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준비로 유리한 위치에서 북을 리드해야
통일 준비로 유리한 위치에서 북을 리드해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1.10 10:31
  • 호수 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최근에 1970~80년 판문점 출입기자 출신의 어르신과 통일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어르신은 북한과의 통일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북의 권력 충돌보다는 중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을 놔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북한 통일보다는 현 체제로 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어르신은 일본도 역시 중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앉아서 통일 문제를 남의 집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주 조선일보는 ‘통일이 미래다’라는 제목으로 통일이 됐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이로움을 누리는지 도표와 해설로 자세히 풀어놓았다. 이 신문은 “남북이 2지역, 1시장 경제 체제로 경제통합을 이루면 2050년 세계 7위 안에 드는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조선일보에 대해 비판적인 한겨레신문조차도 이 기사에 대해 보기 드물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편협한 흡수통일론에 머물지 않고 남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경제통합에서 찾았다”며 “보수진영도 제대로 된 통일론을 가질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썼다.
새해부터 통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양한 예측들이 여기저기서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통일에 대한 기대감만 심어주었지 그에 대한 준비는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한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지난해 말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지도발과 전면전 위협에 동시에 대비하면서 적이 도발하면 지휘 및 지원세력까지 강력하게 응징해서 도발 의지를 완전히 분쇄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의 통일 현주소는 암담하다. 2012년 류우익 당시 통일부 장관은 통일 염원을 모아 통일 재원을 마련하자는 ‘통일항아리 운동’을 시작했다. 매년 1조원에 이르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의 미집행액 일부와 민간 차원의 통일성금을 모아 통일계정에 적립하자는 캠페인이다. 그해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북한을 자극한다’는 반론에 밀렸다. 그후 1년 반 가까이 무소식이다. 정권이 바뀐 뒤 슬그머니 뒤로 밀리던 통일항아리는 이제 깨지기 직전이다. 통일부가 관리하던 전용 홈페이지(unijar.kr)는 열리지도 않는다. 통일부 직원들은 통일항아리라는 표현도 조심스러워 한다.
현재 한국의 통일재원은 0원이다. 최근 외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 급변사태 때 1000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북한과 차근차근 통일하면 돈이 별로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수천조원어치라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이용해 북한을 충분히 발전시킨 뒤 통일하자는 얘기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는 통일에 대비한 각종 법제 연구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 첫걸음으로 남북한 법률통합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통일 법제 관계부처 협의체’를 작년 말 출범시키고 가까운 시일에 첫 회의를 갖기로 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협의체는 통일 이후 필요한 형법·민법·상법 등 일반적인 기본법을 연구할 뿐 아니라 통일 헌법도 장기 연구과제로 삼고 통일 한반도에 적용될 통치 구조를 다양한 시나리오 별로 연구할 예정이다. 연구는 적화통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남북한 연방 단계를 거친 통일이나 급변사태로 인한 급작스런 통일 등 두 시나리오에 대비한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국민 중에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 통일 불가능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정권 해체가 문제의 핵심인데 현재로서는 이를 흡수하고 무마할 묘안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통일은 꼭 이루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관과 국회, 민간단체는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갑작스런 ‘통일 쓰나미’에 허둥대거나 북한에 휘둘리지 않고 북을 리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서 통일을 이뤄나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