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대상 영화·공연·문학 작품 많이 나온다
고령층 대상 영화·공연·문학 작품 많이 나온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4.11 16:15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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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인사가 본 100세시대

오늘날 노인들은 문화예술 혜택 누리지 못한 세대
향후 노년층 구매력 늘고 시간여유 많아‘최고의 고객’
전 세대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소재 다뤄야‘대박’

 

이제는 문화예술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노인들에게 문화예술은 어떤 의미이며, 동시에 다가오는 100세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김종철 시인협회장, 이장호 영화감독 등 공연예술·문학·영화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3명에게 100세시대의 문화예술계에 대해 물었다.

-100세시대를 앞둔 예술인으로서 느낌은.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저도 얼마 전까지는 제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요즘 예술의전당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아직 저는 한창 일할 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며 가장 많이 고려했던 것은 관객층의 확대, 그 중에서도 노년층과 원거리 관객이 어떻게 하면 예술의전당의 공연과 전시를 더욱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100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공연예술인으로서 더욱 많은 노년층이 여가 생활을 품격 있게 즐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그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김종철 시인협회장=세상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예민하게 포착해 시를 쓰는 시인의 특성상, 저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그중 ‘고령화’ 현상에 대해 꽤 의미 있게 바라본 적이 있는데, 과거에는 노년 세대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들이 없었지만 지금은 손닿는 거리에 그것들이 존재합니다. 인기 TV 프로그램에 아이돌 연예인이 아닌 60대 이상의 연기자들이 출연하고, 노년의 삶을 조명한 연극·영화가 과거에 비해 늘어가고 있으며, 노년들이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도 많아졌습니다. 현 시대의 문화는 다양한 세대, 다양한 계층을 위한 문화 콘텐츠가 되어야 합니다. 노년 세대들이 지금의 문화를 친숙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장호 영화감독=지금 노인들은 100세시대의 개척자입니다. 자칫하면 노년기를 그저 휴식 시간으로 보낼 수 있지만, 갖고 있는 에너지를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합니다.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핵가족 시대, 첨단영상미디어 시대에 살면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독특한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이들에게 노인들이 갖고 있는 것을 전해줘서 차이를 희석시켜야 합니다. 노인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보다 사회 정서를 전달하고 교훈을 주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젊은이들은 문자는 불편해하고 영상은 쉽게 이해합니다. 그렇다보니 영상이 매우 빠르고 화려해졌는데, 반면 놓치는 것도 많아졌어요. 이 같이 볼거리 위주의 영화들이 인간에게 유익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게 영화인으로서 제 의무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에게 문화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김종철=많은 예술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문학은 과거에 대한 회상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즉, 지나간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는 이야기이지요. 노년세대는 젊은 세대들보다 추억할 거리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인에게 문학은 친구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이제 노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시가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고학찬=공연예술, 나아가 문화 전반을 향유하는 일이 노년층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찾는 분들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공연예술, 그리고 문화는 그분들의 여가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생을 위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공연예술의 기능은 단순히 시간과 돈을 들여서 공연 한편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관람했던 연극에 감동을 받아 연기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결심한다든지, 악기 연주를 시작하거나 글을 쓰고, 혹은 춤을 배우는 등 적극적으로 자기 계발에 참여하고 삶을 즐기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공연예술은 새로운 2막을 시작하려는 노년층들에게 최고의 기회가 아닌가 합니다.
▲이장호=우선 더 많은 노인들이 영화를 봤으면 합니다. 물론 어르신들이 보기에 힘든 영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극적인 영화 말고도 정적이고 함의가 좋은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많습니다. 우리 노인들은 한 평생을 경제 성장하는데 집중했기에 다른 세대에 비해 영화 등 문화를 즐기지 못합니다. 문화예술에 관해 혜택을 받지 못한 세대인 거죠. 그렇지만 노년기에라도 영화 등 문화예술을 많이 접하고 공부해서 정신적인 삶을 살길 바랍니다.

-100세시대의 예술인과 작품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특히 현 시점의 예술계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장호=아마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점점 더 사악해지리라 봅니다. 영화 제작에 대기업의 투자를 받은 지 얼마 안됐지만 영화 산업화에는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많이 투자하는 만큼 많은 수익을 내야하기에 영화는 자극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것이죠. 동시에 이에 대한 반발 의지도 커질 거예요. 위기일수록 강해진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독립영화, 예술영화는 더 정신적으로 무장되리라고 봅니다.
▲김종철=반문화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의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이 다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에 의해 우리 시문단의 분위기가 다소 거칠어지기도 했습니다. 100세시대로 접어들어 노년 인구들이 시를 더 많이 읽게 되면, 그리고 연륜 있는 시인들의 시가 더 많이 읽히게 된다면 시문학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합과 안정, 화해를 추구하는 쪽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고학찬=가장 큰 변화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작품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것이죠. 문화에 민감한 20~30대 청년층보다 비교적 구매력이 높고, 40~50대 중장년층보다는 시간적인 여유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향후 공연예술계에서 중요한 소비층으로 성장할 것은 자명합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공연장 혹은 예술단체들도 그에 걸 맞는 작품을 더욱 많이 제작해야겠지요.

-아직 어르신들의 일부만이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장호=점차 변할 겁니다. 중장년, 노년층의 관객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볼 수 있고 좋아하는 영화여야 히트를 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어르신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정서적인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거예요. 또, 활동하는 나이 많은 감독도 점차 늘어날 거고요.
▲고학찬=여전히 어르신들이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시간도 있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즐기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예술의전당이 작년 6월부터 70세 이상 노년층을 위한 ‘노블회원제’를 신설했습니다. 무료로 운영되는 ‘노블회원제’에 가입만 하면 지정 공연 40% 이상 할인, 공연·음악 감상 강좌 30% 할인, 당일할인티켓, 노블회원 전용 큰 글씨 프로그램북인 ‘Noble&’ 등을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약 2000명의 어르신들이 가입하셔서 품격 있는 노년 생활을 즐기고 계십니다. 저는 이와 같은 노력이 노년층의 문화 향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향후 할인 공연 확대, 적용 연령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중예술을 더 많은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종철=외래어 대신 순우리말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아울러, 사회적 소외계층인 노년 인구의 아픈 현실이 문학 내에서 제대로 다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책을 쉽게 읽기 어려운 노년층을 위해 점자책이나 오디오북 등 다양한 방법의 문학 보급 방법이 필요합니다. TV와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에서도 노년인구의 주요 시청․청취 시간에 맞춰 문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해줘야 합니다.
▲고학찬=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60대 이상 노년층이 새로운 문화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그들의 취향과 관심에 걸 맞는 작품이 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구태의연하게 예전 콘텐츠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노년층은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대를 지닌 작품이어야겠지요. 또, 작품의 소재뿐만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나 방식 또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노년층의 스마트폰 사용 증대에 따라 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알린다든지, 영화관에서도 양질의 공연 콘텐츠를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실황을 중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장호=‘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전 세대가 불편해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영화를 이 시대에 맞춰서 젊은 감각으로 만든다면 어르신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일이 도입돼 추격, 액션, 과도한 코믹 등이 주를 이루는데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의 영화가 좋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최근 흥행한 ‘7번방의 선물’도 괜찮다고 봅니다.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도 영화는 국가에 큰 이득을 줄 겁니다. 전 세계가 한국 영화를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동시에 대안적 영화들에게 활발하게 관심을 갖고 국가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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