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그린 뮤지컬 안보교육으로 인기
‘탈북’그린 뮤지컬 안보교육으로 인기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4.11 17:32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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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들이 만든 파랑새예술단
▲ 탈북여성 11명으로 구성된 파랑새예술단의 공연 중 물동이춤은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파랑새예술단 제공

북한 문화부터 사회상까지 전달하는 가교 역할
어르신들 가장 크게 공감… 초등생들 눈물 흘려
최성경 사무총장 “탈북자 자립 도와줬으면…” 

 

“통일은 대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신년 회견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 경제가 실제로 도약할 기회”라며 강조한 말이다.
‘통일 대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체제 붕괴를 우려하는 북한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남한의 경제성장 등 현실을 숨기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탈북자 2만6000명의 생생한 진술을 통해 이전보다 북한의 실상이 상세히 알려졌다.
탈북자들의 대한민국 내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새터민자립후원회가 2011년 조직한 파랑새예술단(이하 ‘예술단’) 역시 북한의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상까지 전달하며 한국과 북한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30대 중반~50대 초반의 탈북여성 11명으로 구성돼 물동이춤, 계절춤, 부채춤, 아리랑 연곡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최성경(51·사진) 새터민자립후원회 사무처장은, 취업이 힘들어 생계가 막막한 탈북여성들 중 끼가 넘치는 이들을 모아 예술단을 만들었다. 고정희(53) 단장을 제외한 모든 단원들은 북한에서 예술 활동을 했던 경험이 없지만, 대부분 육상선수, 기계체조선수, 아나운서 등 예능 직종에 종사했다.
이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중 관객 호응이 가장 높은 것은 물동이춤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공연이지만, 아낙네들이 냇가에서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오는 풍경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머리에 인 물동이를 손으로 잡지 않은 상태에서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을 선보이면 “어떻게 저렇게 할까!” “대단하다”며 감탄하는 이들이 많다고.
탈북자들의 탈북 과정을 생생히 그린 15분 분량의 뮤지컬도 인기다.
최 사무처장은 “뮤지컬은 북한의 실상을 보여준다. 배급을 주지 않아 내 가족과 이웃이 눈앞에서 굶어 죽어간다. 화폐개혁이 이뤄져 근근이 돈을 벌 수 있게 되지만 번 돈 마저도 국가에 다 바치게 된다. 북한은 1억을 갖고 있어도 국가가 “너는 30만원만 갖고 있어!”라고 정해주면 나머지 돈을 모두 국가에 내야한다. 그 돈은 다시는 돌려받을 수 없다. 이에 북한 주민들은 분노를 느끼고 그들 중 일부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도 있을 곳이 못됐다. 중국 정부가 북한사람들을 발견즉시 고발하면 대가를 주기 때문에 곳곳에서 감시와 협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탈북자들은 태국 등을 경유해 한국에 오게 됐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품은 따뜻했다.
그는 “이 같은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내면 말로 할 때보다 관객들에게 더욱 효과적이고 실감나게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공감해주는 이들은 역시 어르신들. 6·25전쟁과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을 겪은 노인들은 뮤지컬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며, 북한 주민들을 안타까워했다. 공연이 끝나면 고생하는 예술단원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돈을 쥐어주는 어르신도 있다. 그때마다 최 사무처장은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한다. 우리는 형제다”라고 생각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관객은 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북한에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뮤지컬을 무척 집중해서 보더라. 감동해서 우는 아이도 있고 단원들 손을 잡고 “정말 그렇게 고생스럽게 살아왔냐”고 묻는 아이도 있었다”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고 국가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을 보며, 안보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안보교육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람도 크지만 현실은 각박하기만 하다. 예술단의 수입이 적어 단원들은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 행사, 축제에 참가해 공연을 할 때마다 수익금을 나누는 식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최 사무총장은 예술단이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분주히 뛰고 있다.
한편, 최 사무국장의 눈에는 한국과 북한 노인의 차이점이 분명하게 보인다고.
“예상할 수 있는 대로 경제력이나 건강 수준의 차이는 물론이고,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북한의 노인들은 한 평생 동안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존경심, 주체사상을 세뇌교육 받아왔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눈 또한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불만이 있어도 함부로 말도 못하고, 말을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압니다.”
반면, 남한 노인들은 자유주의 국가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고,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한 편이다. 국민들이 여·야를 비판하고, 여당과 야당이 서로 싸우는 풍경 모두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또, 한국에서 ‘100세시대’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노인들이 건강해 수명이 증가했다는 뜻이므로 이 나라가 북한과 달리 경제 선진국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봤다.
예술단원들의 우리나라에서의 삶은 어떨까. 최 사무총장은 “생활이 조직화 돼있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 내 스트레스만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입고 먹고 사는 것은 좀 낫다. 북한과 달리 노력하는 것만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자리 하나를 선택해 취업하기까지 만만치 않고 각박한 것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땅한 노후대책도 없다. 특히 탈북자들 대부분은 돈이 모아지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생각뿐이다. 100만원을 보내면 가족들은 고작 50~60만원을 받아볼 뿐이지만, 이조차도 가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에도 지금처럼 벌어서 살아나가야죠”라고 말하는 최 사무처장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그는 연초 박 대통령이 말한 ‘통일 대박’이라는 말의 실현가능성을 입증하려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에 속해 있는 2만6000명의 탈북자가 정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봤다.
“현재 탈북자들의 80% 정도가 이 땅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조차 융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과 어떤 협상을 해서 평화로운 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아요. 또, 탈북자들을 활용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되 이들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대가를 줘야합니다.”
탈북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것은 물론, 남과 북의 간극을 줄여 평화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파랑새예술단. 더 많은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 뮤지컬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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