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중년층 급증… 소비문화 패턴이 바뀐다
싱글 중년층 급증… 소비문화 패턴이 바뀐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7.26 10:08
  • 호수 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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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1인 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분석 보고서
▲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의 한 업체가 싱글족을 위해 내놓은 초소형 캡슐커피 머신. 캡슐커피 머신은 간단한 조작으로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제품을 말한다.

지난해 4가구 중 하나는 싱글족… 2035년엔 셋 중 하나
소포장·소형가전 인기… 일본선 싱글족 위한 수박 나와
혼자 사는 노인 위한 저렴하고 알찬 실속형 상품 개발


결혼하지 않고 살거나 이혼해 혼자 사는 중년층이 늘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현재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4인 가구가 가장 많은 까닭에 소비문화도 4인 가구가 주도해왔으나, 이젠 1인 가구에 역전되면서 소비형태의 변화가 벌써 일어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1인 가구의 급증 현상을 인구와 가계통계를 통해 분석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1인 가구의 급증세를 주도하는 계층은 40~50대 중년층 남성이다.
1인 가구 중 중년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16.3%)은 39세 이하 젊은 층(38.7%)과 60세 이상 고령층(31.9%)에 비해 그렇게 높지 않지만 증가세가 가파르다.
1인 가구 중년 남성은 소득이 높으면서도 소비성향은 낮은 편이다. 반면 젊은 층과 고령층은 소득은 낮지만 소비성향은 높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소비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중년층 남성의 잠재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고급 상품이나 노후 준비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자료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1인 가구의 인구 구성=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1990년 102만 가구에서 2012년 454만 가구로 3.4배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이다.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2035년엔 1인 가구가 3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혼자 사는 젊은이와 노인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년층 남성이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가운데 전체 중년층의 비중은 2010년 29.4%로 2000년보다 5.1%p 확대됐다. 이 가운데 중년층 여성 1인 가구의 비중은 거의 그대로였다. 남성 1인 가구가 증가분을 온전히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39세 이하 1인 가구의 비중은 5.2%p 감소했고, 60세 이상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년층 남성 1인 가구는 왜 늘어날까. 첫째는 미혼 남성이 늘어난 데 있다. 2000~2010년 중년 미혼 남성이 전체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p나 증가했다. 이혼이 둘째 원인으로 같은 기간 중년층 이혼 남성의 비중도 1.9%p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소득=2012년 1인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112만5000원으로 2인 이상 가구 소득의 65.2% 수준이었다. 이는 2007년의 73.5% 수준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이 계속 부진하면서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 간의 소득 격차가 확대됐다.
이 같은 현상을 주도한 것은 1인 가구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젊은 층과 고령층 가구의 소득부진에 따른 것이다.
39세 이하 1인 가구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근로여건의 악화로 2인 이상 가구와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연금·실업수당·구호금, 자녀의 용돈 등 이전소득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고령층 1인 가구도 금융위기 이후 소득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중년층 1인 가구는 2007~2012년 소득개선(40대 가처분소득 2.8%, 50대 3.9% 증가)이 뚜렷했다. 같은 연령대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증가(40대 1.7%, 50대 2.2%)를 웃돌았다.

1인 가구의 소비성향=2012년 현재 1인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81.4%로 2인 이상 가구 74.1%를 크게 상회했다. 소비성향의 오름세는 2006년부터 계속돼 왔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상승 속도도 가장 빨랐다. 2011년 60대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100.3%였고 70세 이상은 101.4%였다. 소비성향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소득 전액을 소비에 지출하고도 모자라 빚을 내거나 다른 사람의 지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고령층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이 높은 것은 소득이 낮은 데다 주거비 등 필수 소비지출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39세 이하 젊은이의 소비성향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젊은이의 소비성향이 높은 것은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교통·통신·오락·문화 등 선택적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소비성향도 낮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4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아 소비성향이 70% 내외의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 전략=1인 가구에 대한 인식도 홀로 외롭게 사는 계층에서 새로운 소비주체로 변하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싱글족’ 등 신조어가 생기고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제품, 소형 가전 및 주방용품, 가사지원 서비스 등이 속속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싱글족을 위한 소포장 상품을 넘어서 채소·과일의 품종을 아예 1인 가구를 겨냥해 개량하고 있다. 보통 품질이 좋은 국내 수박은 무게가 9kg 정도인데, 일본의 식품전문기업 신젠타가 내놓은 신품종 수박 ‘퓨어 하트’는 중량이 1.5~3kg 정도에 불과해 싱글족의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선 편의점의 간편 도시락이 인기다. 1인 가구의 급증으로 국내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의 매출은 연평균 40%가 넘는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은미 연구원은 “가계소비의 기본단위가 기존의 4인 가구 중심에서 1인 가구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1인 가구를 동일한 소비계층이 아니라 세대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소비계층으로 인식해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과 고령층을 위해서는 작고 간편하면서도 저렴하고 알찬 실속형 소비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두 연령층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40~50대 남성은 1인 가구의 증가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고급형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이들의 노후 준비를 돕기 위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상품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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