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화, 향후 10여년 소비증가에 도움
1인 가구화, 향후 10여년 소비증가에 도움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1.24 10:18
  • 호수 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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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1인 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 보고서

1인 가구, 2인 가구 1인보다 주거·외식비 많이 써
2020년 애완용품 소비 늘고, 유아용품 소비 감소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국내 소비시장이 변하고, 전체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고가영 선임연구원이 1월 4일 ‘1인 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1990년 9%에 불과했던 국내 1인 가구는 2010년 23.9%로 높아져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1인 가구화에 따른 변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국내 소비시장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1인 가구화는 고령화로 인한 소비둔화를 상쇄하고 소비를 증가시킨다. 2012년 대비 2020년 소비 변화를 추정해보면 고령화는 소비를 1.6% 낮추지만, 1인 가구화 및 가구원수 감소는 전체소비를 3.1%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 리포트는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동일한 연령대의 2인 가구의 소비 규모 및 상품별 소비 구성을 비교했다.
정확한 비교분석을 위해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성별, 연령별, 소득별 차이를 조정해 1인당 소비를 환산한 결과, 2012년 기준 1인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46만원, 소비는 114만원으로 평균 소비성향이 77.8%였다. 반면, 2인 가구의 1인당 가처분소득과 소비는 각각 139만원, 100만원으로 평균 소비성향은 71.8%로 나타났다.
2인 가구의 소득이 1인 가구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2인 가구의 1인은 105만원을 소비한다. 즉, 2인 가구의 1인 가구화에 따른 소비는 105만원에서 114만원으로 8%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독신 남성, 가공식품 애용
2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이 가장 큰 품목은 주거비로, 무려 63% 높았다.
1인 가구의 주거비가 높은 이유는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지 않아 1인당 필요한 주거 면적이 더 넓기 때문이다. 인구주택총조사의 주거용 연면적을 살펴보면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70㎡로 2인 가구의 1인당 주거면적보다 75% 넓다.
1인 가구의 외식비 역시 27% 높았다. 1인분의 양에 맞게 식재료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조리 시간 등의 측면을 고려해도 음식을 직접 해 먹는 것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즉석식품, 조리된 반찬 등 가공식품 소비가 51%나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1인 가구 여성보다 남성의 한 달 평균 외식비 지출은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반면, 식료품 소비는 1인 가구 남성보다 여성이 높게 나타나 혼자 사는 남성은 주로 외식을 하고, 여성은 요리를 해 성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1인 가구 남성의 소비지출이 큰 품목은 주류 및 담배였다. 1인 가구의 주류 및 담배 지출은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50% 높았는데, 주류와 담배 소비가 각각 30%, 60% 많았다.
특히 1인 가구 남성의 주류 및 담배 소비는 2인 가구의 부부 합산 소비보다 컸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남성보다 혼자 사는 남성이 술도 더 마시고, 담배도 더 피우는 것이다. 이는 남성이 배우자의 선호에 따라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홀몸老 절반, 여가 소비 없어
같은 1인 가구지만 가구주의 연령에 따라 소비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문은 의료·건강 관련 지출이었다.
일반적으로 의료·건강 관련 소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지출보다 1인 가구가 8%정도 낮았다. 의약품 등 간단한 의료 소비는 1인 가구가 더 많았지만, 입원비 등 직접 병원을 방문해 발생하는 비용은 더 적었다.
다만, 50대 이상은 2인 가구보다 1인 가구의 병원 서비스 지출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 홀몸어르신의 병원서비스 지출은 같은 연령 2인 가구에 비해 20% 높았다. 이는 1인 가구 어르신을 간병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병원 치료에 더욱 의존하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오락문화 지출을 보면,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소비와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1인 가구는 운동에 16%, 음악 및 미술 등 문화생활에 33% 더 많이 지출했다.
그러나 고령층은 혼자 사는 경우에도 여가생활을 거의 즐기지 않았다. 70세 이상 1인 가구 중 여가 소비를 전혀 하지 않는 비중은 51.5%로 절반 이상이었다.

“장기적 소비둔화 대책 필요”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9.6%, 2030년 32.7%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주택유지 및 수선, 곡물, 신선식품, 의약품, 화훼 및 애완용품 등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교육, 출산 관련 서비스, 유아용품, 고칼로리식품 등의 소비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고 연구원은 “1인 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비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한만큼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 및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인 가구화에 대응하지 못한 예로 대형아파트 공급 과잉현상을 꼽는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아파트 공급이 중대형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미분양이 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형 주택, 쉐어하우스 등 주택시장의 공급 다변화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또, 젊은 층뿐만 아니라 1인 가구 어르신들도 PC와 통신기기를 활용해 사회적 고립과 소외를 이겨낼 수 있도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IT교육도 확대해야 한다.
고 연구원은 “1인 가구의 확산은 전체 소비규모를 늘리지만 이 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며 “1인 가구 증가는 저출산·고령화로 이어져 미래 소비여력을 줄인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 2030년 사이에는 1인 가구화보다 고령화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져 전체 소비가 0.9% 낮아진다. 그러므로 1인 가구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소비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촉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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