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도 살만한 편리한 공간이 된 한옥
서양인도 살만한 편리한 공간이 된 한옥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5.02 13:25
  • 호수 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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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편수 황인범이 쓴‘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
▲ 로버트 파우저 교수가 살고 있는 어락당의 일부. 사진=돌베개 제공

파우저 서울대 외국인 교수의 집‘어락당’탄생기
한옥의 특성 지키되 편리성 가미“겨울도 안 추워”


여기 여러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한옥 한 채가 있다. 대부분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할 법한 크고 화려한 한옥을 떠올리겠지만, 화제가 된 한옥은 ‘어락당’(語樂堂)이라는 이름의 12평(약39㎡) 남짓한 소형 한옥이다.
물론 이 집의 주인이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직 중인 외국인 교수, 로버트 파우저라는 사실이 여러 사람의 호기심을 자아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락당에 대한 관심은 결코 호기심 차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락당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 어락당처럼 한옥을 짓고 싶다는 이들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왜일까.
어락당을 지은 도편수이자 공사현장의 책임자였던 목수 황인범이 펴낸 ‘작은 한옥 한 채를 짓다’(돌베개)라는 책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이다. 어락당의 특징은 물론, 어락당이 완공되기까지의 과정을 한옥이나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쉬운 언어로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그동안 저자는 한옥을 직접 짓는 시공자의 시선으로 오늘날 한옥을 짓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비로소 어락당을 지으면서 전 공정을 기록할 수 있었다.
저자에게 시공을 의뢰한 파우저 교수는 한옥을 체험 공간으로 대상화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사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가 살고 싶은 한옥은 전통건축의 장점은 적극적으로 존중하되 추위를 비롯한 일상의 불편을 ‘견디는’ 집이 아니라, 최적화된 살림집이었다.
때문에 황씨는 이 고민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우선 가장 최신의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단열재를 사용하고, 자연 소재로 지어지는 한옥의 특성상 계절 변화에 따라 생길 수 있는 구조의 틈을 최대한 막기 위해 개별 공정마다 최선을 다했다.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외부 공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된 건축가에게 공간의 디자인을 의뢰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락당은 기존의 한옥과 달리 철저하게 집주인의 삶의 패턴을 중심으로 공간 배치가 이뤄졌다. 또, 좌식문화로 대표되는, 한옥에서 존중돼야 하는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쾌적한 일상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주거의 편리성 부분을 조화시켰다. 집과 그곳에 사는 사람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합치되도록 한 것이다.
어락당이 지어진 과정은 이 책의 목차를 읽기만 해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또, 매 장마다 공정표를 배치해 독자가 전체 집짓기 과정 속에서 현재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어디쯤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각 공정마다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각 과정에서 특히 살펴야 할 점을 현장의 풍경과 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이 책의 부록에서 파우저 교수는 이제 막 한옥 짓기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한옥의 매입과 수리를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자산 설계라고 말한다.
자산 설계 안에 부동산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 부담이 되거나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한옥은 적절한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운치가 있고 기본적으로 가치가 있는 집에 살고 싶다면 한옥은 좋은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특히 난방비를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며 “한옥이 춥다고 생각하는 일반적 인식 때문에 그렇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겨울에는 아파트보다 많이 나오지만 1년 전체를 놓고 보면 유지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옥에서 직접 살아본 경험을 토대로 “오랫동안 집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다 갑자기 뭔가를 고치려고 하면 손이 많이 가고 비용도 많이 들겠지만, 살면서 조금씩 돌보면 그리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자 황씨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한옥을 지으려는 사람들, 한옥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한옥이 지어지는지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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