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시니어 소비패턴 "시니어 여행 많이 가고 영화 적게 본다"
LG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시니어 소비패턴 "시니어 여행 많이 가고 영화 적게 본다"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11.15 10:28
  • 호수 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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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고령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여행을 많이 하고 운동, 영화 등 문화생활은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니어 세대라고 해도 50대, 60대, 70세 이상은 연령층에 따라, 또 같은 연령층 내에서도 소득수준에 따라 소비의 양상은 다른 패턴을 보였다.
고령화에 따라 고령자의 소비 파워가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국내 고령층 소비패턴의 특징을 소비지출통계 자료를 이용해 연령대별, 소득수준별로 살펴보고 일본의 수준과도 비교했다.
자동차 구입이나 해외여행과 같이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소비지출 비중이 높아지는 품목이 있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애완동식물처럼 소득이 낮은 고령층에서 지출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나는 품목도 있었다.
이번 분석 결과는 고령자 타깃 신시장의 가능성 예측과 소비품목 발굴에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 우리나라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의 소비패턴에는 문화 지출이 적다는 공통점과 소득이 높을수록 자동차, 해외여행 지출이 많고 소득이 낮을수록 애완동식물 관련 지출이 많다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문화 컨텐츠, 젊은 층 위주로 공급된 것이 원인인 듯
50~60대 가사서비스 소비 많고 70대는 주택유지비 집중
고소득층 자동차, 저소득은 애완동식물… 소득별 지출 달라


우리나라 고령 인구는 2012년 현재 전체 인구의 11%에서 2020년 16%, 2030년에는 24%로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고령자 중심의 소비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고령자가 소비의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가구의 42%를 차지하는 60세 이상 가구의 가계소비지출 비중이 총 소비의 38%(2012년)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고령층을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고령자 소비 파워가 일본을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런 시각은 양국이 처한 상황이 여러모로 다른데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부터 소비 파워 커져
LG경제연구원 분석결과 우리나라 소득수준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2005년의 일본과 비슷하다. 최근 5년간(2007~2012년) 60세 이상 가구의 연평균 소비지출 증가율은 0.2%로 전체가구 평균인 0.7%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로 기간을 재설정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60세 이상은 소비지출금액이 연평균 2.1% 증가한 반면, 전체 가구는 0.5% 증가에 그쳤다. 최근에 들어서야 고령층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5년간 지출이 늘어난 분야는 주거 수도 광열과 오락문화 등이었으며 보건의료, 교육은 지출이 줄었다.
소비 항목을 좀더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주택유지와 수선, 곡물 채소 수산물 등 식료품, 혼례·장제례 등의 서비스와 복권, 화훼, 애완동물관련 용품 등의 비중이 높았다. 반면 39세 이하의 가구는 초등교육과 취미용품, 오락문화, 장난감 등에 지출이 높아 필수재에 집중한 고령층의 소비 특성을 반영했다.

