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세계평화공원 후보지 파주·철원·고성 각축
DMZ 세계평화공원 후보지 파주·철원·고성 각축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8.23 11:34
  • 호수 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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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북한에 공식 제안… 실현성 여부 주목
▲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DMZ(비무장지대)에 모여 있는 저어새 무리. 사진은 ‘2013 DMZ 아름다운 자연환경 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상범씨의 작품이다. 사진=연합뉴스

북측, 반응 긍정적… 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공식 제안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이하 공원)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8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의 지대로 만듦으로써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 있던 전쟁의 기억과 도발의 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를 신뢰와 화합, 협력의 공간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DMZ 공원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현재 정부는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철원·고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DMZ 공원 조성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을 기점으로 남북 각각 2㎞씩 설정된 구역이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GP(초소)가 남측에 80~90개, 북측에 150~160개가 설치돼 있으며, 북한의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사거리 54~60㎞에 이르는 장사정포가 밀집돼 있다.
그러나 DMZ는 40여 년간 출입통제구역이었기 때문에 자연 상태가 잘 보존돼 있어 자연생태계 연구의 학술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역이다.
DMZ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DMZ에 있는 남북의 GP 등을 철수해 평화지대로 만든 뒤 남북이 평화적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남북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반대해 무산됐다.
반면,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대해서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최근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개성공단이 잘 돼야 DMZ 공원도 잘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 대북철학과 통해
공원내 국제기구 유치도 검토

정부는 왜 하필 DMZ 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박 대통령의 대북 철학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뜻이 통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간 남북 사업이 주로 돈이 오가는 경제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DMZ 공원 조성은 남북 간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갈 수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DMZ 공원이 평화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더욱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공원의 규모를 놓고 DMZ 전체를 공원화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일단 상징적인 공간을 지정하고, 그곳부터 순차적으로 무기를 없애며 신뢰를 구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에 조성되는 DMZ 공원은 규모도 크지 않고, 대규모 시설물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DMZ 공원 조성과 관련해 독일의 사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는 DMZ 공원과 관련해 독일을 사례를 검토 중이다. 1990년 독일이 통일하면서 동·서독의 국경이었던 비무장지대는 생태·역사 교육과 관광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독일의 비무장지대 역시 분단된 30년 동안 통행이 제한됐기 때문에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이후, 독일은 다양한 트래킹 코스와 자전거 코스 등을 개발해 유럽 생태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어왔다.
우리나라 DMZ 또한 67종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2700여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멸종위기종의 보고로 불릴 만큼 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환경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철원 생태평화 공원 조성 사업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태평화벨트 사업 등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DMZ 관련 기존 정책들과 연계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 외에도 남북이 DMZ 공원 조성에 합의할 경우, 공원 안에 국제연합(UN) 산하기구 등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교류의 상징 조형물을 설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국제기구는 UN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등으로, 정치·군사와 관계없는 국제기구를 설치해 대내외적으로 평화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DMZ 공원 추진 로드맵도 마련했다. 국제사회와의 협의, 남북 및 유엔의 합의가 이뤄지면, 현장조사 및 설계, 환경영향 평가 등 준비 작업을 실시하고, 이후 지뢰제거 등 군사적 조치에 이어 부지 조성 및 조형물 시설 건립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재 DMZ 공원 후보지로 알려진 곳은 경기도 파주, 강원도 철원·고성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8월 16일 브리핑에서 “공원 입지와 관련해서는 현재 관계부처 및 전문가와 함께 평화의 상징성, 환경 영향성, 접근성 등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갖고 북한과 협의를 해서 성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 후보지 유치전 ‘후끈’
건양대 평화연구소 비교 발표

이에 따라, 후보 지역간의 DMZ 공원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도는 8월 13일 파주 및 연천 DMZ 현장에서 ‘정전 60주년 경기도 DMZ 세계평화공원벨트 조성’을 주제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주재로 현장 실국장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경기도는 한강하구~파주~연천~철원~고성을 잇는 공원을 우선 조성하고, 점진적으로 민통선~군사분계선의 남쪽지역에서 북한지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안을 공개했다. 앞서 경기도는 파주 초평도와 연천 임진강 등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한 뒤, DMZ에 남북한 공동의 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의 ‘세계평화공원 조성 계획’을 2006년에 수립한 데 이어 2010년에는 37개 대단위 사업을 한데 모은 ‘DMZ 일원 종합발전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강원도도 세계평화공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강원여성 100인회는 지난달 DMZ 세계평화공원 유치 결의대회를 열고 ‘강원도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강원도의회도 접경지역 시군번영회 및 이·통장 협의회를 열고 세계평화공원의 강원도 유치에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
철원군 10여 개 시민 사회단체는 6월 ‘DMZ 세계평화공원 철원 유치위원회’를 창립하고 범국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유치활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고성군번영회와 이장단협의회 등 10여 개 기관 단체도 7월 ’DMZ 세계평화공원 고성 유치위원회‘를 구성, 정부에 건의하는 등 범국민유치 활동을 전개 중이다.
이와 관련, 건양대학교 평화연구소는 8월 19일 DMZ 공원 후보지 세 곳에 대한 비교를 위해 비교분석 자료를 8월 19일 발표했다.
평화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도 파주는 한반도 서부에 위치해 서울을 기준으로 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 판문점, 임진각 관광지, 도라산 평화공원, 통일촌, 평화누리 공원 등 기존 평화관련 시설도 다양한 편이다. 그러나 지가 상승으로 인한 토지수용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강원도 철원은 한반도 중앙에 위치해 파주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고성보다는 서울과 가깝다. 철원은 백마고지와 저격능선 등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로, 역사적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남북 화해 갈등 해소 및 세계평화 공원 조성 목적을 부각시킬 수 있다.
또, 한탄강, 산명호, 철원평야 등 산지·습지·평지를 두루 갖춰 다양한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토지수용비도 적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기존 평화 관련 시설로는 평화공원, 승리전망대, 제2땅굴 등이 있다.
강원도 고성은 세 후보 지역 중 서울 및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장 멀지만, 남북을 연결하는 철로와 육로가 모두 조성돼 남북교류의 중심 장소로 활용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토지수용비도 적정한 수준이다.

美·中 반응 대체로 긍정적
유엔사령부와 구체적 협의

평화 시설은 통일전망대, 통일안보공원, DMZ박물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외교적 정지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주요 주변국에게 DMZ 공원에 대해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를 설명했고, 우리 정부의 설명을 들은 양국 모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그는 “유엔군사령부와는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평화공원 조성에 필요한 기술적 사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 입장을 파악한 뒤,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 재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비핵화를 위한 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지금이라도 6자회담 개최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담 개최는) 불가능하다”면서 “개최 시기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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