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 개선안 놓고 갈등
소득 중심 건보료 부과 개선안 놓고 갈등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6.20 11:08
  • 호수 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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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소득 단일 기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늦어질 전망이다. 직장인과 지역가입자에게 달리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의 개선 방안을 놓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실무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복지부와 공단의 엇박자가 가시화된 발단은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이 개선기획단 7차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중 가장 유력한 모형을 블로그에 공개하면서다.
현재 직장인은 월급에만 건보료를 매기고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전·월세 포함), 자동차, 가족 수와 나이, 성별 등을 따져 1등급에서 50등급까지 나눠 건보료를 부과한다. 이렇다 보니 집과 차만 남은 은퇴자와 일정 소득이 없는 실직자, 노인 등의 부담이 커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직장인이 은퇴 후, 혹은 직업변경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보료 부담이 크게 늘자 건보공단에 민원을 제기하는 건수가 한해 6000만건에 달한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7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하고 보험료 부과기준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 중에 있다.
김 이사장은 6월 13일 열린 회의에서 집중 검토된 소득 중심의 건보료 단일 부과체계 모형을 토대로 보험료 증감 현황을 소개했다. 이 안대로 따른다면 지역가입자 84%가 건보료 부담이 줄어든다. 전체 건보가입자 72%가 건보료가 내려가고 28%는 올라간다.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가입자는 보험료가 줄거나 똑같지만 직장에서 받는 월급 외에 사업·임대 소득, 금융·연금 등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보험료가 올라간다.
이 모형의 세부방안은 재산, 자동차 대신 퇴직금, 양도소득과 연 4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에 건보료를 매기자는 것이 핵심이다. 소득이 없는 사람은 현재 직장인 최저보험료인 월 8240원을 내고 상한선은 평균 건보료의 30배 수준으로 설정했다. 요약하자면 근로소득뿐 아니라 금융소득 100만원 이하와 상속·증여소득을 제외한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매기되 연금·퇴직 소득은 25%, 양도소득은 50%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 만약 퇴직금이나 양도소득이 1000만원이면 각각 250만원과 500만원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매기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 등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냈던 사람 2022만명 중 금융소득이 있는 556만명은 월평균 2만2000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현행 기준에서는 연간 4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이 있는 자가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지만 개선모델에서는 4000만원 이하도 보험료 부과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개선안대로라면 직장가입자든 지역가입자든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이 내고 적은 사람은 적게 내게 된다. 관건은 소득파악률. 복지부는 김 이사장의 회의결과 공개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70% 정도 된다지만 사업소득 중 파악되는 수준일 뿐 전체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더 낮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소득만 기준으로 건보료를 산정하면 거액의 부동산을 가진 고액 재산가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와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낮아지는 대신 직장가입자 부담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소득은 없고 재산만 많은 사람과 재산은 없고 소득만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이 내야 하느냐를 두고 형평성 시비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번에 소득중심으로 가는 것은 무리라며 복지부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집과 차의 크기와 어린아이까지 부과대상에 포함시킨 현행 지역가입자 보험료 기준부터 먼저 폐지하고, 서서히 소득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8년에 만들어진 건보료 부과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데에는 복지부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개선 방안을 놓고 두 기관은 의견을 달리한다. 공단과 복지부의 갈등은 동시개선과 단계개선으로 요약된다. 건보료 대상 소득을 확대할 때마다 바뀐 제도로 불이익을 입은 민원에 시달리니 한번에 바꿔야 한다는 공단의 주장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하나씩 바꿔 가자는 복지부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김 이사장은 블로그에서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개선안을 마련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개선안은 공론화를 거쳐 확정될 것인데 김 이사장이 개인 블로그에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고 복지부가 불편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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