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쏟아 붓는 공무원연금, 나라가 거덜 날 지경
세금 쏟아 붓는 공무원연금, 나라가 거덜 날 지경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4.11 17:13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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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의 세상읽기

가까운 지인 가운데 3년 전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이(68·서울 청담동)가 있다. 그는 매달 350만원 가까운 사학연금을 받는다. 수년전 상처해 혼자 살며, 베트남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매달 17만원 가량의 국가유공자연금도 받는다. 그는 퇴직 전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 할리 데이비슨 1대와 BMW(오토바이) 1대, 이탈리아제 스쿠터 1대 등 3대를 소유하고 있다. 물론 승용차도 따로 한 대 있다. 배기량 1200cc 이상의 오토바이 2대는 대당 3000만~4000만원이다. 스쿠터는 600만원짜리다. 간혹 오토바이도 업그레이드한다. “신형 오토바이로 바꿀 때마다 300~500만원이 깨진다”며 “그렇지만 연금으로 생활하는데 부족함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직 교수는 이처럼 노후걱정 전혀 없이 여생을 즐긴다. 그에 반해 30여년 언론사에 근무했다 퇴직한 또 다른 지인(61·서울 미아동)은 정반대의 생활고에 시달린다. 아내와 단둘이 사는 그가 받는 국민연금은 110만원선. 오토바이를 취미로 즐기기는커녕 부부의 기초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2013년 국민연금공단 조사, 부부 적정 생활비 133만원).
사학연금·군인연금·공무원연금 등 3개 공적연금 때문에 나라곳간이 거덜 날 지경이다. 그 중 공무원연금의 적자가 가장 심각하다.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은 일반 국민의 그것보다 2.6배나 된다. 국회안전행정위원회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의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1인당 연금수령액은 219만원(공무원) 대 84만원(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공단 유현경 연구원은 “제도 도입 당시부터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많이 받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현재의 소득과 연금수령액을 비교하는 지표인 소득대체율에서도 공무원 연금(63%)이 국민연금(48%)보다 훨씬 앞선다. 공무원은 매달 63만원을 받는데 국민은 48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연금을 지급 받는 시점도 공무원은 60세, 일반국민은 65세(1969년 출생 이후)로 차이가 난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 599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해마다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1조998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이 적자는 전액 세금으로 메워졌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지출한 돈은 2003년부터 작년까지 11년간 총 9조8000억원이 들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2021년 이후에는 한해 국고로 메워야 하는 공무원연금적자가 7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혈세를 쏟아 붓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고 요란을 떨지만 번번이 흉내만 내다 흐지부지 됐다. 어느 누가 제 손으로 자기 밥통의 밥을 덜어내고 싶겠는가. 그렇지만 이들 연금을 손대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피폐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면서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 대책을 대할 때마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혹시나 이 과정에 국민연금 개혁까지 슬그머니 끼워넣어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적은 수령액을 더 낮추려 할까봐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과거 정권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부채 규모를 키웠다”며 “몇 년 안에 해결한다는 생각보다는 수십년에 걸쳐 부채 규모를 줄여나간다는 생각으로 장기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과연 이번 정부에서는 제대로 개혁을 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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