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사람을 위한 기억
이름 없는 사람을 위한 기억
  • 관리자
  • 승인 2007.03.1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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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타와시(市)의 시청사 앞에는 한 사람의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그 도시의 시장도 아니고, 돈 많은 재벌도 아니다. 대통령이나 수상은 더더구나 아닌 이름 없는 시민 테리 폭스(Terry Fox)라는 사람이다. 테리 폭스는 말기암 환자였다. 암세포가 전이되어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그는 의족을 하고 다녔다.


어느 날 그는 말기암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돕기 위한 마라톤을 계획했다. 그래서 큰 회사를 찾아가 후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 요청은 거절되고 말았다. 회사 입장에서 볼 때 얼마 후에 죽을 사람을 위해 돈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테리 폭스는 혼자서 뛰기 시작했다. 말기암 환자와 그 가족을 후원하기 위한 자선 마라톤이었다. 말이 마라톤이지 한쪽 다리가 의족인 사람이 뛰면 얼마나 뛰겠는가. 뛰다가 쓰러지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서 뛰고 또 뛰었다. 나중에는 도시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그 과정을 캐나다 국영방송인 C-TV의 어느 프로듀서가 중계방송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서 뛰었지만 시간이 흘러 갈수록 함께 뛰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3~4명에 불과하던 동조자가 50명이 넘어섰고, 시간이 지나 갈수록 몇백명, 몇천명이 뛰었다.


테리 폭스는 군중을 향해 말기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모금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 돈을 실제 말기암 환자와 가족을 위해 기부했다.


테리 폭스는 이렇게 매일 마라톤을 하다가 시작한 지 132일 만에 거리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오타와시에서는 이름 없는 말기암 환자의 갸륵한 정신을 기리고자 동상을 세워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존경받는 인물도 적고 그 인물의 동상이나 기념관도 드물다.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인물을 쓰라고 하면 세종대왕, 이순신, 김 구 등 몇몇 인물에 국한된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에도 잘못된 부분만 부각하여 손가락질을 한다. 그러다 보니 동상이나 기념관이 거의 없다. 정치지도자 수준에 해당하는 사람도 그러할 진데, 테리 폭스처럼 이름 없는 사람의 동상 같은 것은 없다.


그러면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말년에 흑인 하녀와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영원한 미국의 국부(國父)로 국민의 추앙을 받는다.


일본의 오다 노부나가는 군신(軍神)으로 국민의 추앙을 받는다. 그는 무장을 하지 않은 승려 300명을 도륙하는 비열한 짓을 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오다 노부나가의 어두운 면 보다 밝은 면을 본다.


현재는 과거에 기초하며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존재할 수 없다. 또 미래는 현재에 기초해 이루어 질 것이다. 과거를 부정하고, 조상을 비난하고, 역대 인물의 아픈 부분만 강조하다 보면 우리는 정신적 지주를 잃게 된다. 정신적 지주가 없어지면 국민들은 어찌될까. 허탈하고 불안해한다.


역대 정치지도자의 기념관 및 동상을 세우도록 하자. 잘난 사람은 후세 사람들이 본받기 위해서 짓고, 잘못한 사람은 이런 인물이 다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교훈이 되지 않겠는가.


캐나다 오타와시의 테리 폭스와 같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이 불굴의 의지로 자선 마라톤을 했다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고, 또 이름 없는 사람을 기억해주는 그들의 정신적 품격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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