단독주택 많아 주택 수리비 집중
이번에는 개별 시장의 변화나 연령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 단위를 보다 세분화했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짐작되는 품목들을 선정해 실제 소비지출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파악했다. 연구원은 선행연구자료를 근거로 시니어시장을 대변하는 품목 다섯 가지를 선정했다. 첫 번째는 생활편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주거환경 개선과 가사도우미 서비스, 이동 편의를 위한 자가운전 수요 등을 알아봤다. 두 번째는 건강하게 나이드는 것과 관련된 친환경·웰빙 가전용품의 수요, 다음으로 고독감을 해소하는 애완동물과 정원 가꾸기, 노년기 여가생활과 마지막이 안정적 소비를 위한 노후 자금 등이다.
5년간(2007~2012년) 고령층 소비가 가장 많은 분야는 주택유지와 국내외 여행, 애완동식물 관련, 건강기능식품으로 조사됐다. 반면 동일 기준에서는 화장품, 공연관람 등 문화생활, 성인직업교육, 운동 품목은 전체 가구보다 지출이 낮았다. 고령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여행 지출이 많고 운동과 문화생활 지출이 적은 결과로 풀이된다.
60세 이상은 자가주택 소유율이 높고 주택유형도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 많다. 고령자 편의를 고려한 주택 개조 용품 및 서비스 시장이 미미한 국내 환경을 감안하면 현재 높게 나타난 주택유지 및 수선 품목 지출은 노후 주택의 부품 교체와 수리 관련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관리 품목은 건강기능식품의 선호도가 높았고 운동, 화장품은 전체 세대보다 관심이 낮았지만 화장품 지출은 전체 평균 지출과 차이가 없었다.
애완동식물 관련 높은 소비는 고독감을 달래고 관계 속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고령자들의 심리가 반영됐다. 문화생활은 금액면에서는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보다는 여전히 낮았다.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만 문화생활 지출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문화 서비스 컨텐츠가 젊은 층에 맞추어진,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여행의 경우 해외여행은 개별보다 단체여행을 선호했고 국내보다는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50~60대 가사서비스 이용↑
고령자 집단에서도 연령별, 소득수준에 따라 소비 패턴은 달라졌다. 조사기간인 5년 동안 전체 가구에 비해 지출비중, 지출금액 증가율 둘 다 높은 품목은 50대의 경우 자동차 구입이었고 60대는 애완동식물, 건강기능식품, 가사서비스, 화장품이었다. 70세 이상은 주택유지, 국내외여행, 건강기능식품, 애완동식물 등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후기 집단인 70세 이상의 소비 패턴이 다른 두 연령대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50~60대의 가사서비스에 대한 소비는 5년간 점차 증가했고 건강기능식품은 큰 하락폭을 보였다. 공연관람 등 문화생활 소비는 고령자 연령을 통틀어 전체 가구 대비 소비비중이 낮고 소비비중의 변화도 거의 없었다.

고소득층 車·해외여행에 관심
고령층 소비는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구입이나 해외여행과 같이 큰 돈이 한번에 들어가는 품목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지출 비중이 높았다. 자동차, 화장품 소비는 50대까지는 별 차이가 없고 60대, 70대로 갈수록 고소득층 소비비중은 높아지고 저소득층 소비비중은 급격히 하락했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지출비중이 높아지는 품목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나 애완동식물 관련 소비는 고령일수록, 또 저소득 고령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택유지 및 수선은 소득수준과는 상관이 적었다. 이는 고령층 소유 주택이 대부분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는 단독주택이기 때문으로, 연령대별 주거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 특성 세분화 필요
이번 연구결과는 같은 고령층이라 해도 50대, 60대, 70세 이상 연령대에 따라 소비양상이 다르고 소득수준에 따라서도 고령자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시니어 시장 진입을 노리는 사업자들은 고령 소비자들을 세분화하고 상품군에 따른 시장접근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대두된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고령자 소비시장에 접근할 때 고소득 계층만을 타깃으로 한 제품, 서비스만을 기획하기보다는 저소득 계층에서 소비가 높은 품목들도 면밀히 관찰해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요가 변화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세대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여행, 애완동식물관련, 건강기능식품은 수요 확대 가능성을 예측한 후 시장접근이 필요하다. 5년 동안 50~60대의 가사서비스 소비가 늘어나고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하락한 것은 연령별 소비 변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고령자 타깃 신시장의 가능성이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시장처럼 소비 욕구는 커지고 있는 반면, 공급이 부족해 소비가 적은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시니어 시장에 진출한다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기다렸던 고령자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고령화에 따른 소비시장 변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고령친화용 제품 및 서비스가 도입될 때 세분 시장별 소비지출 형태는 매우 달라질 전망이다.
연구원은 또 현재 시니어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낮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제조업,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기업들이 고령자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계속되는 만큼 고령층 소비시장을 세분해 접근한다면 수요발굴과 예측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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