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원천’백자의 아름다움
‘영감의 원천’백자의 아름다움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4.25 13:28
  • 호수 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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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서‘백자예찬’展 개최

김환기 등 백자를 사랑한 작가들


둥그스름한 보름달을 닮은 듯 단순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백자는 그동안 수많은 작가가 예술적 영감을 얻는 원천이자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했다.
달항아리를 수집해 감상하기를 즐긴 김환기는 1950~1960년대 달항아리를 집중적으로 그려 ‘달항아리 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도상봉은 자신의 호를 도자기의 샘이라는 의미인 ‘도천’(陶泉)이라고 지을 정도였다.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백자예찬: 미술, 백자를 품다’는 이처럼 한국 미술에서 숨 쉬는 우리 전통 백자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전시다.
먼저 달항아리와 함께 매화나 달항아리를 이고 가는 여인의 모습을 즐겨 그린 김환기의 작품 등 백자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근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김환기의 1940년대 작품인 ‘섬 스케치’<사진>는 작가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안좌도를 배경으로 아낙들이 항아리를 이고 가는 풍경을 단순화해 그린 것으로,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작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것을 서울미술관이 구입했다.
김환기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어찌하면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 한 아름되는 백자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촉감이 동한다. 싸늘한 사기(砂器)로되 다사로운 김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라고 쓰기도 했다.
김환기만큼이나 도자기를 사랑한 작가 도상봉은 라일락이나 개나리, 튤립 등을 꽂아 놓은 항아리의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을 고요하고 정감 있는 색감과 형태로 화폭에 그렸다.
도공이 무심히 물레를 돌려 백자를 만들 듯 행위의 ‘무목적성’을 강조한 박서보와 이동엽, 정상화 등 1970년대 단색화 화가들의 미니멀한 화면은 백자의 미학을 추상적으로 담아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이후 작품은 조선 백자의 의미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손 석은 물감을 쌓아 올려 백자의 아름다움을 홀로그램처럼 담아내고, 이승희는 흙물을 겹쳐 발라 3차원의 도자를 2차원으로 표현한다. 고영훈은 백자를 극사실적으로 재현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주세균은 항아리를 분필이나 연필로 칠해 전통의 의미를 되새긴다. 황혜선은 백자의 틀 안에 도배나 여행 등 일상을 담아낸다.
4개국 16개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조선 백자를 촬영한 구본창의 사진 작품도 전시된다.
이와 함께 조선 백자의 복원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한익환, 광주 왕실도자기 초대 명장인 박부원, 9대째 도자 가업을 이어온 무형문화재 사기장 1호 김정옥, “‘달항아리 붐’을 일으킨” 박영숙 등 도예가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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