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119만 있는 거 아닙니다
구급차, 119만 있는 거 아닙니다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6.13 11:59
  • 호수 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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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는 무료 이용…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구급차는 비용 내야
▲ 구급차는 환자 이송을 위한 일반 구급차와 차량 내부에 응급 의료장비를 갖추고 응급 구조사가 동승하는 특수 구급차(아래사진)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는 사전 예약을 통해 각 소방서에서 운영하는 노인 전용 구급차(위사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상급병원으로 이송하거나 치매·정신질환자는 사설 이용해야
거동 불편한 비응급 노인환자 위해 소방서 노인전용구급차 운영


구급차 구분과 이용방법
#1. 김 어르신은 뒷산에 올랐다가 발을 헛디뎌 5m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어깨, 다리에는 이상이 없어 일어나려고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골반이 골절된 것이다. 마침 휴가를 내고 동행한 손자가 부른 구급차로 평소 당뇨 치료를 위해 다니고 있던 종합병원으로 가 무사히 치료를 받은 김 어르신. 나중에 손자로부터 구급차 이용료 10만원을 냈다는 얘기를 듣고 소방방재청에 항의전화를 했다.
#2. 거동이 불편한 이 어르신은 보름 전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졌다. 119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니 고령이어서 수술은 위험하니 당분간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진통제를 희석한 수액투입과 깁스 치료를 받고 돌아온 이 어르신은 다음 진료 예약날짜가 되어 119 구급차를 불렀다가 이송을 거절당했다.

김 어르신이 이용한 구급차는 민간이 운영하는 사설 구급차로 이송비를 내야 한다. 흔히 알고 있는 119구급차를 이용했다면 병원 이송은 물론, 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시 이용한 제세동기, 산소호흡기 등 구급장비며 구조사의 구급활동 모두 무료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 때문이다.
보통 구급차라고 하면 거주지역의 소방서에서 출동하는 119구급차를 연상한다. 엄밀히 말하면 구급차는 119와 사설 두 종류이며, 역할도 구분돼 있다. 병원에서 직접 구급차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 때문에 사설업체에 위탁을 주는 추세다.
집이나 야외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부상을 입었거나 지병으로 쓰러졌다면 119구급차가 보건복지부 지정 응급의료기관 중 가장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한다. 산에서 굴러 부상을 입은 김 어르신은 가고자 하는 특정 병원을 지목했기 때문에 119구급차를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단순 치료목적은 사설 이용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단순한 외래진료 환자를 이송하다 심정지 등 촌각을 다투는 긴급 환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119구급차 출동을 응급환자 구급활동에만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검진 또는 입원목적으로 119를 부를 수 없다. 이 어르신처럼 단순한 외래진료를 위해 특정 병원에 가고자 119구급차를 부른 경우에도 이송을 거절당할 수 있다. 이 때에는 다른 차량이나 장애인 택시,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119구급차가 가지 않는 곳에 사설 구급차가 간다.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야 할 때, 퇴원할 때, 치매·정신질환·알코올중독 환자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다만 병원간 이송시 의사가 동승하는 경우에는 119구급차 이용이 가능하다. 반드시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병원 관계자가 이송요청을 해야 한다.
이 어르신의 경우는 대상이 된다면 각 소방서마다 비치된 노인전용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다.

