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도 등 해외지점장 경력 살려
외국인들에게 우리 것 제대로 알릴 터”
“영국·인도 등 해외지점장 경력 살려
외국인들에게 우리 것 제대로 알릴 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08.19 11:39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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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시니어공공외교단에 선발된 최하경 전 현대전자 부사장

우리 문화역사 알리고 기업 해외진출 도와
퇴직 후 올해 초부터 문화해설사로 활약도

 

▲ 최하경 전 현대전자 부사장(사진 중앙)은 문화해설사로 역량을 발휘하며 제2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사진 제공=최하경씨

“우리 문화유산을 좀 더 정확히 해외에 알려 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돼 우리의 친구가 되고, 우리 기업이 세계 속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외교부가 지난 7월 실시한 시니어공공외교단 모집에 선발된 최하경(69) 전 현대전자 부사장의 말이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란 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를 매개로 외국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해당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더욱 증진시키며 나아가 우리 국민 및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이다. 시니어를 앞에 붙인 건 50대 이상의 단원들이 모여 온·오프라인에서 국내외 민간인·민간단체에게 자문을 제공하거나, 주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일을 기획 실시하는 이유에서다.
많은 지원자 가운데 최씨 등 20명이 최종 뽑혔다. 이들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외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선발된 이들의 경력은 전직 기업 주재원·교수·번역가 등이다. 최씨는 “불문학 박사, 외교협회장, 국방부 고위직 출신, 한·중아시아협회 회장, 호주 교포 출신 등 신분이 다양하고, 나이는 55~72세이고, 남자 16명, 여자가 4명”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이들 가운데 회장으로 선출됐다.
“제 경우는 미국·영국·인도 등 해외지점에서 근무한 경력이 반영된 것 같아요. 영어는 기본이고 외국인들과 생활하고 교류했던 경험을 많이 참작한 듯해요.”
서울대 독어교육과 학사·서울대 경영학 석사 출신의 최씨는 미국 체이스맨하탄 서울지점 대리를 거쳐 현대중공업 이사·현대상선 전무·현대전자 부사장·현대택배 사장 등을 지냈다. 수출 최일선에서 외국인과 상담하고 협상하는 경력도 쌓았다.
“75년 현대중공업 런던지점 과장으로 있을 때 정주영 회장님이 유럽선주 부부 4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일주일 동안 조선호텔에 머물게 하면서 전국의 역사문화유적지를 돌아보게 했어요. 그들 대부분이 나중에 우리 회사의 고객이 됐지요. 우리 회사가 선박회사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모두 정 회장님의 통 큰 비즈니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 다음의 해운업 사업가인 조지S. 리바노스도 우리나라를 찾은 후 본국으로 돌아가 25만톤급 배를 두 척이나 주문해왔어요. 당시 제가 그들을 우리 조선소에 안내하고 한국을 소개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최하경 씨는 지난 2004년 현대를 떠나면서 회사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까지의 삶은 가족과 가정을 위한 것이었고, 남은 생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제2의 행복한 인생을 살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렇지만 정작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1년 과정의 민속박물관대학 모집 공고를 보고 3년 연속 수강했다.
그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의 집안 내력과 닿는다. 최씨의 아버지는 나주에서 통조림 공장을 하면서 틈틈이 시를 썼고, 70세의 나이에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의 할아버지도 항일운동을 하면서 한시와 시조에 능했다고 한다.
“2010년 우리궁궐지킴이 기본 교육을 받고 올해부터 격주로 금요일마다 창덕궁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영어로 문화해설을 해주고 있어요. 영하 15도의 강추위에 관람객 너댓명을 놓고 해설하다보면 힘이 빠지고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내 얘기를 듣고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새롭게 깨닫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는 순간 보람을 갖기도 합니다.”
최씨는 시니어공공외교단으로 선발 된 후 기업의 CEO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지난 8월 어느 날 최씨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오전에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고 정몽헌 현대건설 회장 10주년 기념 ‘통일로 가야할 길’ 심포지엄에 들렀다 외교부 주관의 국제교류재단 업무회의에 참석했다. 오후에 한강사업본부에서 열린 12개 나루터 관광자원화 회의에 참석했다. 첫 번째는 ‘현대맨’의 자격으로, 두 번째는 공공외교단원, 세 번째는 올해 초 설립한 ‘우리문화알림이’ 이사장으로서 각각 참석한 것이다. ‘우리문화…’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한 모임에서 함께 공부했던 이들과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고 보존·계승하자는 목적에서 사단법인으로 만든 것이다.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빠요. 물론 돈 버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마음에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앞으로 공공외교단으로서 할 일도 머릿속에 가득 그려놓았다. 외교단을 전통문화·통일문화·산업경제·예술종교·한옥한류 등 5개 분과로 나누어 그에 합당한 일들을 조직적으로 실행해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예술종교분과의 경우 템플 스테이를 하러 우리나라 사찰을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시니어공공외교단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겁니다. 이벤트성 공공외교활동의 경우는 G20 국가의 언론매체나 청년 블로거 등을 대상으로 우리 문화와 역사 그리고 남북한 대치 현실 등을 알려 그들의 기사가 세계에 퍼져나가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할 겁니다.”
시니어공공외교단은 무보수이다. 최씨는 “교통비 수준의 지원을 받는다”며 “경제적인 걸 떠나 사명감으로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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