30명으로 줄었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자살 사망률이 높아져 학생의 자살자 수가 증가하는 등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2012년 1월 일부 내각부가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20명 가운데 1명이 ‘최근 1년 이내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자살문제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임을 보여줬다.
1차 대책의 허점도 지적됐다. 자살 대책이 지역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시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자살 재시도의 가능성이 높은 자살 미수자를 위해 정신과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2차 종합대책의 내용=2차 대책에서는 ‘아무도 자살에 몰리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이런 목표 아래 자살을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 양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자살에는 실업, 도산, 다중채무, 장시간 노동 등 사회적 요인을 포함한 여러 요인과 개인의 성격, 가족의 상황, 인생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살 예방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자살 예방주간을 설정하고 청소년에 대한 인생관 교육을 강화한다.
자살 위험성을 감지하기 쉬운 의사, 교직원, 보건요원, 상담원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조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변호사, 약사 등 여러 분야의 게이트키퍼(자살을 막는 문지기) 양성을 촉진한다.
직장과 지역, 학교에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 시스템을 만들며, 대규모 재해가 일어난 경우 이재민의 마음을 돌보고 생활 재건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아동학대나 성범죄, 성폭력 피해자에게 지원을 강화하고 실직자 상담과 생활 빈곤자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한다.
또한 자살자의 유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가족 연쇄자살의 고리를 끊는 데에도 역점을 둔다. 이를 위해 유족 모임의 활동을 지원하며 유족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본은 2차 대책을 통해 2016년까지 자살 사망률을 2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한 해 자살자수가 2만4428명 이하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 연구를 진행한 정진욱 보사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자살종합대책을 마련할 때 자살 위기에 몰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쉽게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제가 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실감하는 교육을 강화하고, 청소년 자살이 일어난 경우 철저한 실태조사와 함께 ‘왕따’나 학교폭력 등의 문제는 없는지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자살미수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응급의료시설에서 자살미수자가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근로자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관리 감독자 등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관한 교육연수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추진될 필요가 있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은 젊은층, 중장년층, 고령자층, 자살미수자 등으로 분류해 집단별 실태에 근거해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고령자의 경우 우울증을 조기발견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노인이 자주 다니는 병원의 의사들이 우울증 여부를 빨리 파악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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