소방서 노인전용 구급차 운영
2005년부터 점차 확대 실시해 온 노인전용 구급차가 요즘은 각 소방서마다 비치돼 있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일반 구급차와 달리 비응급 노인환자의 병원 이송을 위한 차량이다. 위급하지 않지만 혼자서 거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을 배려한 것이다. 이용대상은 △65세 이상의 무의탁 노인 △거동이 불편한 비응급환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이송료 5일부터 50% 인상
사설 구급차는 민간이 운영하는 환자 이송 차량이다. 전국 사설 구급차 업체 60곳에서 운영하는 구급차량은 지난해 기준 844대다. 이들 민간 이송 업체들은 다른 개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 인건비, 4대 보험 외에 기름값, 종합보험, 자동차세, 차량 유지보수비 등을 감당한다. 119구급차와 달리 응급의료수가에서 정한 이송료 규정에 따라 일정 거리당 정해진 요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사설 구급차가 받는 이송료가 6월 5일부터 올랐다.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던 요금이 이송업체의 경영악화가 이송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에 따라 50% 인상된 것이다.
기존 사설 구급차 이송료는 이송 거리가 10km 이내일 경우 기본요금이 2만원(일반 구급차), 5만원(특수 구급차)이고 10km 초과시 1km 당 각각 800원, 1000원이 추가됐다. 25km 운행시 이송료가 각각 3만2000원, 6만5000원이 든다.
이를 기본요금 3만원(일반 구급차), 7만5000원(특수 구급차)에 10km 초과 1km당 1000원(일반), 1300원(특수)으로 올렸다. 지금 있는 병원에서 50km 떨어져 있는 병원으로 간다면 일반 구급차는 7만원, 특수 구급차는 12만7000원을 내면 된다.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요금의 20%를 가산하는 할증요금이 붙는다.
이송처치료 인상 전 사설 구급차들은 출발 전 요금을 흥정하는 게 일상이었다. 현장에서 이송료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19년 동안의 물가상승률 등 현실을 반영했다는 업계의 평가가 있는 만큼 규정 이행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 없는 구급차는 지자체에 신고
구급차량은 특수 구급차와 일반 구급차로 나뉜다. 차체 외부에 빨간띠와 ‘응급 출동’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특수 구급차는 반드시 응급구조사를 채용해야 하고 각종 응급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 조항도 5일부터 특수 구급차 5대 당 응급구조사와 운전기사 각 12명씩 총 24명에서 8명씩 총 16명으로 바뀌었다. 특수 구급차에는 의사, 간호사, 1·2급 응급구조사 셋 중 한사람은 무조건 탑승해야 한다. 의료진 없이 환자이송시 보건복지부 혹은 거주지역 시청, 구청 보건과에 신고하면 해당업체에 벌금이 부과된다.
만일 장비와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구급차를 이용하다 2차 피해를 입었다면 감독기관인 지자체 신고와 함께 과실상해 혐의로 고소가 가능하다. 환자의 피해를 증명할 상해진단서를 끊어 경찰서나 검찰청에 접수하면 된다.

신고필증 부착 확인해야
이번 법령 개정으로 미터기와 신용카드결제기 설치가 의무화됐다. 감염예방을 위해 주 1회 이상 구급차를 소독해야 하고 의료장비도 사용 후 소독해야 하며 민간 이송업체에 구급차 운영을 위탁한 병원은 6개월마다 응급구조사가 준수사항을 지켰는지 점검해야 한다.
구급차를 불렀을 때는 신고필증이 붙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사설 구급차는 관할 시·도 또는 보건소에 신고해 장비·인력 등이 기준에 맞는지 확인 받도록 돼 있다. 따라서 신고필증이 부착되지 않은 구급차량은 운행할 수 없다.
그간 환자가 전액 부담해 온 구급차 이송료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복지부는 병원이 없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의료 취약지부터 치료 목적으로 상급 병원으로 이동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이송처치료를 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129번 바뀐 지 오래
민간응급이송업 대표번호로 129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번호는 보건복지 129콜센터 번호다. 국번없이 129를 누르면 질병, 실직, 자살 충동, 노인학대 등 위기상황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다. 1997년 이후 없어진 129가 민간이송업 대표번호인 것처럼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것은 각 사설 업체들의 홍보목적 때문이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번호는 아니다. 사설 구급차를 부르려면 각 업체의 개별적인 전화번호를 눌러야 한다.

개인 용무에 출동 시 업무정지
지난해 유명 개그우먼 김씨가 공연에 늦지 않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한 사진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타고 퍼져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연예인들이 예약된 행사에 빨리 가려고 구급차를 이용하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비단 연예인 뿐 아니라 수능시험장에 늦은 수험생 이송, 긴급서류 배달 등 사적 용도로 드물지 않게 사용된다. 사설 구급차가 이송비를 받는 민간 업체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구급차의 용도를 △응급환자의 이송 △응급의료를 위한 혈액, 진단용 검사대상물 및 진료용 장비 등의 운반 △응급의료를 위한 응급의료종사자의 운송 △사고나 진료 중 사망한 사람의 의료기관 이송 등으로 정해놓고 있다. 이를 어기면 업체는 영업 허가 취소나 6개월 이내의 업무 정지 처벌을 받는다.
지난해 6월 울산에서는 119 구급대원이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119 구급대원에게 폭행을 가하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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