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열로 경로당 등 올겨울 난방비 걱정 ‘뚝’
지하수열로 경로당 등 올겨울 난방비 걱정 ‘뚝’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12.16 14:42
  • 호수 3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년 전통 옥수개발 지하수보일러시스템 인기
▲ 최근 기름보일러를 지하수보일러로 교체한 경기도 양평 화정1리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준우 기자

기름 대비 85% 난방비 절약… 국익에 기여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올겨울, 본격적인 한파가 닥치기도 전 난방비 걱정에 한숨이 나온다. 기름을 때는 가구는 특히나 난방비 대느라 겨울철 허리가 휜다. 한 드럼 가득 채우려면 족히 수십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0평 널찍한 공간에서 훈훈하게 겨울을 나려면 한달 난방비가 얼마나 필요할까.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화양1리 마을경로당은 지난달 난방비가 11만원이 나왔다. 한달 내내 밤낮으로 보일러를 가동하고도 난방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기존 기름 보일러를 땅 속 열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덥혀 난방을 하는 방식의 새 보일러로 바꾼 것이다.
“그전엔 기름이 금방금방 닳아 웬만하면 옷을 껴입고 안 켰는데 지금은 너무 따뜻하고 좋아. 보일러 온도는 그대로 놔두고 항상 켜둬. 만날 켜놔도 옛날 기름값의 반도 안 나와.”
허리가 안 좋아 추운 날이면 통증이 더 심했다던 맹복희 어르신(79)은 훈훈한 경로당에서 살다시피 한다며 흡족해했다.

경기도 양평 화양1리 마을 경로당에 새로 들인 보일러는 땅 속 열(지열)을 이용한 지하수보일러시스템이다. 보통 난방연료로 쓰는 기름이며 도시가스는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바람 쐬고 햇빛을 쬐는 데 돈을 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지열(地熱) 역시 공짜다. 물론 지열로 난방하고 물을 덥히는 시설을 설치하는 데에는 돈이 들어가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번 설치하고 나면 기름보일러보다 85%나 난방비가 절약된다. 내구연한도 20년이다.
옥수개발(대표 이영일)은 지난 40년 동안 군부대 설치만 전담하다 3년 전부터 민간 보급에 나선 참이다. 본래 지하수 개발을 모태로 창업한 이 회사는 용수(用水)개발에 에너지 개념을 접목시켜 식수로 쓸 우물을 파 그 물로 냉난방까지 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지열로 난방이 되는 원리는 이렇다. 땅 속 150m까지 파 내려가면 수맥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 파이프를 설치해 그 물을 끌어올릴 때 그 물 주변의 지열이 같이 따라 올라온다. 이때 지열 온도는 약 15도. 이 열을 머금은 물을 지상에 설치한 기기로 55도까지 증폭시켜 열만 뺏고 땅 속으로 다시 보내준다. 물은 관을 타고 끊임없이 돌기 때문에 온도도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물과 난방을 한번에 해결하는 이 시스템은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이나 보통 40~50평대인 마을경로당, 사계절 내내 난방을 해야 하는 요양원에서 빛을 발한다. 단점은 딱 하나. 지하수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영일 대표는 “땅 속은 마치 사람의 혈관처럼 돼 있어서 파 내려가 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로 여기에 옥수개발의 경쟁력이 있다. 모태가 지하수 개발인만큼 땅 속 사정을 웬만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보일러시스템은 아무리 내로라 하는 보일러 기술자라도 땅을 모르면 절대 설치할 수 없다. 배운다고 해도 예측할 수 없는 땅 속 원리에 대한 지식을 단시간에 쌓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곧 업체 선택시 지하수 개발을 오랫동안 해온 업체를 찾아야 기기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혹 시공을 하도급 주는 업체도 있지만 옥수개발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체를 담당한다. 사용하다 고장이나 불편이 생겼을 때 설치에 참여한 업체가 여러 곳이라면 서로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다는 염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빈곤국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국민이 한해 쓰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해 온다. 그래서 정부는 6년 전부터 태양광,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열 역시 신재생에너지로 석탄, 기름처럼 땔 때 기후를 덥게 만드는 탄소가 나오지 않는다. 지열보일러시스템을 설치한 화정1리는 기름 사 오는 돈도 절약하고 탄소도 줄였으니 국익에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보일러를 바꾼 기념으로 경로잔치까지 연 정재석 이장은 “마을회관 난방비가 많이 들어 고민이 많았는데 지하수보일러시스템 덕에 올겨울을 편안히 나게 됐다”며 안도했다.
양평군은 지난해 복포리 국수노인회관 등에 지하수보일러시스템 설치 후 난방비가 크게 준 것을 확인하고 올해 화정1리, 금곡리 등 몇 개 마을에 추가 설치를 지원했다. 땅 속 열로 냉난방을 하는 이 보일러시스템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갈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