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정쟁 그만! 사랑의 이불로 따뜻하게 덮어주자
이념 정쟁 그만! 사랑의 이불로 따뜻하게 덮어주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2.20 10:40
  • 호수 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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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어수선하게 마무리하는가 싶더니 역시 김정은이 잔인하게 한 방 터트려 주었다. 김정은은 고모부(장성택)를 처형하고 스키장에 가서 좋다고 웃다가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조증과 울증을 오락가락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김정은의 장성택 제거 배경을 두고 별의별 설이 다 떠돈다. 북이 내놓은 판결문을 보면 ‘건성건성 박수’ ‘원수님 친필서한 비석을 그늘에 세운 죄’ 등 온갖 죄명을 늘어놨지만 결국은 처형의 구실을 위한 김정은의 메모일 뿐이다.
흥미와 곁들여 세간에 도는 추측 가운데 하나가 장성택-이설주-김정은의 삼각관계다. 장성택이 자신과 관계를 가졌던 이설주를 김정은에게 소개했고, 뒤늦게 ‘은하수 동영상’을 통해 둘의 관계를 확인한 김정은이 부아가 나 총살시켰다는 것이다. 이 설이 설득력을 갖는 사례가 있다. 1960~70년대 북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우인희란 여배우가 있었다. 그의 남편은 북한 최고의 첩보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을 감독한 류호선이다. 우인희는 미모가 뛰어나 주변에서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우인희는 재일 귀국자 청년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추운 겨울날 차고의 승용차 안에서 잠들었고 히터에 질식돼 남자가 죽으면서 발각됐다. 남자의 부친은 노동당을 후원하던 일본의 갑부였다. 우인희가 상대한 남자 가운데 김정일도 들어있었다. 보고를 받은 김정일은 “우인희를 흔적도 없이 날려보내라”고 지시했다. 1980년 3월 평양시 하당리 사격장에 모인 2000명의 연예인 앞에서 우인희의 몸은 기관총 수십발을 맞고 산산조각이 났다.
그렇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난무하는 낭설 속에 좌파들은 침묵하고 있다. ‘종북 세력의 리더’ 이정희 등 통합진보당은 뒤통수를 맞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북의 ‘돼지 3부자’ 세습제도를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고, 북의 혁명가요 ‘적기가’를 목청껏 부르며, 음지에서 남한 체제 전복 기도 모임을 가진 너희들, 북의 실체를, 민낯을 보았으니 반성은 하고 있는 건가 묻고 싶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12월 14일 “장성택이 숙청되는 것을 보면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고 비판하고 18일 경기도 파주의 군부대를 찾아가 병사들에게 ‘북한 정세가 불안정한 지금, 안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영 어색하다. 문재인과 자주국방은 어울리지 않는다. 북을 두둔하고 ‘북 퍼주기’에 앞장 서온 그가 아닌가. 꿍꿍이속이 있었다. 그는 최근 책 한권을 내고 다음 대선에 나가겠다며 우쭐거리고 있다. 패배한 대선 후보자는 책임과 반성으로 최소 2년까지는 근신하는 게 정치판 관례이지만 그런 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일시적 안보행렬에 편승하는 걸 국민들은 모르지 않는다. 자기 신수에 대통령 운이 들어있다고 믿고 싶겠지만 그는 앞으로 열 번을 나와도 절대로 승자가 될 수 없다. 다음 대선엔 박근혜보다 더 센 후보가 나타날 수도 있고, 2017년은 이념 논쟁이 시들해진 후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상대 가슴에 비수를 꽂듯 하는 유시민은 이번에도 황당한 발언을 했다. 북의 장성택 처형과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은 같다는 것이다. 사형선고 받고 바로 다음날 처형된 장성택과 20명이 넘는 변호인들의 변호를 받으며 재판정에서 검찰과 석달째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이 같은 일이라고. 유시민은 김정은의 살인공포정치를 자유와 인권 보장 등의 시스템을 잘 갖춘 민주주의 정치에 끼워 맞추려 했다. 이것이 바로 유시민의 박근혜 정부를 보는 눈이고, 종북에 기울어진 버릇없는 태도이다.
이념 정쟁으로 가득했던 한해가 가고 2014년 새해가 온다. 지난 한 해는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비난하고 헐뜯기만 했던 지옥 같은 해였다. 불행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정의와 나의 어머니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나는 어머니를 택하겠다”며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은 한갓 불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행이다. 우리는 지금 그 불행의 늪에 빠져 있다. 서로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여야·보수·진보·좌파·우파 따지지 말고 카뮈가 말했듯 ‘사랑’이란 이름의 이불로 서로를 따뜻하게 덮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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