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와 청년, 서울시청 앞 광장서 ‘작당’하다
시니어와 청년, 서울시청 앞 광장서 ‘작당’하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1.01 10:20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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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팀 나눠 ‘세대 간 소통’ 아이디어 열띤 경연
▲ ‘시청작당’이 열린 서울시청 앞 광장의 모습. 청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경로당 소득활동’ ‘도심 텃밭’ 등 호평… 사업 지원


어르신과 청년이 둘러 앉아 머리를 맞대면 어떤 아이디어가 쏟아질까. 시니어와 청년세대 간 경험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유쾌한 시청작당’(이하 ‘시청작당’)이 10월 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됐다.
10월 24~25일, 28일 3일 동안 열린 ‘2013 서울시니어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세대를 초월해 관심이 있거나 실행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고 실현하기 위한 토론장으로 기획됐다. 청년과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서울시민 200여명이 총 36개의 팀으로 나뉘었다. 적게는 3~4명부터 많게는 10여 명으로 구성된 각 팀은 테이블에 둘러 앉아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토론했다.
식전 행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은 오후 2~4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나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소모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이 같은 생각은 아이디어의 정의-해결방법-현실화 등의 과정을 거쳐 구체화됐다.
2시간 동안 논의된 내용은 테이블마다 주어진 정육면체 상자 위에 요약·정리됐고, 이 상자는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시청 앞 광장에서 전시됐다. 시청작당 참여자 및 시민들은 상자를 둘러보고, 가장 기발하며 현실성 높은 아이디어를 낸 한 테이블에 한 표를 행사했다. 이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5개 팀과 심사위원이 뽑은 5개 팀 등 총 10개 팀이 선정됐다.

▲ 경로당 어르신들의 일자리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19번 테이블 발표자 이광규씨. 사진=조준우 기자

어떤 테이블의, 어떤 아이디어가 선정됐을까. 이광규(60)씨 등 8명이 함께 한 19번 테이블은 경로당 어르신의 소득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들은 경로당 어르신 대부분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경로당을 활성화하고 소득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구상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뜨개질 상품 판매 △밑반찬 상품 판매 △금연구역 지킴이 활동 등 크게 세 가지다. 뜨개질 및 밑반찬 상품은 일자리 차원의 아이디어이며, 금연구역 지킴이는 행정관서의 협조 아래 가능한 소일거리 활동이다.
이지원(21)씨 등 10명이 참여한 30번 테이블도 어르신들의 손맛에 주목했다. 다만, 이들은 어르신이 만든 음식을 상품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청년들에게 요리법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이 아이디어는 어르신들의 34%가 ‘내가 아는 것을 주도적으로 가르치고 싶다’고 답한 한 설문결과로부터 착안됐다.
이때 음식은 어르신만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요리로 선정, 레시피 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추억까지 청년과 나누게 된다. 즉, 요리법과 함께 이야기까지 공유해 세대 간 교류를 증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날 시청작당 무대에 오른 30번 테이블의 구성원 오광빈(24)씨는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한 후, “이렇게 마련된 수익금으로 다시 음식을 만들어 홀몸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릴 것”이라며 “청년들끼리 모여 아이디어를 말할 때는 현실성이 부족했는데, 선생님(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논의하니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금순(51) 등 7명으로 구성된 31번 테이블은 시니어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마중물’을 기획했다. 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물을 의미한다.
이들은, 어르신들은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고, 맞벌이부부가 많아지면서 영유아를 돌보는 인력은 부족한 현실에 주목했다.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상시 돌봄공간과 비상시 교육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는 어르신들은 교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에게 교육도 받게 된다.
이금순씨는 “이 아이디어를 어르신 대상의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100세 시대에 시니어와 아이들 모두에게 정말 필요한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4번 테이블은 이 시대의 시니어들이 마땅히 갈 만한 장소가 없다는 문제점에 주목해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가 만드는 이야기가 있는 여행’을 기획했다. 즉, 시니어가 직접 여행 코스 및 관련 스토리 등의 콘텐츠를 개발, 운영하는 시니어전문 여행협동조합을 구상한 것이다.
시민들에게 많은 표를 얻은 11번 테이블은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하는 도시 텃밭’을 구상했다. 약 250평의 도심 텃밭을 시니어와 청년 40여 명이 함께 일구고, 수확한 작물로 밥집·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김장나눔축제나 체험학습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 시니어와 청년 세대 간 간격을 좁혀나간다는 설명이다.
또, 치매예방과 관리를 위한 협동조합, 지역사회 이야기채록가 협동조합 등을 계획하고 있는 12·7번 테이블도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렇게 선정된 10개 팀은 앞으로 서울인생이모작센터로부터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게 된다. 인큐베이팅이란, 자금이나 기획력 없이 오직 아이디어만 있는 것을 사업으로 키워주는 과정을 뜻한다.
시청작당의 한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이를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세대 간 소통을 위한 협동조합 및 소모임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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