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부, 파리로 두 번째 허니문 떠나다
30년 부부, 파리로 두 번째 허니문 떠나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4.25 13:25
  • 호수 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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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위크엔드 인 파리’
▲ ‘위크엔드 인 파리’에서 30년 전 다녀왔던 신혼여행지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닉(짐 브로드벤트 분)과 멕(린제이 던칸 분). 사진=판시네마(주) 제공

부부의 모습 현실적이고 유쾌하게 그려
파리보다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주목’
‘노팅힐’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의 신작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과 긴장은 없다. 대신 오랜 관계에서 오는 권태, 반복되는 말다툼이 주는 피로가 있다. 놀랍게도 사랑 또한 있다. ‘노팅힐’을 만든 로저 미첼 감독의 신작 ‘위크엔드 인 파리’의 결혼 30년차 부부 닉(짐 브로드벤트 분)과 멕(린제이 던칸 분)의 이야기다. 영화는 30년 전 신혼여행을 갔던 프랑스 파리로 다시 떠난 두 사람의 여행을 아름답고, 동시에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닉은 잃어버린 로맨스를 되찾고자 파리 여행을 계획할 만큼 자상하지만, 파리의 높은 물가에 돈 걱정부터 앞서는 소심한 남편이기도 하다. 현실보다는 낭만을 추구하는 아내 멕은 이런 남편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결국 두 사람은 멕의 주장대로 욕실 리모델링 비용을 날리면서까지 에펠탑이 보이는 호화로운 호텔에서 묵게 된다.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를 땐 숨을 헐떡거리며 서로의 무릎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함께 씁쓸해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사숙고 끝에 까다로운 멕의 안목을 통과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을 때 두 사람은 다시금 행복에 젖는다.
평화는 잠시였다. 닉이 교사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조기 퇴직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티격태격한다. 멋진 만찬을 할 때는 독립적인 생활은 물론이고,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아 이혼을 생각해봤다는 멕의 충격 고백도 분위기를 망쳤다. 여행에 한껏 들떠 있던 닉은 상처를 받는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닉의 오랜 친구인 모건(제프 골드브럼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는 미국을 떠나 파리에 정착해 새로운 연인과 삶을 시작하고 책을 출간해 유명 작가가 돼 있었다. 모건은 반가운 마음에 두 사람을 출간 기념 파티에 초청한다. 닉은 파티에서 현재 자신의 처지와 아내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용기 있게 고백한다. 멕 역시 닉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말한다.
“전화 통화를 끊었는데, 친구가 말하는 거예요.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냐고, 표정이 무척 밝다고. 사실 그때 닉과 통화를 한 거였어요.”
이처럼 ‘위크엔드 인 파리’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처럼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다루는 대신 30년차 부부의 사랑을 그려낸다. 이들의 사랑은 청춘처럼 뜨겁진 않지만 함께 보낸 세월만큼 깊이가 있다. 서로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 인간적인 동정심까지 느끼게 되면서 더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 것.
로저 미첼 감독은 “단순히 파리에서 말다툼하는 커플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며 “둘만의 긴 역사에서 비롯된 복잡성, 투닥거림, 습관, 사랑이 존재하는데, 이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닉과 멕의 관계가 퐁데자르 다리의 야경 등 파리의 풍경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까.
2013 토론토영화제, 2013 런던영화제 등에 초청된 이 작품의 러닝타임은 99분, 5월 1일 개봉한다. 다음은 미첼 감독이 밝힌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위크엔드 인 파리’는 어떤 영화인지 소개한다면.
“보통은 매우 영화적이고 드라마틱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사랑의 시작’에 대한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반대로 ‘아이들이 자라서 독립할 때쯤 부부에게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지켜보는 것’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이다. 부부의 모습은 마치 두 줄기 나무가 엉켜 자라 하나의 몸통을 이루지만 그 일부는 서로 떨어져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영화 찍으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캐릭터들이 실제 결혼한 커플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영화의 행복하다가 점점 슬퍼지지만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자신의 연인과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며 그를 미워하고 또 사랑하는 현실적인 감정에 대해 그리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의 멋진 호텔 발코니에서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다가도 다음 순간 서로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어느 커플에게서나 보여질 수 있는 모습들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이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절대로 어떤 명확한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인간관계는 항상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충돌하는 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 하니프 쿠레이쉬와 12년째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 함께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감독 본인의 모습도 많이 반영됐나.
“그렇다, 확실히 영화 속 캐릭터들은 내 자전적인 모습도 갖고 있다. 극 중 나의 모습을 가장 많이 투영하고 있는 캐릭터는 제프 골드브럼이 연기한 모건이다. 나 역시 두 번째 가정을 꾸렸고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나왔다. 닉과 멕처럼 사무엘 베케트의 무덤에 갔던 것도 사실이다. 각본 작업을 할 때 닉과 멕이 했던 모든 것들을 다 해보았다. 몽마르트에도 갔고 식당을 선정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하니프는 마치 닉처럼 매우 짜증나게 굴었다. 평소처럼 여권도 잃어버리고. 그 모든 여정이 아이디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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